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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목요일] 대학생 딸도 집 나가게 하는 잔소리 … 엄마, 참으세요

대학 1학년인 구모(19·여)씨는 2학기부터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할 생각이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견딜 수 없어서다. 구씨는 “고교 시절 성적 때문에 간섭하는 건 참을 수 있었는데 성인이 됐는데도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고 푸념했다. 입학 후 몇 차례 자정을 넘겨 귀가한 그에게 안 자고 기다리던 어머니는 “부모까지 잠 못 자게 하니 이기적이다” “대학 때 풀어지는 애치고 잘되는 것 못 봤다” 등의 말로 나무랐다고 한다. 구씨는 “시험 때문에 자정을 넘길 땐 잔소리를 안 해 더 짜증이 났다”며 “집에 들어가기 싫어 저녁을 밖에서 먹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잔소리, 사랑만은 아니에요
아빠보다 양육·교육 책임 큰 엄마 … 여성 특유 감정적 소통방식 겹쳐
아이·남편에게 잔소리 많이 해 … 아이는 의욕 잃거나 반발심 커져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모(37·서울 마포구)씨는 아이 담임교사와 상담하다 깜짝 놀랐다. 엄마를 주제로 한 글쓰기에서 아이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 악마 같다’고 썼다며 아이가 꼽은 대표 잔소리 다섯 가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선생님이 아이를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 민망했다”고 토로했다.



 아침에 제때 일어나지 않는 아이, 매번 준비물을 학교에 놓고 오는 아이, 숙제를 시작하라고 소리를 질러도 TV만 보는 아이…. 이럴 때면 엄마들은 잔소리를 쏟아낸다. 잔소리하는 엄마들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유모(40·경기 고양시)씨는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모(36·경기 양평군)씨는 “잔소리도 일종의 사랑”이라며 “반찬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혼내곤 하는데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도 안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잔소리 대상엔 남편도 포함된다. 정모(40·서울 강남구)씨는 “평소 아이 돌보는 데 도와주지 않던 남편이 내 잔소리를 듣다 아이 편을 들면 진짜 미워진다. 술 마시고 들어와 씻지도 않고 자는데 어떻게 잔소리를 안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건강해야 애도 키우고 노후 걱정도 덜 수 있을 텐데 이런 마음은 애나 남편 모두 몰라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잔소리가 많은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찾는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잔소리는 개선하길 바라는 걸 알려주는 행위여서 기대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아빠에 비해 엄마가 자녀를 굶주리지 않게 하는 데 관심이 더 많고 아이들 공부도 엄마 몫이 돼 있어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 전중환(진화심리학) 교수는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해왔기 때문에 위생 관련 혐오감이 남성에 비해 크다. 집안이 더러우면 잔소리를 하는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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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 방식이 남성은 목적지향적인 반면 여성은 감정지향적인 것도 잔소리의 양이 성별로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윤대현(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여성은 커피 한잔을 놓고도 서너 시간 얘기하지만 남자들은 축구할 때도 ‘여기, 볼’처럼 짧게 말한다”며 “충분히 대화해야 소통했다고 여기는 엄마들은 내용 전달보다 ‘내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지’ 하는 마음을 알아달라고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분석했다. 가톨릭대 정윤경(심리학) 교수는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에 용이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게 당연하도록 진화했다. 아끼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불안한 마음과 합쳐져 나타나는 역기능적 대화가 잔소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잔소리의 효과는 별로 없다. 정모(40·서울 서초구)씨는 “참견하다 보니 아이가 ‘네’라고 답만 하지 흘려듣는 습관이 생기더라. 할수록 늘게 되고 들을수록 내성과 반항심이 생기는 게 잔소리”라고 말했다. 이모(39·서울 성동구)씨도 “잔소리하다가 안 되면 엄마가 해줘 버리기 때문에 아이가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더라”고 했다.



 구모(37·서울 마포구)씨는 “잔소리 대신 아이가 할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선택하도록 했더니 실수를 통해 다음엔 안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갖더라”고 소개했다. 함모(38·충남 당진군)씨는 “속이 상할 때면 소리 지르지 않고 ‘엄마도 화가 나’ 하고 말했더니 딸도 ‘나도 그래’ 하면서 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화부터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 우 교수는 “감정적으로 날카로울 때 잔소리를 하면 소용이 없고 특히 사춘기 자녀는 권위에 반항하는 시기라 화가 나면 떨어져 있는 게 좋다”고 권했다. 윤 교수는 “의사가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고 강하게 권할수록 환자들이 더 피운다는 연구가 있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자유를 억누르려고 하면 반발하기 때문에 잔소리 대신 동기를 부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이가 말대꾸를 하면 즉시 야단치거나 아이가 내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다고 느끼는 엄마는 잔소리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엄마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아이의 마음부터 보듬어주라”고 조언했다.



김성탁·노진호·신진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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