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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중국 공산당 지도자 리리싼의 부인 리샤 숨져

리리싼(왼쪽)은 모스크바 억류 기간에 15세 연하의 러시아 여인 리샤와 결혼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이자 마오쩌둥(毛澤東)과의 노선 투쟁으로 유명한 리리싼(李立三·1899∼1967)의 러시아 태생 부인 리샤(李莎·리사 키스킨)가 12일 베이징에서 숨졌다. 101세.

중화망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문화대혁명기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중국에 남아 리리싼과 생사를 넘고 국경과 나이차를 초월한 사랑을 이어갔다”며 리샤를 추모했다. 부부의 사랑은 『생사절연(生死絶戀)』이란 제목의 소설로 출판됐다. 삶과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란 뜻이다.

 리리싼은 1921년 당원 53명으로 비밀리에 결성된 중국 공산당의 창설 멤버였다. 프랑스 유학중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함께 공산당 유럽 지부를 결성한 뒤 귀국한 그는 1928년 무렵부터 공산당의 최고 실권자가 됐다. 그는 도시 노동자들의 폭동을 통해 혁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리리싼 노선’을 내걸어 농촌에 혁명근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마오쩌둥과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였다. ‘한점 불꽃이 광야를 불사를 수 있다’는 말은 마오가 리리싼을 극좌모험주의로 비판하며 쓴 논문 제목이었다.

 리리싼은 1930년 창샤(長沙) 봉기에 실패한 뒤 코민테른에 의해 모스크바로 소환됐다. 러시아 귀족 가문 출신인 리샤와 실각한 열다섯살 연상의 혁명가의 사랑은 이 때 시작됐다. 리리싼의 모스크바 생활은 스탈린에 불려가 자아비판을 강요받고 비밀경찰에 끌려가는 등 수난의 연속이었으나 리샤는 리리싼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6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1949년 중국에 공산 정권이 수립되자 마오는 한때의 라이벌이던 리리싼을 불러 노동부장 직을 맡겼다. 하지만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리리싼은 문화대혁명의 시작과 함께 반혁명분자로 몰렸고, 부부가 함께 홍위병에 의해 거리에 끌려나가는 곤욕을 치렀다. 급기야 리리싼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무렵 중·소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러시아인들은 간첩 혐의로 몰려 박해를 받았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리샤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숨진 남편의 조국 중국에 남기로 한 것이다. ‘생사절연’이란 말은 여기서 나왔다.

문혁의 와중에서 리샤는 8년간 옥고를 치른 끝에 1975년에 석방됐고 개혁개방이 시작된 뒤에야 가까스로 명예회복 조치가 내려졌다. 그때부터 리샤는 줄곧 대학에서 러시아어 교육에 종사했다. 리샤는 99살이던 2013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세기 고난의 시대에 인성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말살하려던 세력들의 시도에 수차례 저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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