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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서남표와 박용성

양영유
논설위원
‘개혁 전도사’와 ‘Mr. 쓴소리’. 서남표 전 KAIST 총장과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을 지칭했던 말이다. 두 사람의 등장은 화려했지만 퇴장은 씁쓸했다. 서 전 총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잘나가던 교수였다. 52년 만에 KAIST 총장으로 금의환향한 2006년, “연구 안 하는 교수, 공부 안 하는 학생은 죽은 지식인”이라며 호통을 쳤다. 박 전 이사장은 2008년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직후 “간판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 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손목을 자르고 가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7년 남짓 대학을 이끌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현란한 수사(修辭)는 늘 화제였다. 덕분에 KAIST와 중앙대는 한껏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그러는 사이 구성원 피로감이란 숙주가 자랐다. 방향은 동감하지만 방법이 그르다는 원성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중도 하차했다. 서 전 총장은 ‘불통 리더십’ 벽에 부닥쳤고, 박 전 이사장은 ‘막말 리더십’이 부메랑이 됐다.



 요란했던 리더가 사라진 대학은 지금 어떨까. 먼저 KAIST가 궁금했다. 서 전 총장이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3년 2월 물러날 때까지 밀어붙였던 테뉴어(정년보장) 심사와 교수 성과급제, 장학금 지급 규정 등이 바뀌었다. 그에 반기를 들었던 교수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고 테뉴어 심사는 물렁해진 것 같았다. 당시 39명이 탈락할 정도로 깐깐했지만 최근엔 대상자 18명 전원이 통과했다. 물론 연구 성과가 좋아진 때문일 수 있겠지만. 며칠 전 미국 보스턴에 살고 있는 서 전 총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e메일로 물었다. “연구는 다른 학자가 아니라 역사와 경쟁하는 것이다. 역사에 남는 교수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은 숙명이다. 그걸 자극하려 했다”고 했다. 소통 과정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후회도 않는다는 얘기였다.



 교수들에게 “목을 쳐주겠다”는 막말 e메일을 보내 지난달 물러난 박 전 이사장 일도 알고 있었다. “중앙대가 발전하지 못하면 결국 희생자는 학생·교수·직원이 된다. 평가는 시간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동병상련 같았다. 사실 박 전 이사장의 입담은 평소에도 거칠었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모르는 교수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기자도 들은 적이 있다. “일을 내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2011년에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7개로 전격 통폐합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범훈 당시 총장은 그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 그의 과속은 박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옮긴 뒤 더 심해졌다. 본·분교를 통합하고 적십자 간호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리인의 권력을 이용해 반칙을 했다. 결국 박 전 수석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박 전 이사장도 15일 검찰에 출두할 처지다. 중앙대 교직원들은 자신들을 고단하게 했던 ‘거친 입’의 퇴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게 현실이다.



 서 전 총장과 박 전 이사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나도 두 사람의 개혁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학 개혁이 곧 국가의 미래이고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는 새겨 둘 만하다. 굼뜨고 방만한 우리 대학에 대한 경고 아닌가. 당장 2018년부터 고교 졸업자가 대입 정원보다 적어지고, 2023년엔 대입 정원이 16만 명 모자란다. 가만히 있어도 100여 곳은 문을 닫을 판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셀프 개혁’을 저어한다. 군살을 빼고 환부를 도려내려 눈을 부릅뜬 대학의 리더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강제 구조개혁’ 완장을 찬 교육부에 질질 끌려 다니며 비굴하게 정원 동냥을 하는 게 아닌가.



 대학 개혁은 숙명이다. 교수·직원의 기득권과 낡은 행정의 틀을 깨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 수술을 바로 총장과 이사장이 해야 한다. 개혁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구성원 마음을 얻어 함께 가야 한다. 그게 진정한 리더십이다. ‘개혁 전도사’와 ‘Mr. 쓴소리’는 구성원을 억지로 물가에 끌고 갔는지는 몰라도 보약을 먹이는 데는 실패했다. 불신의 촉수가 진정성을 찔렀다. 소신과 불통의 부조화가 남긴 교훈이다.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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