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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소비자원의 백수오 대응’ 이의 있습니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흰머리(白首)를 검게 하는(烏) 약재라 해서 붙여진 이름 백수오. 이 백수오만 썼다는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식용할 수 없도록 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게 이른바 ‘백수오 파동’의 줄거리다. 대가는 컸다. 많은 이가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수오 관련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백수오를 재배하는 농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산 투자자까지.



 이 와중에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끌어내리며 표정 관리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한국소비자원이다. 백수오 파동에서 소비자원이 보여준 활약은 인상적이다. 저항하는 내츄럴엔도텍을 한 방에 제압했다. 검사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 앞서 “이상 없음”이라 외쳤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홈쇼핑 업체들을 압박해 환불 조치라는 항복까지 받아냈 다. 영웅의 귀환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지켜보기가 불편하다. 마냥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한번 따져보자. 소비자원과 식약처의 검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건 100% 백수오 원료를 쓴다는 업체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가 언제부터 얼마나 유통됐는지, 가짜의 정도는 어떠한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검찰과 식약처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홈쇼핑 업체들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환불 방안을 정하겠다”고 주장하는 건 타당하다. 그런데도 소비자원은 홈쇼핑 업체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심지어 이미 먹어버린 제품에 대해서도 환불하라고 재촉한다. 환불할 근거도 없는데 말이다. ‘소비자 권익 보호’란 이름의 횡포다. 그러나 길게 보면 오히려 소비자 권익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업체들이 건강보조식품의 취급을 꺼릴 것이고, 이는 결국 관련 산업의 쇠락, 소비자 후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의 인체 유해성을 언급하는 데 신중했어야 했다. 소비자들이 강력하게 환불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제품이 가짜임은 물론이요, 몸에까지 좋지 않다는 소비자원의 주장이 한몫했다. 하지만 유해성에 대한 최종 결론은 식약처의 책임과 권한이다. 소비자원이 적어도 유해성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식약처와 사전에 조율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식약처가 그들과 다른 의견이라는 걸 이미 알았기에 협의가 무의미하다고 여긴 건 아닐까. 그렇다면 소비자원은 안전하지 않다는 ‘정해진’ 결론이 필요했던 것인가.



 소비자원이 식약처의 견해를 부정함으로써 식약처의 퇴로는 사실상 막혀버렸다. 향후 식약처가 “이엽우피소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해도 반발이 거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혼란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소비자원은 가짜 백수오를 가려냄으로써 정의를 세웠다. 그러나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만들었다.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얻은 교훈은 없었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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