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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강아지똥과 민들레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권정생(1937~2007)의 동화 『강아지똥』은 하찮고 쓸모없다 천대받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참새도 닭도 “에그, 더러워” 피해가던 강아지똥이 자신을 알아주는 민들레를 만나 거름이 돼 예쁜 꽃으로 피어난다. 작가 권정생 역시 강아지똥 같은 삶을 살았다. 일본 도쿄에서 빈민 생활을 하다 10대에 한국으로 왔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허드렛일을 하거나 걸식을 하며 전국을 떠돌았다. 1967년 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한 교회에 정착해 종지기로 일하며 글을 썼다. 스무 살에 결핵에 걸려 평생을 홀로 투병했다. 외롭고 고단한 삶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에게도 민들레가 있었다. 권정생이 서른여섯 살에 처음 만난 아동문학가 이오덕(1925~2003) 선생이다. 최근 출간된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책에는 열두 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30년간 주고받은 편지가 담겨 있다. 겨울날 교회 문간방에서 이오덕을 처음 만난 후 권정생은 “일평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 지껄일 수 있었습니다”라고 쓴다. 이오덕 선생은 가난한 후배에게 7000원을 부치며 “우선 급한 대로 양식과 연탄 같은 걸 확보하십시오”라고 말하고 그의 글을 알리기 위해 출판사를 떠돈다.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이오덕을 신뢰한 권정생은 아픈 몸을 추스르며 계속 글을 썼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이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세상을 살 만큼 살아본 나이에 만났지만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은 순수하고 맑았다. 하나의 생명이 하나의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 진심으로 아끼고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 때마침 이오덕·권정생과 하이타니 겐지로 등 한·일 동화작가 3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시청에 있는 서울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아이처럼 살다’다.



 전시를 돌아보며 ‘동심(童心)’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 ‘잔혹동시’ 논란에서도 핵심이 됐던 그 동심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이란 내용이 아니라 어떤 ‘태도’가 아닐까. 아름답고 건강한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건 아름답다고, 추한 건 추하다고 계산 없이 고백할 수 있는 마음. 내게 어떤 득실이 있는지 따지지 않고 누군가를 한껏 그리워하며 나를 내어줄 수 있는 태도. 이오덕 선생이 안동을 지날지 모른다는 소식에 “혹시 만나 뵐까 싶어 버스 정류소에서 서성거려 보았습니다”라고 쓴 권정생 선생의 수줍은 고백처럼 말이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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