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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교과서 넘어 논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

이수인양이 상대성이론의 내용을 학교 교실 칠판에 적으면서 스스로 묻고 답하고 있다. 수학·과학 등 개념 이해가 중요한 과목은 이런 식으로 자문자답하며 원리를 깨우친다.




창덕여고 2학년 이수인양

호기심 풀릴 때까지 배경 이론 파고들어

잡념 적어서 버리는 ‘멘탈 쓰레기통’ 활용

어릴 땐 학원 대신 궁금한 거 맘껏 공부




잠은 최대한 적게 자고, 과목별로 3~4권의 교재를 풀며, 엉덩이 힘이 강해 한 번 앉아 집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는 사람. 전교 1등에 대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창덕여고 2학년 전교 1등 이수인양은 조금 다르다. 잠은 하루 7~8시간 자고, 사용하는 교재도 수학을 제외하고는 1~2권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집중력이 남다르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영어유치원 같은 조기교육은커녕 수학학원도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 다녔다. 이양이 전교 1등 하는 비결은 뭘까.



스스로 묻고 답하는 자문자답 학습법



“상대성이론은 다른 방법으로 유도가 안 되나? 광원을 중심에 배치하면? 운동방향의 길이가 들어가 거리를 확정지을 수 없겠구나….” 7일 오후 6시 서울 창덕여고 2학년 2반 교실. 이수인양이 칠판에 수식을 그리면서 특수 상대성이론 개념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고 있다. 자문자답 학습법은 기본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수학, 물리 등의 과목을 공부할 때 많이 활용한다.



 자신에게 질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과서를 정독하는 게 필요하다. 보통 학생들은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교과서를 여러 번 읽지만 이양은 한두 번 보면서 개념의 큰 줄기를 잡는다. 교과서 내용만으로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어 이를 토대로 개념을 확장해 나간다. 예컨대 ‘근의 공식’에 대해 배웠다면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만 줄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공식이 나오게 된 과정을 증명해 보는 식이다. 이양은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면서 배경지식이 점점 쌓이고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교사들이 오답을 유도하려고 낸 난해한 문제까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성적을 받는 비결이라는 의미다.



 이양은 또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시험에 나올 내용만 골라 공부하는 보통의 모범생과는 다르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도 자신이 관심이 있는 내용은 확실히 알 때까지 깊게 파고든다. 이양은 “과학 교과서에 나온 이론은 과학자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결론만 실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과정·원리 등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 원문을 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후 상대성이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심화학습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소화하기도 벅찬데 영어논문까지 읽는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이는 학습 목표와 관련 있다. 그는 내신시험이나 대학입시만을 위해 공부하지 않는다. 고등학교는 앞으로 평생 공부하는 과정의 첫 단계라는 생각이다. 이양은 “대학입시가 끝나도 공부는 계속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지금 공부하는 게 당장 입시에는 도움이 안 돼도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양이 매일 방과 후 찾는 자율학습실 책상.




교실 책상 4분의 1 영단어 암기용 메모로



개념 이해가 핵심이지만 문제도 다양하게 푼다. 특히 최근에는 수학 과목에 더 집중하고 있다. 수학은 물리 등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과목이라는 생각에서다. 문제 풀이도 양보다는 질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오전 5시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수학 공부를 하는데 이때도 심화문제 위주다. 처음 문제를 딱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통해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하고 사고력을 키운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요령이 있다. 공부하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른 문제로 넘어가고, 다른 문제를 푸는 중간중간에 안 풀렸던 문제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거다. 이를 다섯 번 정도 반복한 후에는 답지를 보거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양은 “다섯 번 정도 고민해 봐야 답을 보고 문제를 풀어도 어느 부분에서 막혀서 답을 찾기 어려웠는지 알 수 있다”며 “하루 종일 안 풀리는 문제 갖고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문제를 풀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했을 때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수학과 물리 외에 다른 과목들은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는 틈틈이 공부한다. 사실 중학교 때는 영어 공부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도 있지만 원서 읽기와 미국 드라마 보는 걸 워낙 좋아한 덕분이다. 하지만 시험 대비용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문법과 어휘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문법은 학교에서 배운 걸 지문 읽을 때마다 적용한다. 학교에서 ‘that’의 용법에 대해 배운 후에는 지문에 나올 때마다 ‘관계대명사’인지 ‘접속사’인지 파악해보는 식이다. 어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활용한다. 단어장이라고는 하지만 작은 포스트잇에 앞면에는 영어 단어, 뒷면에는 뜻을 써놓은 게 전부다. 중요한 건 포스트잇을 붙인 위치다. 학교 책상에 붙여놓고 틈날 때마다 보면서 익히는 거다. 현재 책상의 4분의 1정도를 이 영어 단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양은 “영어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immaculate(티 하나 없이 깔끔한)와 같이 잘 안 외워지는 단어들도 이렇게 암기했다”고 말했다.





시험 2주 전부터 타이머 켜고 문제 풀기



이양이 좋은 성적 받는 비결은 또 있다. 시간 분배 연습이다. 특히 내신시험 2주 전부터는 수학 공부할 때 항상 50분 타이머를 켜놓고 문제를 푼다. 고등학교 올라와 처음 본 수학 시험에서 시간 분배를 잘못해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시험 종료 시간이 10분 남아있는데 10문제가 남은 거예요. 뭐부터 풀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 10문제를 전부 찍어서 냈어요. 시험 결과는 참담했죠.” 처음으로 수학 과목에서 4등급을 받았다. 중학교 때는 시간이 부족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탓에 시간 안배 훈련의 필요성도 몰랐다. 이를 계기로 시간 분배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멘탈 쓰레기통`
 집중력을 높이는 그만의 방법도 있다. ‘잡념노트’와 ‘멘탈 쓰레기통’이다. 잡념노트는 학습 집중력을 방해하는 머릿속 상상의 나래를 그대로 글로 옮겨 적는 거고, 멘탈 쓰레기통은 기분 나쁜 말이나 상황을 글로 적은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의미한다. 예컨대 수학 시험에서 계산실수를 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때는 종이에 “암산 트레이닝을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계산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쓰고 책상 위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식이다. 이양은 “필요 없는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머릿속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공부만 하는 모범생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공부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학교에서는 뮤지컬 동아리를 만들어 부장을 맡고 있고, 주말을 이용해 비올라도 배운다. 또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5세 때부터 소설도 쓰고 있다. 현재는 영어로 된 공상과학소설을 집필 중이다. 2017년 2월에 독립출판(셀프 퍼블리싱)으로 책을 출간하는 게 목표다.



 이양이 이렇게 반듯하게 자란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엄마 신경숙(55·서울 오금동)씨는 이양을 학원가로 내몰기보다 평생에 한 번뿐인 유년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왔다. 학원뿐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학습지도 시키지 않았고, 한글도 신문이나 책 등을 보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도왔다. 영어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가르친 적도 없다. 신씨는 “모든 것에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찍부터 경쟁사회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형화된 틀 안에 갇혀있기 보다 자유롭게 사고하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키우고, 자신만의 공부법도 찾은 거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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