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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연대' 가두행진 벌이자 아버지 사진 든 푸틴

러시아의 상징인 모스크바 붉은 광장이 최신 무기들로 뒤덮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서 구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퍼레이드는 이날 오전 의장대가 러시아 국기와 1945년 독일 베를린의 의회 지붕 위에 내걸렸던 소련의 '붉은 군대(赤軍)' 승전기를 붉은 광장으로 들여오며 시작됐다.

2차 대전 당시 명성을 날린 T-34 탱크와 수호이(Su)-100 자주포뿐 아니라 최신형 T-14 아르마타 탱크와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광장을 가로질렀다. 첫 선을 보인 T-14 아르마타는 시속 80㎞, 사정거리 8㎞로, 미군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시속 64㎞, 사정거리 3㎞)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관심거리였다. 야르스 미사일은 레이다에 잘 포착되지 않아 미국의 미사일 방어(MD)망도 뚫을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통한다.

공중에서도 러시아는 군사적 위용을 과시했다. 최신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Su)-35,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 등이 하늘을 날았다. 6대의 수호이-25 전투기가 흰색·청색·적색인 러시아 국기 색깔의 연기로 상공에 띠를 그리는 공중쇼도 펼쳤다.

1만6000명의 군인들과 200대의 군사 장비, 150대의 전투기·헬기가 동원됐다. 어린이들은 옛 소련 병사 제복을 입고 참전용사들에게 꽃을 건넸다. 볼쇼이 극장 앞은 군가로 가득 찼다.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30만명의 시민들은 '불사(不死) 연대' 가두행진을 펼쳤다. 이 행진은 2차대전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참전용사의 사진을 들고 나와 추모하는 행사다. 구 소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2700만명이 숨지는 최악의 피해를 입었지만 전쟁에선 이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버지인 고(故) 블라디미르 스피리도노비치 푸틴의 초상화를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대조국전쟁(1941~45년 독일과 소련의 전쟁)때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스부르그) 수비대에서 싸웠다. 푸틴은 “단극(單極)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세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앞세워 세계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비록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헌을 언급하며 미국·프랑스 등에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건 소련 군대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이 당시의 동지들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0년전만 해도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옆에서 60주년 행사를 치렀지만 올해 70주년 행사에는 (참석해야 할)동맹국들이 없었다"며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인도·몽골·쿠바 등 27개국 지도자들만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참석 국가는 2005년 60주년 전승 기념식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쟁 참전용사인 안드레이 파플렌코(87) 예비역 대령은 “우리는 승리했지만 축하 행사에 동맹국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건 굴욕적이다”고 말했다. 나치 어린이 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보리스 자렛스키(78)는 "더 이상의 '전승기념일'은 없으면 좋겠다"며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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