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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면 과정 공개 … 미국은 공공복리 위한 행위로 규정

외국에서도 국가원수의 사면권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절대왕정 시절 군주의 은사권 전통이 민주주의 체제 확립 이후에도 남아 있어서다.

 군주의 사면권이 법으로 보장된 것은 15세기 영국의 헨리 7세 때부터다. 보통법(Common Law)으로서 군주의 사면권은 미국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1787년 연방헌법을 제정하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최초로 실정 헌법에 담았다.

 하지만 현대 민주국가에서 사면권의 법적 의미는 왕조시대와 다르다는 게 현대 법학계의 정설이다. 군주의 사면권이 신민(臣民)에게 은혜를 베푸는 개념이었다면 현대 민주국가에선 형사사법체계의 허점을 보완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27년 ‘비들 대 페로비치(Biddle vs Perovich)’ 사건에서 이 같은 전통을 세웠다. 법정의견을 쓴 올리버 웬들 홈스 연방대법관은 “사면은 공공복리(Public Welfare)를 위한 행위이지 권력을 가진 개인이 내리는 은사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2001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140건의 특사를 무더기로 단행해 논란을 빚었다. 코카인 소지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이복동생 로저 클린턴과 탈세혐의를 받고 스위스에 도피 중이던 석유재벌 마크 리치 등이 포함됐다.

 미국 법학계가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인정한 것은 클린턴의 사면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이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대통령의 사면권을 헌법에 보장하고 있지만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테러범죄나 전쟁범죄 옹호, 반인륜 범죄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며 법원에 의한 간접통제도 가능하다. 법원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면 받은 피의자의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사면을 취소하지는 못하지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권한이 사법부에 주어져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은 ‘특사권 행사는 고등사법회의의 자문에 의한다’고 명시해 사면 과정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특별사면령을 행사할 때는 총리와 관계 장관의 부서(副署)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연방헌법인 기본법에 연방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기본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불과 네 차례만 이뤄졌을 정도로 사면권 행사에 신중하다. 사면 전 해당 법원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도록 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면은 법률의 획일성이나 경직성, 수사 과정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만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사면권 행사가 공공복리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권의 전통은 절대군주의 은사권에서 시작됐지만 사법 선진국에선 공익 차원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적으로 사면권이 행사된다면 형사사법체계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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