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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PC’ 시대 … 돈 되는 건 데이터 동영상·게임 등 IT 생태계 활성화될 듯

지금은 KT에 합병된 한국통신프리텔(KTF)은 1999년 9월 ‘손 안의 인터넷’을 내세우며 유·무선 인터넷 포털 사이트 ‘퍼스넷’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캐릭터와 벨 소리를 다운받고 텍스트 기반의 뉴스·증권 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2년 후인 2001년 9월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후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해 동영상·쇼핑·금융거래에 모바일TV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지난 8일엔 가입자들에게 음성·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새로운 휴대전화 요금제가 선보였다. 스마트폰 요금제 4.0 시대다. 가입자들의 이용 패러다임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데 발맞춰 만든 요금제다.

포문은 KT가 먼저 열었다. KT는 8일 국내 처음으로 월 2만9900원부터 음성통화·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요금만 받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6만 원대 이상 요금제에서 가능했던 데이터 무제한 이용도 5만 원대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데이터를 이월하거나 당겨쓸 수 있는 이른바 ‘밀당’ 방식도 선보였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세계적 추세
경쟁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협의중이다. 협의를 마치는 대로 2만 원대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현재보다 낮은 요금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이르면 오는 15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 최순종 마케팅 전략담당 상무는 “고객의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를 선두로 한 이통사의 데이터 요금 경쟁은 음성과 문자는 더 이상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백이자 이제는 데이터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선언이다. 이통사들은 “복잡한 요금체계를 간단히 하고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나온 요금제”라고 설명하는데 그 배경엔 모바일 기기 사용 패턴의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통신 이용 행태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에 대해 따로 요금을 매길 필요가 없다. 데이터 사용량에만 요금을 매겨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통신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무선데이터 트래픽(데이터 양)은 2012년 12월 4만7963테라바이트(TB, 1TB=1024기가바이트)에서 올해 3월엔 12만4915TB로 3배가 됐다.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고음질·고화질의 음악이나 영화 등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서다. 이는 스마트폰이 전화기가 아닌 ‘손안의 TV’ ‘휴대 인터넷 단말기’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가입자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2012년 12월 1580만 명에서 올해 3월에는 3760만 명이 됐다. 통신업계에서는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신 트래픽(데이터양) 비중을 1대 99 정도로 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종화 통신전파연구실장은 “이번 KT의 요금제는 카카오톡·보이스톡 같은 서비스 때문에 음성·문자 수입원을 잃는 상황에서 고객확보와 통신망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판도 변화는 미지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이 한창이다. T-모바일이 데이터 중심의 저가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가 가세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이제 음성요금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KT의 새 요금제는 국내 경쟁사뿐 아니라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선제 대응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이 이통사 스프린트 등과 손잡고 한 달에 20달러만 받고 음성·문자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이통사 시장 판도 변화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당장 통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로 꼽히는 1인당 평균매출(ARPU) 예상이나 고객이동 전망도 조심스럽다. SKT와 LG유플러스가 어떤 요금제를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승규 KB투자증권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요금제는 ARPU의 증가·감소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기존에는 6만1000원에 데이터 무제한이었는데 이제 5만9900원에 무제한 쓸 수 있으니 1100원 정도 하락 요인이 있지만 더 많은 가입자를 무제한 요금제로 끌어들이면 ARPU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장기적으론 데이터 수요를 늘리면서 수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T전문가인 박용후 PYH대표는 “집과 차를 줄여 살기 힘든 것처럼 고화질·고음질 서비스를 경험하고 나면 저용량 데이터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고용량 데이터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앞으로 콘텐트와 앱 시장,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나태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동영상· 음악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KT의 올레TV 모바일, 지니(음악서비스), SKT의 무비 플러스, 멜론(음악 서비스), LG유플러스의 유플릭스 무비 같은 것들이다. 데이터 수요를 늘리고, 콘텐트 사용료로 부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요금제 개편이 연관 산업들에는 빛과 그림자를 함께 드리운다. 데이터를 부담없이 쓸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물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전화, 모바일게임 산업 등은 더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에 싼 음성통화 요금으로 가입자를 늘려 왔던 알뜰폰 업체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염태정·김경미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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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