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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짬뽕 먹고 ‘충~성’ 샷 일등병 셋, 3개 프로 대회 1등

허인회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골프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6일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허인회 일병이, 28일 끝난 KPGA 챌린지 투어(2부 투어) 3회 대회에선 맹동섭 일병이, 30일에는 양지호 일병이 4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상무 소속 선수들이 1, 2부 3개 대회를 연달아 휩쓸었다.

 상무팀은 1984년 만들어졌다. 골프팀은 96년 골프 선수의 체력관리 목적으로 운용하다 3년 만에 사라졌다. 김형태가 마지막 선수였다.

 그러다 올 2월 한시적으로 골프팀이 다시 만들어졌다. 오는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비해서다. 올해 대회에 북한이 참가하겠다고 선언해 문경의 상무 부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한다. 남북대결에서 북한에 질 경우 인공기에 경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군 책임자들은 예민하다. 북한이 골프팀을 내려 보낼 리는 없다. 그래서 남북대결 가능성도 없다. 그렇지만 골프선수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왼쪽부터) 맹동섭, 박현빈, 허인회, 김무영 감독, 방두환, 양지호, 박은신이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 끝난 뒤 거수경례를 하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사진 KPGA]
군인대회 남자 금, 여자 동메달 목표
상무 골프팀은 남자 8명, 여자 2명,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남자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난 엘리트다. 지난해 일본 프로골프투어에서 최저타 기록을 세운 허인회(28·JDX) 등 프로골퍼 6명에 현재 국가대표인 아마추어가 2명이다. 실제 군인체육대회 참가 엔트리는 6명이다. 선발전을 벌여 2명이 탈락하게 돼 있다. 대표에서 탈락한 2명은 전방 일선부대로 자동 복귀해야 한다. 김무영 감독은 “평소 친한 선수들인데 선발전 중에는 서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했다.

 여자 선수를 뽑기 위해 전 군에 모집 공고를 냈는데 4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오은화(45) 준위와 정주현(22) 하사만 선발전에서 80대를 치고 2명은 100대 타수를 쳐서 결국 두 명만 뽑았다. 오 준위는 국방부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취미로 골프를 했다. 정주현 하사는 중학교 때 잠깐 골프를 한 경험이 있다. 오 준위와 정 하사는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도 80대 후반에서 90대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대회에 나간다는 긴장감 탓이라고 김무영 감독은 해석했다.

 남자는 당연히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노린다. 미국이 라이벌이 될 전망이다. 여자는 단체전 동메달을 따면 다행이라고 본다. 여자도 미국과 남아공이 강하다.

 상무 선수들은 매일 아침 1.5km를 달린다. 일주일에 한 번은 6km 구보를 한다. 상무팀의 최고 스타인 허인회는 사회에서 ‘게으른 천재’로 불렸다. 체력 운동을 거의 안했다. 처음엔 8명이 뛰는 구보에서 8등을 하다가 지금은 적응이 되어 중위권으로 들어올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선수들은 매일 오전 체력단련장에서 힘을 키우고 오후엔 문경 중부대학교 내부의 군 연습장에서 공을 친다. 1주일에 한 번씩 체력 테스트를 해서 결과를 부대장에게 보고한다. 결과가 나쁘면 상무에서 나가 일반 부대로 보내질 수도 있다.

 남자 선수들은 KPGA의 협조를 받아 1, 2부 투어에 나간다. 상무 선수들은 3개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했지만 상금은 받지 못했다. ‘군인체육대회 대비 훈련’ 차원인 데다 군인들은 영리활동을 할 수 없어서다. 맹동섭 일병은 “돈을 받지 못하지만 골프 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은 아마추어 대회에 몇 차례 출전할 예정이다.

클럽 헤드 커버에 제대 날짜 새긴 허인회
상무 선수들이 먹는 음식은 군부대치고는 좋은 편이다. 음식은 군인이 아니라 찬모들이 만든다. 돼지갈비찜 등이 포함된 1식 6찬에 음료수는 무제한 제공이다. 아침에는 밥이 나오지만 시리얼과 빵 등도 먹을 수 있다. 서열은 공식적으론 계급에 따른다. 선수들끼리 있을 때는 나이에 따라 형, 동생 한다. 28세 동갑나기인 허인회와 맹동섭 일병은 계급이 가장 낮지만 나이는 가장 많다.

 국방부 시계는 천천히 돈다. 허인회는 “입대한 지 5개월인데 3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헤드커버에 제대일인 2016년 9월8일을 적어 놨다. 고참들은 “그 날이 과연 올까”라면서 그를 놀린다. 현재 상무팀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전역하면 골프팀은 사라지게 돼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인 JDX가 상무팀을 후원하고 있어 성적이 좋을 경우 존속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은 상무 선수들이 처음 출전한 대회였다. 선수들은 긴장한 탓인지 첫날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 참가한 여섯 명 중 가장 고참인 방두환 상병 한 명만 언더파를 치고 나머지는 오버파를 기록했다. 81타를 친 선수도 있었다. 그날 선수들은 평소 보다 강한 점호를 받았다.

 김무영 감독은 “경례하는데 손가락 사이가 벌어지는 등 군인 본분을 망각한 모습이 보였다. 군기가 빠진 모습이 보이면 대회 출전을 취소하고 부대로 복귀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상무에서 내보내 일반 부대로 원대복귀 시킨다”고 말했다.

 둘째 날 선수들의 경기력은 확 좋아졌다. 첫날 보다 평균 3타가 줄었다. 그래도 첫날 성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3명은 컷탈락했다. 그 3명은 포천 8군 휴양소에서 몽베르 골프장까지 약 10km를 행군해야 했다. 김 감독은 “이긴 군인과 진 군인이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컷을 통과한 허인회는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더니, 마지막 날 7타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했다. 군기의 승리였다.

 컷탈락해 벌로 골프장까지 행군을 했던 맹동섭 일병은 허인회가 우승한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챌린지투어(2부 투어) 3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맹 일병과 함께 걸었던 양지호 일병도 다시 이틀 뒤에 2부 투어 4회 대회에서 우승해 군기가 위력을 발휘했다.

 훈련 중 식사비는 한 끼 4300원인데 대회에 나오면 8000원으로 늘어난다. 방두환 상병은 “대회에 나오면 경기 중 한 끼를 거르니까 그걸 모아서 좀 더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 프로미 오픈이 열린 4월23일 선수들은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다. 철저한 개인 스포츠지만 선수들은 단체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숙소에서 대회장까지 오전, 오후 조로 나뉘어 교통편은 단 하나씩만 운행된다. 오전 조는 가장 일찍 티오프하는 선수에 맞춰서 함께 버스를 타야 했다. 오후 조도 마찬가지다.

 허인회는 입대하기 전에 퍼팅을 앞두고 자신의 공에 마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마크를 하면 오히려 부담이 생겨 더 성공률이 낮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마크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결정은 허인회가 하는 것이 아니다. 군대가 한다. 허인회가 큰소리로 외쳤다.

 “대충 친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린 위에서 마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신중하게 퍼팅 하겠습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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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