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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왜 종교가 필요한지 묻는다면

고대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희한하게 생각하는 것은 등장인물이 거의 다 신을 믿고 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다. 신의 이름은 다양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옛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종교를 가졌고 신을 믿고 기도했다. 이것이 희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엔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이 가진 사람보다 더 많다. 세속주의는 증가하는 추세다. 기독교를 포함해 거의 모든 종교는 수세에 몰려있다. 그러기 때문에 누가 교회를 다닌다고 말하면 일단 반갑고, 누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에 윤리적 가치를 부여한다. 신앙인은 일단 그 사실로서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옛날에는 선한 사람 뿐 아니라 악한 사람도 신을 믿고 종교를 가졌다. 골리앗이 다윗과 싸울 때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의 관점에서는 다윗이 선한 사람이고 골리앗이 악당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부리던 이집트의 파라오도 믿던 신이 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옛날엔 신앙의 유무를 가지고 사람의 좋고 나쁘고를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종교를 가졌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오늘날이 옛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신앙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에서는 신앙의 신실함을 확인할 수 없다. 믿고 싶어서 믿는 게 아니고 믿어야 되기 때문에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짜 신앙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인간의 윤리도 선이나 악을 선택할 수 있을 때에야 선행이 귀중한 것과 마찬가지다. 신앙의 강요는 위선을 낳는다.

또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없고 자연이 두려운 탓에 절대적인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시절보다는, 우주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음에도 신앙을 가지는 것이 더 의미있고 귀중하다고 본다. 과거엔 신앙이 무지함의 결과요 미신적일 가능성이 많았다. 천둥이 치면 신이 노했다고 생각하고, 바다에 풍랑이 일면 바다의 신이 노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인간은 미신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믿는 것은 심리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고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성숙한 믿음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생존에 대해 매일 염려하던 시대에 필연적으로 신에게 매달리던 때보다 생존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과거보다 더 생활이 편안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믿는 것이 더 성숙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더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살기가 어려웠던 2000년 전에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다면, 생존의 문제가 반드시 신앙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떡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을 찾기 보다는 떡만으로는 살 수 없기에 하나님을 찾는 것이다.

근대시대에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종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 포스트 모던 사회는 세상을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시대가 낳는 문제들은 이전엔 없었던 문제들이요, 과거의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들이다. 우리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하는 해답을 위에서 얻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영준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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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