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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칼럼] 더 내고 더? 덜 내고 덜?

은퇴 후에 국민연금을 원래 예정액보다 더 받게 된다면 환영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현재 한국 국민연금의 1년치 지급률은 1%다. 40년 가입 기준으로 현직 때 평균 소득의 40%를 은퇴 후에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노년은 고단하다.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은 빈곤에 시달린다. 연금은 용돈 수준이다. 이럴 때 국민연금을 현직 때 평균소득의 50%로 올리겠다는 말은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다.

문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점이다. 연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더 받든, 덜 받든 우선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금고를 채운 다음에(또는 채워 가면서) 곶감 빼먹듯 보험금을 타야 하는 구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마련한 연금개혁안은 이런 순서를 얼버무렸다. 내는 돈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리면서 감언이설로 국민을 현혹하려 했다. 그래도 국민의 의식은 살아 있었다.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번 연금개혁안의 원래 대상은 공무원연금이었다. 그런데 막판에 뜬금없이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모든 게 헝클어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기서 논의를 매듭짓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전면 재협상하는 험난한 길을 앞에 두고 있다.

관심은 국민연금 개혁으로 쏠린다. 여야가 논의대상이 아닌 국민연금 개혁에 불을 확 지르면서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민감한 부분이 공론의 장으로 올라왔다. 기회가 온 것이다.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현재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로는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지금 제도는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이 추세로 가면 2060년이면 국민연금은 고갈된다. 그나마 이것도 2003년 1차 재정 추계 당시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예측이 나오자 보완책을 마련한 결과다. 2007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시 60%인 소득대체율을 점차 낮춰 2028년에 40%로 조정하는 안을 통과시켜 금고가 바닥나는 시기를 13년 연장했다.

다행인 것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우리는 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금 재정을 평가하고 향후 제도개혁을 하기 위해서다. 2060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말은 지금 기준대로 보험료를 덜 걷고, 연금 보험금을 더 주었을 때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뒤집으면 보험료를 더 걷거나 연금을 덜 주면 고갈 시기를 늦추거나, 영원히 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텅 빈 금고를 후손에게 넘기는 건 도적질이다. 다음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2018년이다. 그 이전이라도 연금제도를 고쳐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 가입자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40% 기준)은 9%이다. 소득의 9%를 연금 보험료로 낸다는 얘기다. 보험료로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26개국 중 한국보다 보험료율이 낮은 나라는 이스라엘(6.9%)뿐이다. 소득대체율이 50%를 넘는 이탈리아는 보험료율이 33%에 달한다. 많이 받으려면 많이 냈고, 덜 냈으면 덜 받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여야가 국민연금 문제를 꺼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건 과정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국민투표를 하거나, 내년 총선 또는 2017년 대선 때 여야가 공약으로 내세워라. 더 내고 더 받거나, 덜 내고 덜 받거나,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정치권의 야합은 연금 도적질이다.


김종윤 경제산업 에디터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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