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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모비우스의 시대공감] 이머징 마켓 외환보유액 좀 줄면 어때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들 국가의 많은 외환보유액은 지난 20년 동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액은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고, 또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채권의 주요 투자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전문가들은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추가적인 큰 폭의 감소 위험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8조 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점에 달했던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전년 동기대비 1145억 달러 감소한 7조7400억 달러가 됐다.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자료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머징마켓은 여전히 세계의 주요 채권국이다. 또 바람직한 인구 구조와 강한 경제성장 전망치를 볼 때 이머징마켓 전체적으로는 선진국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성장률을 2.4%로 예상한 반면, 이머징·프런티어마켓 성장률은 4.3%로 전망했다.

나는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 감소가 전체적인 거시경제 측면에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감소의 영향이 이머징마켓 자체보다 선진국에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줄곧 이어져 온 엄청난 증가세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다.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엄청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04년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몇 나라를 제외하면 현재의 외환보유액은 단기 자금조달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이머징마켓 국가들에게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은 결정적이었다. 특히 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엔·마르크화 같은 외화를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도구로 썼다. 몇 나라를 제외하면 이머징마켓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과거의 문제가 됐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미래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거나 중앙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뢰를 쌓았다. 따라서 지금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연동시키지 않는다. 환율 방어를 위한 막대한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서 외환보유액 수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말이다.

마침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전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에 대한 시의적절한 학술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저금리의 원인이 투자하려는 사람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저축하려는 사람이 넘쳐나서인지 여부다. 버냉키는 세계적인 저축 과잉을 문제로 보는 반면, 서머스는 경기침체가 인구 증가와 맞물린 투자기회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필요한 수준의 투자에 비해 저축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실질 금리를 낮춰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리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낮은 금리는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정책금리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다. 버냉키의 관점에서 보면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 감소는 이들 국가의 저축률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가능한 수준의 정책금리에 준하는 실질금리 상승을 유도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가능하고, 대부분은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연동시키지 않는다. 금리를 정하는 데 보다 자유롭게 된 것이다.

물론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단기적으로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해외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는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확보하는 중요한 원천이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 감소가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외자 유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자원 보유국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과거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직접투자로만 결정되지 않고 무역 흐름에 따라서도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주식·채권의 추이를 단정지어 연관시키기는 불가능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이 존재하고 특정 시장을 파고들 여력도 충분하다. 따라서 외환보유액 수준은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다. 이머징마켓 외환보유액 감소가 미끄러짐(slip)이 아니라 일시적인 변화(blip)라고 보는 이유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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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