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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머리 흔드는 개혁

공무원 연금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분 개혁의 목적은 기득권을 줄이고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은 공무원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힘센 집단의 기득권을 줄이는 일이니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최고조에 달해 이번 개혁은 상당히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은 지난 일 년여 동안 논의하였던 수많은 안에 비하여 개혁의 강도가 가장 후퇴한 안으로 여겨진다. 향후 국민연금과 통합을 염두에 둔 구조개혁의 모습도 찾기 어렵고, 모수개혁(연금 구조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도 재정절감의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내는 만큼 받는 수지균형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개혁의 과정에서 항상 보는 스토리일 수 있지만 갑자기 끼어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장이라는 조항은 진정 황당하다.

1988년 소득대체율 70%로 출발한 국민연금은 부담하는 보험료에 비하여 너무 높은 지급수준이었기 때문에 조기 재정고갈이 우려되었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현행 노사 각각 4.5% 이상 올리는 것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1998년에 60%, 2008년에 50%,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인하되었다. 이렇게 저부담 저연금의 기조로 전환되었지만, 현행의 국민연금도 내는 만큼 받아 가는 수지균형이 되기 위해서는 대략 두 배 이상의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개혁도 시급한 문제였으나 여야 모두 부담스러운 논의이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돌이켜 보면 현재 여야 모두 야당일 때는 국민을 의식하여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개혁에는 반대하였으며, 여당일 때는 재정적자의 문제를 고려하여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재미있는 아이러니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논의의 끝자락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집어넣는 것은 공무원연금개혁의 문제점을 흐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금번의 개혁안에서 줄어드는 공무원연금 재정은 절감이 아니라 엄청난 빚의 일부 축소이다. 따라서 이를 국민연금 개혁에 투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다.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다.

고령화 시대에 국민 전체의 노후생활보장과 재정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 교원, 군인연금 전체를 같은 틀에서 재정 추계를 하고 종합적인 개혁의 방향을 설계하여야 한다. 각각의 기준에 따라 성장률이나 인구 추계 등을 다른 기준으로 따로따로 한다면 재정 추계의 면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인도 어렵다.

또한 퇴직금제도와 개인연금을 포함하는 사적연금 제도도 전체의 노후생활보장의 틀 속에서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특정집단의 과도한 기득권을 낮추고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은 재정적자의 해소와 민관의 형평성 제고가 그 출발점이었다. 따라서 관련되는 국민연금이나 사적연금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개혁안의 도출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공무원연금개혁은 그 자체로 논의를 종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개혁에서 미진한 것이 있다면 다시 모든 연금제도를 전체 국민의 노후생활보장이라는 한 틀 속에 놓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공무원연금개혁안 자체를 아예 출발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경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전공은 고용과 노동. 저서 『비정규직 문제 종합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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