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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평가단이 간다] ‘날아라 슈퍼보드’‘식객’‘제7구단’ TV·영화 넘나든 허영만 만화 세상

‘제7구단’ 전시관 앞에 선 허영만 화백.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 중 일부입니다. 4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만화입니다. 40년간 만화를 그려온 허영만(68) 화백의 1990년 작품이죠.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허영만전-창작의 비밀’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소년중앙 학생기자 자매인 박혜미(15·홈스쿨링 이하 동일)·율미(14)양과 막내 소미(10)양이 전시회가 정식 개장 전날인 28일 미리 방문했습니다.

직접 일일 도슨트로 나선 허영만 화백의 안내를 통해 전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공식 기자간담회에도 참여해 또박또박 질문을 던졌습니다.

날아라 슈퍼보드(1990년) | TV 시청률 43% 기록

“이 만화를 그릴 때 『드래곤볼』이라는 일본만화가 히트하고 있었어요. 서유기를 원전으로 시작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걸 보고 나도 같은 방식으로 시도해봤지요. 이걸 그릴 때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나도 더 이상 어린이 만화는 그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지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전시관 캐릭터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관객들을 맞이하는 주인공이 사오정이다. 보통 어린이 키만 한 입체조형물은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처럼 실감난다. 『날아라 슈퍼보드』가 처음 연재할 당시의 원래 제목은 『미스터 손』. 2부부터 현재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하늘을 나는 슈퍼보드를 가지고 있는 손오공과 머릿살 주름에 귀가 파묻혀 늘 동문서답을 하는 사오정, 거대한 산도 일격에 날려버리는 바주카포를 가지고 다니는 정의의 돼지 저팔계와 이들을 이끌고 여행을 떠나는 삼장법사가 등장인물이다. 1990~2002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비트(1994년) | 90년대 신세대의 불안한 성장담

허 화백의 메모를 모아 전시한 공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주제가 가득 담겨 있다.


“젊은이들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의 그림체를 대폭 바꾼 작품이에요. 패션잡지를 놓고 스케치 연습을 많이 했어요. 완결본은 태국에서도 출간됐지요. 태국 판본은 발행부수가 워낙 적어서 원고료 대신 금열쇠 하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비트』는 90년대 신세대들의 성장만화다. 199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비트』는 1997년 김성수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정우성과 고소영, 이병헌이 스타로 떠오르고 그해 전국 흥행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괴로운 고3 생활을 겪는 주인공 민이의 모습이 1997년 IMF를 겪은 청년들의 고민과 겹쳐지며 넓은 공감대를 확보했다. 오토바이 위에서 두 팔을 벌리는 정우성의 모습은 이후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패러디로 재탄생했다. 전시장의 ‘비트’관에서는 스케치 원화와 만화책 실물, 그리고 영화의 주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타짜(1999년) | 1·2부 합쳐 천만 관객 모은 영화로

일일 도슨트가 되어 직접 전시에 대해 설명한 허 화백.


“은퇴한 3명의 타짜를 만나 인터뷰한 것이 이 만화의 시작이었죠. 만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부분은 아무래도 손입니다. 거의 전부 내 손을 보고 그렸어요. 전문 타짜들이 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참고하기도 했고요. 오른손을 보면서 그려야 하는데 나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잖아요. 왼손으로 자세를 취한 뒤 거울을 앞에 두고 비친 모습을 보며 오른손처럼 그려야 했지요.”

총 4부로 구성된 대작 장편만화 ‘타짜’의 뜻은 모든 방면에서 능통한 자라는 뜻이다. 도박판의 승리자를 다루면서 인간의 삶 자체에 녹아있는 승리와 패배, 배신과 속임수, 운명과 의지를 이야기했다. 1부를 영화화한 ‘타짜(감독 최동훈)’는 6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부를 영화화한 ‘타짜2(감독 강형철)’는 4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TV 드라마와 온라인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손을 묘사한 스케치 원화와 함께 ‘타짜’의 영화 콘티와 시나리오가 전시됐다.

제7구단(1985년) | 신생구단 예언한 야구만화

체험평가단으로 전시장을 둘러본 박율미·소미·혜미 양(왼쪽부터)


“일본이나 미국은 프로야구단이 많은데 우리는 6개 구단밖에 없는 것이 불만이어서 시작한 만화입니다. 새로 생긴 구단에 고릴라를 등장시킨 것은 만화적 발상이었죠. 그런데 매번 홈런을 때리는 고릴라는 처음만 그럴듯했지 금방 싫증 날 것이 뻔했죠. 그래서 또 다른 고릴라가 나타나고 치타, 원숭이 등이 등장해서 야구장은 동물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타짜’ 전시관을 지나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거대한 입체 조형물이 등장한다. 등번호 44번을 단 고릴라가 타석에 서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고릴라가 야구도 하나?” “샥스팀에 상어가 나타나야지!” 야구 방망이를 한 손에 쥔 고릴라의 눈빛엔 자신감이 가득하다. 허 화백은 취재를 위해 프로야구 선수와 감독들을 직접 만나고 야구 전술까지 공부했다. 글러브를 끼는 법, 구종(공을 던지는 종류)과 구속에 따라 달라지는 그립, 포지션별 글러브 같은 부분이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교본이 될 정도로 섬세하게 잘 묘사돼 있다.

식객(2003년) | 구성에만 4년 걸린 대작 요리만화

“만화가 흑백이라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어요. 대충 보고 스케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지요. 실제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섬세하고 먹음직스럽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카메라도 많이 동원해 자료사진을 확보했지요.”

‘식객’ 전시관의 입구를 들어서면 검은 벽면에 적힌 글귀들이 눈에 띈다. 허 화백이 전시장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고른 문구들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아흔아홉가지 나물노래를 외울 줄 알면 3년 가뭄도 견뎌낸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귀를 지나면 『식객』 속 화려한 그림체가 곁들여진 원화들이 등장한다. 실제 스케치에 사용한 유기그릇이 장식된 ‘팔도냉면 여행기’부터 ‘김치 담그는 법’까지 만화 속에서 금방 빠져 나온 듯 생생하게 벽면에 살아났다. 총 27권의 방대한 이야기는 2008년 SBS에서 24부작 드라마로 제작됐고 2010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기자간담회 현장 인터뷰

각자 추억 돌아보는 시간 되길


―이번 전시를 계획한 취지는 뭔가요.

“과거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허영만의 만화를 보여주는 것이에요. 처음 전시를 제안받았을 땐 거절했어요.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데 뒤를 돌아봐야 하나’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전시 자체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임을 깨달았지요. 이번 전시가 성공하면 제2, 제3의 만화 전시회도 성공적으로 열릴 테니까요.”

―관람객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연령대에 따라서 관심 작품이 다를 것 같아요. 10~20대라면 『날아라 슈퍼보드』『식객』『꼴』등에 관심을 가지겠지요. 50대 이상이라면 제가 처음으로 낸 히트작 『각시탈』(1974)을 추천해요. 관객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소소한 기억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만화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조언을 한다면.

“만화는 지름길이나 왕도가 없어요. 결국 승부는 책상 앞에서 얼마나 오래 있는지가 결정해요. 영화나 소설을 많이 보고 남의 장점도 많이 모방해보세요.”

―어릴적 꿈이 만화가였나요.

“중·고교 때 꿈은 서양화가였어요. 아버지께서 멸치를 잡으셨는데 그게 썩 신통치 않아서 대학을 갈 때쯤 집안이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서울로 상경해 그 길로 지금까지 만화를 그렸지요.”

―『식객』을 추가로 연재할 계획이 있나요.

“아뇨. 일단 쭉 진행해가던 기가 꺾이면 열정을 다시 살리기는 힘들어요. 사실 일본에서 인기 만화를 100권씩 연재하는 사례처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렵더군요. 취재비도 만만찮고요. 현재로선 중앙일보에서 진행하는 ‘커피 한잔’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체험평가단 후기

박혜미 | 커피를 주제로 한 만화를 연재 중이지만 사실 커피 한 잔도 못 마신다는 허영만 선생님. 늘 새로운 것을 찾아 취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율미 | 독서방법을 묻는 질문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부지런히’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허영만 만화가가 스스로에게 늘 하는 말 같았다.

박소미 | 전시회에서 본 몽골의 작은 말은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아서 칭기즈칸의 정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15만 페이지 역사를 쓰고 있는 허영만 만화가도 만화계의 작은 몽골 말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허영만展 - 창작의 비밀
허영만展 - 창작의 비밀
기간 7월 19일까지
장소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매주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요금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문의 070-7533-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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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