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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는 왜 한국화장품에 열광하는가

[여성중앙] 요우커는 중국어로 ‘여행객’이란 뜻으로, 통상 중국 여행객을 일컫는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의 여행 목적은 대개 쇼핑이고, 그중에서도 한국 화장품에 집중되어 있다.



1 지난 해 롯데면세점 최다 매출액을 기록한 후 천기단 자생 에센스와 비첩 화현 에센스.

2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 펑리위안은 중국 여성들의 뷰티 멘토다.

3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을 차세대 한류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1 명동 내 가장 많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요우커는 이곳의 최대 방문 고객이다.
2 EXO를 네이처리퍼블릭의 모델로 기용한 중국어판 광고 포스터.
3 베이징 팍슨 백화점 내 설화수 매장. 설화수는 중국인이 열광하는 한방 화장품 중 하나다.
4 설화수의 베스트셀러는 윤조에센스와 자음수, 자음유액이다.
5 달팽이 성분을 좋아하는 펑리위안 여사의 영향으로 요우커들에게 인기몰이 중인 미샤 금설 24K 골드 스네일.


명동의 지형을 뒤흔든 요우커의 위력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대접 받는 곳, 우리나라 중심가 명동이다. 지난 2014년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00만명을 육박했고, 이들이 지출한 돈은 14조원에 달했다. 한국을 찾아 쇼핑을 즐긴 집단은 소황제 세대(15~35세, 1979년생 이후)로 불리는 젊은 여성 집단과 40~50대가 주를 이뤘다. 최대 쇼핑 품목은 한국 화장품으로, 이들이 소비하는 뷰티 시장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기타 아시아 지역의 뷰티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뷰티를 중심으로 한 한류, 일명 ‘K-뷰티’라는 신조어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요우커를 대상으로 조사한 상위 10개 쇼핑 품목을 살펴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내내 1위를 차지했던 것은 역시나 화장품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자주 찾는 쇼핑 장소는 시내 면세점(60.7%), 명동(42.8%), 공항면세점(30.1%) 순(중복 응답)이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국경절 기간에 특히 화장품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의 매출이 단연 눈에 띄었다. 롯데면세점에 입점된 LG 생활건강의 ‘후 천기단 화현 3종 세트’가 10월 한 달 매출 1위를 달성했던 것. 31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인데도 2만 여 세트의 판매고를 올리며 면세점 만년 1위인 루이비통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면세점 뿐만이 아니다. 요우커는 명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집단이 되었다. 요우커가 늘면서 명동 내 화장품 숍의 개수가 급증하게 됐다.

2012년 6월, 명동 내 화장품 소매점 수가 38개에 그쳤던데 비해 2014년 11월을 기준으로 127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10개, 이니스프리 8개, 잇츠스킨 7개, 더페이스샵·에뛰드하우스·토니모리는 각 6개씩으로 조사됐다. 명동에 가장 많은 매장 수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월드점의 방문객 수를 살펴봤다. 평일에는 약 3000명, 주말에는 약 5000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며 그중 중국인 비율은 70%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일본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적은 20%에 그쳤다.

1, 2 지난 해 요우커를 흔들었던 한류 스타는 드라마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 속 배우들이었다.
3 전지현 효과를 증명하는 대표 제품인 한율의 자운단 보습 진정밤.
4 소녀시대 윤아는 중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시아 최고 미인으로 꼽혔다.
5 이니스프리는 배우 이민호 효과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지도가 급증했다.


소황제 세대의 롤 모델이된 한국 여배우들

요우커들이 한국 화장품과 한국의 뷰티 트렌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류에 불을 지핀 국내 드라마와 아이돌 그룹의 영향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주 소비층으로 불리는 ‘소황제 세대’의 여성들이 롤모델로 삼는 여배우들과 여자 아이돌들이 이들의 구매욕을 자극시키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동경하며 그들의 피부 관리 노하우와 애용하는 화장품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중국에서 진행한 ‘중국인이 뽑은 올해 아시아 최고 미녀 톱 10’에서는 1위 소녀시대 윤아, 2위 소녀시대 제시카, 6위 소녀시대 태연, 10위 배우 박신혜 등 국내 아이돌과 여배우가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이 뽑은 국내 미녀들 중 윤아는 이니스프리, 태연은 네이처리퍼블릭, 박신혜는 마몽드 등 각각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요우커 유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드라마는 배우 이민호, 박신혜 주연의 ‘상속자들’과 배우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였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전지현 효과는 대단했다. 그녀가 모델로 활동했던 아모레퍼시픽 ‘한율’의 ‘자운단 보습 진정밤’이 한 달 사이에 일평균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한 것.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한율의 ‘진액 스킨’도 덩달아 호황을 맞아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그녀가 드라마 속에서 데이트하기 전에 발랐던 ‘라네즈 세럼 인텐스 립스틱 네온 오렌지’는 방영 이후 한 달 간 단품 판매량이 전월 대비 4배나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후’는 대장금 이후 중국 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영애 효과’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실제로 면세점 내 ‘후’ 매장 방문객의 95%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이영애 효과는 ‘후’가 면세점 판매 1위 브랜드로 등극하는데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드라마 ‘상속자들’의 배우 이민호를 모델로 기용한 뒤 중화권 국가에서 인지도가 급상승되었다.

지난 연말에는 배우 김수현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 연말 시상식장에서 잠시 카메라에 잡힌 그가 때마침 립밤을 사용해 화제가 되었던 것. 방송이 나간 뒤 중국 네티즌들은 립밤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대한항공 1등석의 기내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LG생활건강 ‘다비’의 립밤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제품은 ‘김수현 립밤’이라 불리며 요우커들의 대량 구매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역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방영 이전 대비 매출이 3배가량 늘어났다.

1 원조 한류 스타 송혜교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라네즈.
2 한국 뷰티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제품은 BB 크림이다. 기내지 내 미샤 광고 포스터.
3 아시아 여성들의 쿠션 사랑에 힘입어 글로벌 뷰티 브랜드 랑콤에서도 최근 쿠션 제품을 출시했다.
4 자외선 차단, 주름 개선, 미백 효과 등의 기능이 더해진 Re:NK 벨벳 CC 쿠션.
5 출시한 지 얼마 안 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미샤 M 매직 쿠션_시양.
6 글로벌 넘버원 쿠션으로 자리매김한 라네즈 스노우 수딩 비비 쿠션. 중국 지역별 화장품 시장 조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중국 내 매거진 어워드에서 30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럽산, 미국산 제치고 아시아인을 위한 한국산 화장품

세계적인 뷰티 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의 로레알 그룹은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생활환경과 피부 타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 여성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꾸준히 아시아 여성들에게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다년간 기술력을 축적해온 결과, 기존 중국 여성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을 시작하면서 중국 현지 여성들의 피부 타입을 조사하고 임상 실험을 거치며 이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워터 슬리핑 라인을 출시하기 전 중국 내 상해지역과 내륙(북경과 하얼빈) 지역을 구분해 임상실험을 거쳤다. 여기에 제품이 출시됨과 동시에 황사와 미세먼지를 비롯해 다소 건조한 기후가 연일 이어지면서 중화권 여성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짐승젤’로 통하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도 큰 반응을 보였다.

메이크업 제품 중에는 쿠션 제품을 빼놓을 수 없다. 요우커는 물론 아시아 전 지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제품은 ‘라네즈 스노우 수딩 비비 쿠션’이었다. 2013년 초에 출시된 후 500만개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밀리언셀러에 등극해 아시아 전역에 걸쳐 공통 1위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중 밀착력이 탁월한 텍스처와 수분을 머금은 쿠션 제형은 촉촉하고 깨끗한 피부 표현을 선호하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핑크 베이지, 샌드 베이지 등 아시아 여성들의 피부 톤에 맞춘 컬러를 출시한 것도 한몫했다.

이 제품은 글로벌 론칭 후 연일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특히 쿠션 제품은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유럽과 영미권 여성들도 관심을 보이며 BB크림 이후 대표적인 K-뷰티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이에 프랑스 화장품 기업 랑콤에서도 쿠션 제품을 출시하며 다시 한 번 K-뷰티의 영향력을 입증하게 되었다.

홍삼 등 한방의 세계에서 시작된 K-뷰티의 미래

국내 화장품 중에서도 한방성분과 홍삼 등을 활용한 제품은 오래 전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윤조에센스, 자음2종, 자음생크림 등은 모두 국내 면세점 베스트 상품을 기록했다.

탕웨이, 고원원 등 중국 톱 배우들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구매 추이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정관장 동인비의 ‘홍삼오일’, 네이처리퍼블릭의 6년근 고려 홍삼 추출물을 담아 만든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 크림’도 요우커들이 즐겨 찾는 제품이다.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효과도 있었다. 그녀가 달팽이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애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여성들이 해당 성분으로 만든 제품에 주목하게 된 것. 이는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과 방한 당시 동대문 어퓨 매장에서 ‘셀 튜닝 스네일 겔 마스크’를 구매했던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펑리위안 여사가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후 두 달 동안 해당 제품의 매출이 무려 104% 급증한 것이다.

이 분위기에 이어 에이블씨앤씨의 미샤에서는 스네일(달팽이 점액질), 씨네이크(뱀독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성분), 24K 금 성분 등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고, 그중 ‘미샤 금설 24K 골드 스네일 4종 세트’가 높은 판매 수치를 보이고 있다.

요우커 성형 시장의 변동 역시 K-뷰티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시켰다. 양악, 가슴 확대, 지방이식은 물론 피부과 시술을 한꺼번에 받는 요우커들이 최대 3개월 여동안 한국을 머물며 각종 뷰티 서비스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 피부과 시술 후 빠른 회복을 돕는 진정 제품들은 물론,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미용실과 스파, 네일숍까지 찾아 간다.

K-뷰티의 영향력은 비단 화장품 뿐 아니라, 성형과 에스테틱 등 다방면에 걸쳐 뻗어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여성들은 일본의 뷰티 트렌드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세계는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 여자들의 화장품과 뷰티 습관에 주목하고 있다.


기획 여성중앙 조한별,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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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