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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단체가 50% 명시 요구” … 야당이 밀어붙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혔다. 반쪽, 졸속이란 오명을 달더라도 4월 국회 회기(5월 6일) 내에 처리되는 듯했던 여야 합의안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시’라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엉뚱하게 국민연금과 연계하려는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 여론이 들끓었고, 청와대도 제동을 걸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소생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 없는 2015년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줬다.

3월 12일 50% 첫 공론화 김성주 “의외로 여당이 받아들여”

김성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가 처음 공론화된 건 3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의 기자회견이었다.

 김 의원은 7일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하고 기초연금의 소득대체효과 5%를 더해 50%를 언급한 것”이라며 “올해 46.5%인 소득대체율이 2018년 45%까지 내려가는데 최소한 그 정도는 유지해야 연금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연금정책 전문가인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 “내심 45%를 받아들일 걸로 예상하고 협상 카드로 50%를 제시했다”며 “그런데 의외로 여당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50%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건 공무원단체의 요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단체로선 깎인 돈을 공적연금 강화에 쓴다는 명분이 내부 설득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그게 없었으면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실무기구에 참여한 공무원단체가 4월 17일 제시한 합의문 초안에는 ‘명목소득대체율의 인상’이라고만 돼 있지 50%는 없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깨려는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5월 1일 조윤선 “50% 최종문구, 합의한 날 아침까지 몰라”

조윤선
지난 1일 오후 7시20분쯤 국회 본청의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자장면 10그릇이 배달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 민현주 원내대변인, 그리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등이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실무기구 합의안 문구와 관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와 ‘50%를 목표로 한다’는 두 가지 안이 있다”며 “최종 합의안이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겠다. 맡겨달라”는 취지로 보고를 했다. 조 수석은 “‘50%로 한다’는 너무 단정적이다. ‘50%를 목표로 한다’로 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 뒤 김 대표는 조 수석에게 “청와대에 가서 잘 설명하라”고 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회의가 오후 10시 넘어 끝난 뒤 실제 실무기구에서 최종 합의안이 나온 건 2일 새벽 2시쯤이었다. 최종 문구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최종 합의안은 곧바로 청와대에 전달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당시 ‘50%로 한다’고 합의해 놓고 합의안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조 수석도 (2일 아침까지는) 최종 문구를 몰랐다”고 했다. 조 의원도 “마지막 합의 내용을 청와대는 몰랐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5월 2일 여당 “합의 안 돼 숫자 빠져” 야당 “여당 사실상 동의”

김무성(左), 문재인(右)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일 서명한 여야 대표 합의문에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란 문구는 없다. 새누리당은 “합의가 안 돼 빠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새정치연합은 “합의는 했지만 문구엔 빠진 것”이라고 했다.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야당도 숫자를 못 넣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협상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공무원단체에 명분을 줘야 한다. 어차피 50%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조원진 의원), “야당이 합의문에 숫자를 넣자고 해 ‘안 된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새누리당 관계자)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측은 “합의문 초안에는 50%가 분명히 있었다. 새누리당도 사실상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6일 최고위원회에서 “당초 합의문 초안에 있던 내용인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찾아와 ‘실무기구 합의문에 명시돼 있으니 (대표 합의문에) 숫자가 없어도 된다’고 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양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익명을 요청한 새정치연합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50%’를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다면 합의문에 어떻게든 넣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문 대표가 순진하게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5월 7일 청와대 “알던 것과 달라” 여당 “수석이 보고 잘했나”

김성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문구를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갈등이 불거진 건 2일이었다. 실무기구 합의문에 50%가 포함된 걸 청와대가 이날 오전 뒤늦게 인지하면서다. 조윤선 수석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찾아가 “소득대체율 인상을 명시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 결과 오후 5시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합의문에는 50%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연계됐다는 게 알려지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특히 “모든 부담을 젊은 세대에 떠넘겼다”는 비난이 주말 동안 들끓었다. 4월 국회 마지막 날인 6일 새정치연합이 50%를 명시하자고 요구하면서 새누리당의 의견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오전 의원총회에선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해 친박계와 강경파가 반발했다.

 7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합의안)논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 땐 ‘그냥 듣고만 있으라’고 해놓고, 이제 와선 ‘함께 논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대응을 자제했 지만 당에선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합의 과정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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