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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한·미·일 다자채널로 꽉 막힌 한·일관계 우회로 뚫어야”

“일본과 할 얘기가 있으면 만나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양자일 필요는 없다.”(국민대 이원덕 일본학연구소장)

 외교 전문가들은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정상회담을 하기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주미대사를 지낸 연세대 최영진(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본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후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면 국내 여론이 감당 안 될 수 있다”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자 관계가 부담스럽다면 다자 관계에서 문제를 풀라고 제안했다. 조세영(전 외교부 동북아국장) 동서대 특임교수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가 너무 돌출돼 한국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다”며 “한·중·일, 한·미·일 등 다자를 통해 우리 요구를 일본 측에 전달하고, 협력할 것은 해 가며 관계 개선을 해 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한·중·일 3국 협력 복원’을 거론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제의했다.

 이원덕 소장은 “양자 관계에서는 각국이 가진 국력만큼 역할이 규정되지만 다자 관계에서는 다르다”며 “중·일 갈등은 근본적으로 패권 다툼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며 “한·중·일 3각 구도에서 한국은 밸런스 파워(중재력)를 발휘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도 “한국은 미국·중국과의 관계가 모두 좋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외교적 환경이 좋은 측면도 있다”며 “동아시아 균형, 한반도 평화 등 굵직한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다자회의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 간 두 차례의 중·일 정상회담은 모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같은 다자회의에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도 APEC 등 다자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몇 차례 만났지만 정상회담을 한 적은 없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유명환 세종대 이사장은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단독으로 정상회담을 여는 건 정치적 부담이 있다”며 “다자회의에서 만나면 부담이 작을 수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왕웨이(인턴)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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