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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전체를 적 만들면 안 돼 … 한국, 군자표변 용단을”

일본 내 지한파 인사들은 한·일 정부 간 갈등보다도 양국 국민이 서로에게 점점 더 나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을 진정한 한·일 관계의 위기라고 봤다. 한국인은 “일본이 너무한다”고 생각하고, 일본인들 사이에선 “한국에 질린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양심’들에게 위기의 한·일 관계를 풀 해법을 들어봤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朝日)신문 주필은 지난 5일 전화 인터뷰로,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전 주한 일본대사와 마나베 유코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주최하는 3국 기자단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와카미야 전 주필은 “박근혜 정부가 열심히 해왔지만 이젠 방향을 전환할 때”라고 조언했고,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의 내셔널리즘 표출은 자신감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마나베 교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 기저에는 무관심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살짝 계기 만들면 아베 정부도 변할 수 있어
◆와카미야 전 아사히신문 주필


“아베 정부 내에도 한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들이 분명 있다. 한국이 살짝 계기를 만들어주면 아베 정권은 변화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은 ‘책임은 100% 일본에 있으니 일본이 알아서 다 해결하라’는 것 같다. 이는 무책임할 뿐 아니라 ‘한국은 우리와 관계를 잘 다져나갈 생각이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는 내가 봐도 지금 한국의 대일 외교는 일본인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 있다. 슬픈 일이다.

보통 일본인 중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도 ‘(한국으로부터의) 비판은 이젠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에서 ‘이젠 우리를 제발 그냥 내버려 둬’라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원칙과잉 외교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는 자국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군자표변(君子豹變·군자는 허물을 고치기 위해선 아주 빨리 변한다)’이란 말이 있다. 타협의 기술이기도 한 외교에서는 더욱 중요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한국의 국익을 위해 지체 없이 외교 기조의 방향을 ‘리셋’할 필요가 있다.”


일본, 한·중에 악감정 최고 … 오랜 불황에 자신감 잃은 탓
◆오구라 전 주한 일본 대사


“한·중을 향한 일본 대중의 악감정이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 10~15년간 일본의 경제가 나빠지는 동시에 중국과 한국이 빠르게 부상하며 일본인들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잃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내셔널리즘의 표출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감 상실의 표현이다. 자신감 상실을 내셔널리즘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국력이 강해지고 있는 한·중이 이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국내 정치적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현재 한·일 사이에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오구라 전 대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주춧돌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당시 주한대사였다). 그땐 김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의 의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동력이 부족하다. 종전 70년을 맞아 한·중·일 3국이 너무 정치적 이슈에만 몰두하지 않기를 바란다. 3국 사이엔 2000년의 교류 역사가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아선 안 된다.”


한국, 친일 낙인 때문에 호감표현 못하는 문화 극복을
◆마나베 유코 도쿄대 교수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연구해 보면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 기저에는 무관심과 관심 회피가 깔려 있다. 그 위에 한류 등 문화적 관심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전후 국가와 개인의 정체성을 분리해 묻는 경험이 별로 없이 여기까지 흘러왔 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갔을 때 많은 한류 팬이 혐한(嫌韓)으로 돌아섰다고 본다. 일본인에게 이 전 대통령은 국가를 상징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한류 팬은 ‘나는 열렬히 한류 스타를 사랑했는데 이 대통령, 즉 한국이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 저변에는 상대방을 자신보다 낮게 보는 무의식적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제국주의적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인식과 태도)’이 깔려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의 시작은 일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의 구조를 깨닫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한국에선 친일이란 낙인 때문에 일본에 대해 호감을 표출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 한국인의 우선 과제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장세정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왕웨이(인턴)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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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