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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키워준 팀 못 떠나, 부폰의 길 걷는 김진현

세레소 오사카가 2부리그로 강등된 뒤에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잔류를 선택한 김진현. [오사카=공동취재단]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수문장이다.

 대표팀 ‘넘버 3’ 골키퍼였던 그는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넘버 1’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1m92cm의 장신인 김진현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필요한 순간 갑자기 쭉 뻗어 나오는 만화 가제트 형사의 팔을 닮았다 해서 ‘가제트 팔’이란 별명도 얻었다.

 아시안컵 이후 김진현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 소속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가 2014 시즌 18개 팀 중 17위에 그쳐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많은 1부리그 팀들이 김진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09년 세레소에서 프로에 데뷔해 줄곧 뛴 김진현은 아시안컵을 위해 호주로 떠나기 전 팀 잔류를 결심했다.

 지난 4일 일본 오사카의 세레소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진현은 “골키퍼는 최후방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이 강한 포지션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팀과 서포터스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상황이 나쁘다고 피하는 건 남자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도망친다면 축구인생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시련이 닥칠 때마다 그럴 수 있다. 축구는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일인데 고작 이런 일(강등)로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현은 ‘의리의 남자’ 로 불리는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7)과 같은 길을 택했다. 부폰은 2006-07 시즌 팀이 2부로 강등됐지만 잔류해 한 시즌 만에 승격을 이끌었다. 2009년 세레소 입단 첫해 승격을 이뤄낸 김진현은 또 한번의 승격을 꿈꾸고 있다.

 세레소는 올 시즌 J2리그 8위(5승3무4패)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등번호 21번 김진현 유니폼을 입은 세레소 오사카 팬들은 훈련장까지 찾아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레소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만 모이는 선수회 모임에 예외적으로 외국인 선수 김진현을 꼭 부른다. 김진현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목표는 1부리그 승격”이라고 말했다.

 김진현은 아시안컵 전까지 대표팀에서 넘버 3 골키퍼였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김진현을 중용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진현은 “난 줄곧 대표팀 세 번째 골키퍼였다.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주전 골키퍼로 직접 부딪혀 보니 책임감이 느껴졌다”며 “슈틸리케 감독님이 아시안컵 준결승 직후 ‘넌 한국에서 어떤 골키퍼도 해 보지 못한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자신있게 뛰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김진현은 무릎에 연골이 거의 없다. 2010년 부상을 당한 뒤 연골 제거 수술을 받았다. 연골이 없기 때문에 경기 중 점프 후 착지를 할 때마다 무릎에 통증이 온다. 하지만 김진현은 ‘부상 때문에, 2부리거이기 때문에 실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경기력에 지장 받는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대해 묻자 김진현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못 갔지만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며 “난 10점 만점에 2~3점짜리 선수다. 그렇지만 내 축구인생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시안컵은 내 인생의 반환점이었고, 제2의 축구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사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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