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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책에 … 실손보험사 웃고 소비자 마음 다치고

직장인 심모(29)씨는 지난 3월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설계사로부터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 부담이 두 배로 오르니 서둘러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고서였다. 실제로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10%와 2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실손보험료 자기부담금을 4월부터 일괄적으로 2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비 중 가입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 수준이 너무 낮아 과잉진료가 성행하고, 보험료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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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자기부담금이 10%인 실손의료보험은 지금도 여전히 팔리고 있다. 입법예고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규개위) 심의 문턱에 걸려 시행이 지연된 탓이다. 개편방안은 4월 중순에야 규개위를 통과했다. 결국 금융위는 개정안을 당초 계획보다 다섯 달 늦춘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7일 밝혔다. 심씨는 “빨리 가입하지 않으면 선택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에 꼼꼼히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지도 못했다”며 “절판마케팅에 이용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사와 설계사들은 톡톡히 재미를 봤다. 1월 19만건, 2월 20만건 이던 10개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계약실적은 3월에는 53만건으로 급증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9월 시행을 앞두고 또한번 절판마케팅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성급히 내놓은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규제하겠다는 상품이 오히려 불티나게 팔려나갈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덜컥 소비자의 선택권부터 제한하고 나서는 방식은 문제라는 지적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나왔다. 금융당국은 자기부담금이 올라가는 대신 매달 내는 보험료는 내려가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는 뚜렷했다. 그간 실손보험 가입자 3000만 명 중 자기부담금 20%짜리를 선택한 비율은 채 1%에도 못미쳤다. 보험료를 좀 더 내는 한이 있어도 의료비를 적게 내겠다는 가입자가 그많큼 많았다는 얘기다. 규개위 역시 금융당국이 들고온 대책에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심사를 연장한 것도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상품에 대한 규제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므로 소비자와 의료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규개위의 ‘개선 권고’에 당초 입법예고안의 내용도 상당부분 바뀌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항목 중 자기부담금 부분과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금융위는 급여와 비급여 항목 모두 자기부담금을 20% 이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예컨데 의료비가 100만원이 나온다면 가입자가 20만원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규개위의 권고에 따라 금융위는 비급여 항목만 20%로 올리고, 급여항목은 1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급여항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심사를 받는 만큼 금융위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생길 여지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의료비 총액이 같더라도 급여항목과 비급여 항목의 금액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달라진다. 의료비 100만원 중 급여항목이 30만원, 비급여 항목이 70만원이 경우 자기부담금은 17만원이 된다.

 여기에 자기부담금 상향 조정을 1년만 효력을 갖는 일몰조항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규개위측은 “자기부담금을 20%로 올리더라도 (금융위 설명대로) 보험료가 안정화할 것인지 불확실하다”면서 “근본적 해결책인 보험금 심사·확인체계를 마련하도록 기한을 설정한 것”고 배경을 설명했다. 1년 안에 제대로된 대책을 만들라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나가는 MRI·CT 등 고가 비급여 항목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적정성을 심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관련 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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