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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정부 개혁의 상징인 공무원연금법의 개정이 무산되려는 위기에 놓여 있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의 조건으로 내세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여당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언론은 정치권의 무책임성을, 야당은 여당의 약속 위반을, 그리고 여야 모두 비주류는 당 지도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대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 발표와 동시에 시작된 공무원노조의 여의도 시위 구호가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연금법 개정 절대반대’에서 ‘공적연금 개선’으로 바뀐 것은 바로 작금의 상황을 예측한 이들의 절묘한 전술이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되려는 위기를 맞아 이를 기존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모두를 개혁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 1988년 당시 국민연금 설계 책임을 맡았던 필자의 제안이다.

 우선 88년부터 실시된 국민연금은 그후 두 차례의 수정 과정에서 보험료율은 기존의 9%에서 전혀 인상하지 못한 반면, 소득대체율만 당초의 70%에서 40%로 낮추는 조치가 취해졌다. 공적연금이 시작된 지 20년도 안 돼 연금액을 이렇게 큰 폭으로 낮춘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 결과 국민연금이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것을 계기로 보험료율을 ‘마의 벽’인 10% 이상으로 인상하는 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국민연금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국민연금은 이미 오래전 적자 상태로 전락한 공무원연금과는 달리 향후 상당 기간 흑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다른 공적연금과 통합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동시 인상과 더불어 기존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연금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균등 부분과 비례 부분의 가중치가 같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매우 강력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다른 공적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민연금에서 균등 부분의 비중이 높은 것은 설계 당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기초연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에 도입됐고 이 제도가 지난해에 기초연금으로 확대·개편됨으로써 국민연금에서 균등 부분의 비중은 당연히 축소돼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균등 부분을 축소하는 것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반대여론을 무마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공적연금의 통합 과정을 원활히 하는 긍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기존의 기초연금 역시 복지 부문의 가장 큰 당면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빈곤 해소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를 세 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노인 자살률 역시 부끄러울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빈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로 떠오를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이후에도 노인빈곤율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기초연금의 대상이 70%로 너무 넓은 반면, 연금액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대상을 빈곤노인으로 한정시키고 이들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연금액을 인상하는 근본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 경우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65세 이상은 기초연금으로 통합시키는 조치가 아울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계기로 ‘공적연금 강화와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가 설치돼 앞에서 제기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이 마련되고 그 결과를 입법화하기 위한 ‘국회특별위원회’가 운영된다면 현재의 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회적 기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백년대계 차원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과 언론에 설명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열정과 정치력을 겸비한 인사들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여야 정치권 역시 연금에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당리당략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이 장기적 재정 안정을 기하면서도 당면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 대다수에게 적절한 수준의 노후생계를 보장해주는 공적연금제도를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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