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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E tech NEW trena] 아이언맨이 놀라겠군 … 전력 질주 이 친구들


영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Iron Man)’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로봇 슈트(Suit·옷)’를 입고 적을 무찌른다. 힘의 원천은 가슴에 꽃아 넣은 ‘아크 반응로’다. 여기서 1기가와트(GW) 짜리 원자력발전소 12개에 맞먹는 전력을 만든다. 첨단 물질과 몸이 ‘발전소’인 셈이다. 영화지만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니다.

 아이언맨처럼 신소재와 인체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실제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그 뇌관을 당긴 게 바로 스마트시계·의료장치·운동밴드 같은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다. 포화 상태라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다. 이런 웨어러블 기기를 쉽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신(新)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 고려청자 후예의 ‘전기 세라믹’ 도전

한국세라믹기술원의 김종희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플렉서블 하이브리드 세라믹’. 구부려도 깨지지 않고, 전기도 발생한다. [사진 한국세라믹기술원]
 6일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 자리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세라믹기술원. 나노융합지능소재팀의 김종희 박사가 새로운 가공법으로 개발한 세라믹 물질로 전기 발생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세라믹은 흙에서 뽑아낸 금속·원소로 만든 소재를 말한다. 고려청자 같은 도자기를 비롯해 유리·타일·시멘트 같은 게 모두 세라믹이다. 최근엔 에너지·IT·바이오의 첨단 소재로도 각광받는다.

 당초 김 박사 연구팀은 ‘구부러지는(플렉서블·Flexible)’ 세라믹을 만들려 했다. 세라믹은 도자기처럼 가루를 구워서 만드는데 깨지기 쉽다는 고질적 단점이 있다. 구부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가루를 잉크처럼 만든 뒤 3차원(3D) 프린터를 통해 뿌린 것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여기에 플라스틱을 잉크로 만들어 덧입혔다. 이렇게 2개의 공정을 뒤섞은 결과 자유롭게 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이종·異種) 세라믹’이 나왔다. 현재 휴대전화 부품 700여 개 중에서 80% 이상이 세라믹 소재다. 전자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게 하는 기능 등을 하기 때문에 필수품처럼 쓰인다. 맘대로 굽혔다 펴는 세라믹이 있다면 전화기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카이스트의 조병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열전 소재’. 체온을 전기로 바꿔주며 자유롭게 구부려져 손목 등에 장착할 수 있다. [사진 카이스트]
 올 초 김 박사는 내친 김에 ‘압전체(壓電體)’ 연구에 들어갔다. 압전체는 누르거나 만졌을 때 전기를 만들어내는 소재다. 원료는 보통 납·지르코늄·티타늄(PZT) 등이다. 예컨대 부산 서면 지하철역엔 바닥을 밟으면 ‘압전 세라믹’이 전기를 만들어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전광판으로 야구게임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도 ‘전기 개찰구’가 있다. 승객들이 통과하면서 압전판을 밟아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김 박사는 “하이브리드 세라믹을 구부려 전기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부산이나 도쿄 지하철역의 압전 기술과 달리 구부러진 압전체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부러진 압전체 기술이 상용화될 만큼 발전하면 팔꿈치나 무릎에 작은 칩으로 만들어 붙여 놓고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구부러지면서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걸로 본다. 그 칩을 스마트시계 등에 장착하면 배터리가 되는 것이다.

김종희
 응용 분야는 다양하다. ‘첨단 의료’도 그 중 하나다. 예컨대 심장 근처에 압전체로 만든 ‘센서 칩’을 넣어 박동수·혈압 같은 정보를 측정해 본인의 휴대전화에 전송한 뒤 의사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복잡한 신체 장기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소재가 필수다. 또 칩의 크기를 줄이려면 면적이 큰 2차원 기판 대신 3차원 프린팅 등을 통한 입체 설계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용적률’을 높여 작지만 기능이 많이 들어간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산자부는 세계 세라믹 시장의 규모가 현재 440조원에서 2025년엔 84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본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도 75조원에서 220조원까지 불어날 걸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바이오용 ‘첨단 세라믹’의 비중이 50%에서 70%까지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일본 교세라(교토세라믹)·무라타·TDK와 미국 코닝 같은 선진국 업체들 기세가 등등하다. 그만큼 원천 기술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 36.5℃의 힘 … 체온을 배터리로

 다행히 ‘웨어러블 충전’ 분야에선 최근 국내 연구진들의 도전과 성과가 만만치 않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의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은 금속공학을 통해 지난달 초 새로운 ‘열전(熱電) 소재’를 개발했다. 열전 소재는 뜻 그대로 열을 전기로 바꾸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기존 소재보다 성능을 2배 높였다. 금속가루에 열과 압력을 가해 덩어리로 만드는 기술을 썼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루의 결합을 촉진하기 위해 액상을 추가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

 미래부 연구개발정책과 관계자는 “상용화 수준을 100%로 볼 때 그동안 미국·일본 등지에서 개발한 열전 소재의 성능이 40%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70% 정도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실려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강원대·성균관대 연구진도 함께 참여해 거둔 성과였다.

향후 이 소재를 옷에 부착하면 체온을 전기로 바꿔서 웨어러블 기기의 동력원으로 쓸 수 있다. 또 자동차·공장의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꿔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조병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연구팀이 얼마 전 개발한 기술은 체온으로 옷감 안팎의 온도차가 생길 경우 반도체에 전기가 흐르는 원리를 이용했다. 특히 그는 비스무트·텔루륨 같은 금속을 섞은 뒤 유리섬유 위에 프린팅했다. 그러자 얇고 가벼우면서도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열전 소재가 탄생했다. 굴곡이 많은 사람의 몸에 붙여서 배터리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엔 유네스코가 뽑은 ‘세계 10대 IT 혁신기술’에 포함돼 언론 조명을 받았다.

 조 교수는 “기존에 이미 상용화된 열전 소재들이 있지만 딱딱하고 입을 수 없는 형태였다”며 “우리 기술은 이를 사람 몸에 장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만든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벤처기업 ‘테그웨이’를 공동창업해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상용화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미국 버클리대·MIT와 독일·러시아에서 연구를 많이 하지만 사람 몸에 유연하게 두를 수 있는 소자는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 몸의 온도가 낮아 스마트폰 충전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 에너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 ‘착한 에너지’를 수확하라

영국의 페이브젠은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축구장에 ‘압전 장치’가 달린 발판을 깔았다. 어린이들이 밟으면 전기가 만들어져 야간에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사진 페이브젠 홈페이지]
 꼭 첨단 소재나 체온이 필요한 건 아니다. 코오롱은 최근 아웃도어 재킷에 ‘윈드 터빈 제너레이터’라는 자가 발전기를 달았다. 시속 15㎞ 이상의 바람(산들바람 수준)이 불면 재킷에 달린 바람개비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비상시에 휴대전화 등을 충전하는데 쓸 수 있다.

 어찌 보면 세라믹과 열전 소재, 풍력 재킷 모두 ‘무공해 에너지’다. 버려지거나 활용하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주변의 에너지를 모아 전기로 바꾸는 걸 ‘에너지 하베스팅(harvesting·수확)’이라고 한다. 버려진 낱알 줍듯 전기를 모으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사회 격차를 줄일 10대 미래 유망 기술’을 꼽으면서 나노 소재를 활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을 포함했다. 장차 인체의 열을 이용해 배터리 교체가 필요없는 인공 장기, 그리고 혈관에 투입하는 미세 로봇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세계의 웨어러블 시장은 현재 200억 달러(약 21조6000억원)에서 2025년 700억 달러로 불어난다. 이와 함께 인체를 이용한 충전 등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도 4000만 달러에서 9억5000만 달러로 급팽창한다.

 영국 ‘페이브젠’이란 회사의 홈페이지엔 ‘바로 당신이 전력이다(You are the power)’는 문구가 떠 있다. 이 회사는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압전 타일’을 이용해 도시의 가로등·신호등 등을 밝히는 사업을 한다. 지난해 9월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축구장에 압전 장치가 달린 잔디를 깔아 야간 조명을 밝혔다.

 사람의 근육과 체온으로 만드는 ‘따뜻한 에너지’. 웨어러블 기기와 친환경 바람을 타고 영화 같은 세상이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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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