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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나오는 걸 어떻게 덮을 수 있겠나”

박재현
논설위원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첫 관문을 힘겹게 지나고 있다. 성씨 메모가 공개된 지 딱 한 달 만에 8명 중 한 명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8일 소환한다. 성씨의 ‘일방적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간접 또는 정황증거 수집이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홍 지사 소환 이후 상황도 험난하다. 영장실질심사-기소-유죄 입증까지 당사자는 물론 재판부의 합리적 의심을 배제시켜야 한다. 이미 8명에 대한 ‘유죄’ 심증이 짙게 스며든 시중 여론의 입장에서 수사 상황은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다. “올 하반기까지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현 정부의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법률적 처리방법도 마찬가지다.

 김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나오는 걸 어떻게 덮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능력이 없어 못 밝혀내는 것은 할 수 없지만, (비리 혐의가) 나오는 것은 다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로서) 마지막 큰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번 수사의 큰 갈래는 ▶201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홍문종 2억원, 유정복 3억원, 부산시장 2억원) ▶2007년 불법 경선자금 의혹(허태열 7억원) ▶개인비리 의혹(김기춘 10만 달러,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이다. 개인비리 의혹이 다른 사건과 연결 고리를 가졌을 가능성이 물론 크다.

 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현 정부의 불법 대선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수사는 생물”이라는 검사들의 표현처럼 사건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세 갈래의 혐의는 다른 듯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성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입구와 출구가 확인되면 퍼즐 게임처럼 사건의 조각들을 맞출 수 있다. 수사팀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는 핵심 증거나 자료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다.

 검찰 외부 상황도 수사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훈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김 총장에게 김 전 실장은 버거운 존재인 것만은 분명했다. 장관과 검사의 관계가 20여 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듯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에 있을 때 김 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른의 뜻’을 전달하곤 했다는 후문이다. 한때 검찰 내부에서 ‘핸드폰 총장’이란 수군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이며 잠재적인 피조사자인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검찰에 자신의 입장을 전할 처지도 아니다. 이병기 실장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내 입지도 쪼그라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권이 이번 사정 수사의 기획자로 우 수석을 지목하면서 검찰 간부들도 그와의 접촉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명재 민정특보도 평소의 성향과 김 총장과의 관계를 볼 때 검찰 외부의 뜻을 전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수사는 전적으로 김 총장의 의지에 달렸다.

 그 누구도 사건과 관련해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있다. 이제 두 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문무일 특별수사팀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챙기는 일만 남았다. 검사들은 이번 수사에 명예를 걸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특수수사에 눈 밝은 김 총장의 말처럼 뭐가 나오든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불교 신자인 김 총장은 간혹 지인들에게 연꽃향을 선물한다.

 -향을 사르면 잡내가 없어져 좋습니다.

 “냄새보다는 잡념을 없애는 것입니다.”

 -향통에 뭘 적은 거죠.

 “한번 읽어보세요.”

 -천도무친 상여선인!(天道無親 尙與善人)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고, 늘 선한 이와 함께할 뿐입니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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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