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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젊은이를 위한 ‘반값’은 없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새 신발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다. 신발가게 앞에 ‘50% 세일’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냉큼 들어가 신발을 골랐다. 그런데 신발에 붙어 있는 꼬리표는 대부분 ‘20%’다. 50% 깎아주는 건 문 옆 한쪽에 진열된 몇 켤레뿐이다. 항의조로 “반값 아닌가요?” 물어보니 “최대 50%예요. 앞에도 그렇게 써놨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발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서며 돌아보니 정말 그렇게 씌어 있긴 하다. 언뜻 봐선 그냥 지나칠 만큼 작은 크기로. 어쨌든 내 탓이지만 유쾌하진 않다. 요즘 말로 하면 낚시에 걸린 거니까.

 출퇴근 길에 매일 또 다른 반값 상품을 본다. 꽤 넓은 철길 위에 짓고 있는 행복주택이다. 주변엔 물론 반대 플래카드가 이곳저곳 나붙어 있다. 집값 하락, 공사로 인한 소음이나 먼지, 사고 위험 등을 걱정하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뒤 길이 좁아지고, 출근길 정체도 길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만큼 반발이 심하진 않아 서울에서 가장 진도가 빨리 나가고 있다. 이 집에 주로 들어갈 젊은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는 명분에 공감하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이리라. 불편함보다는 흐뭇한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지난달 행복주택 임대료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이런 기분이 싹 가셨다. 인근 임대료 시세의 60~80%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엔 ‘인근 시세의 절반이나 3분의 1’이었다. 인근 시세의 50~90%인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와 큰 차이가 없다. 철길 위나 하천 변에 지어 땅값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도 아닌 것 같다. 공약이 나온 2년 반 동안 ‘인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니 애초 약속과의 괴리는 더 벌어진다.

 또 다른 반값 공약도 요즘 논란이다. 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겠다는 얘기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혜택을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것도 예산이 부족해 대학들의 팔을 비튼 결과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쾌하지 않다. 공약이란 정치적 낚시에 걸린 거니까. 더구나 공교롭게도 둘 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젊은 층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다.

요즘 공무원·국민 연금이나 노동 개혁 이슈가 뜨겁다. 젊은 세대가 희생된다는 지적이 점점 많이 나온다. 날마다 조금씩 높아져가는 행복주택 건물이 그 상징이 될까 봐 씁쓸하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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