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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오차도 없다 … 로보닥 초정밀 인공관절수술의 혁신

로봇인공관절 수술은 의사의 손보다 정교하다. 그래서 일반 수술보다 수술시간·회복시간이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 사진은 이춘택 원장이 무균수술복을 입고 60대 환자에게 무릎 로봇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이다. 산업용 로봇에서부터 로봇청소기까지 로봇은 일상생활까지 파고든다. 의술도 예외는 아니다.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로봇수술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의술은 당초 로봇 도입이 가장 힘겨웠던 분야다. 섬세한 의사의 손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제 로봇의 정확성과 정교함은 의사의 손기술을 넘어선다. 특히 인공관절수술 분야에서 로봇은 ‘완성형’으로 불린다. 이춘택병원 이춘택 원장이 독자 연구와 개발을 거듭한 성과다.

특성화병원 탐방 이춘택병원

인공관절수술은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받게 되는 수술이다.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더이상 자기관절을 사용하기 어려워졌을 때 받는다. 관절을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다. ‘인공관절치환술’이다. 관절염 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정형외과 영역에 어떻게 로봇이 들어왔을까. 인공관절수술은 단순히 자신의 관절을 들어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고 끝나는 수술이 아니다. 고관절과 무릎관절, 무릎관절과 발목관절로 이어지는 선의 각도를 맞추는 정교한 작업이 수반된다. 이 각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3도·7도 등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각도를 정확히 맞춰야 한다. 의사의 실력이 결정되는 영역이다. 얼마나 관절을 정확하게 맞추고 자르느냐는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열쇠다. 로봇이 이 정확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계륵 같았던 로봇, 독자연구로 완성

하지만 인공관절수술 로봇은 처음에 각광받지 못했다. 1998년 개발됐지만 당시 도입하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

정확하기는 했지만 수술시간이 오래 걸렸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먼저 무릎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 공간을 확보한 뒤 정합, 관절 깎기, 인공관절 주입, 봉합 등 여섯 단계로 이뤄진다. 정합은 실제와 CT(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동기화하는 작업이다. 로봇에게 환자의 뼈 위치를 인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정합이 번거로웠다. 정합에는 90개에 달하는 점을 찍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점을 하나하나 인식시키다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어느 점에서 잘못됐는지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절삭) 시간도 오래 걸렸다. 관절 둘레를 따라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한 바퀴 돌 때마다 1~2㎜씩 깎여나갔다. 더딘 진행으로 수술에 총 90분 가량 소요됐다. 의사가 직접 손으로 하는 기존 수술과 차이가 없었다.

이춘택 원장은 “로봇수술이 정확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과정이 고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획기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 당일 보행 가능, 관절 연한 5년 늘어

이 원장은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인공관절수술 로봇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었다. 문제가 됐던 정합과 절삭 시스템을 개선하는 연구였다. 연구는 성공을 거뒀다. 정합시스템은 23개의 점만 찍어도 기존에 90개의 점을 찍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필요한 점의 개수만 줄인 것이 아니다. 정합 도중 잘못되더라도 그 부분만 수정하면 되도록 바꿨다.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절삭시간은 5분 이내로 줄였다. 기존에는 35~40분 걸리던 과정이었다. 숙련된 의사라도 20분이 거리는 작업이었다.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돌려 깎던 방식을 관절 측면에서 바로 뚫고 들어간 뒤 다듬어 나가는 방식으로 바꾼 결과다. 수술시간은 총 40분 가량 줄어들었다.

이 원장의 연구성과는 수술성적에서 빛을 발했다. 수술시간이 90분에서 50분으로 줄었다. 한 시간 안에 가능해진 것이다. 일반수술보다 모든 점이 우월했다. 피부절개 크기는 18㎝에서 10~11㎝로, 보행 가능기간은 수술 후 일주일에서 수술 당일로 확 줄었다. 기존에는 수술 후 3~6개월이 지나야 일상생활이 가능했지만 1개월 후면 가능했다. 중심축 정확도는 70%에서 100%로, 인대 균형은 70~80%에서 98%로 높아졌고, 인공관절 사용기간은 기존보다 5년은 더 늘었다. 수술 정확도가 높아지니 20%나 됐던 재수술률은 1%로 확 줄었고 수술 만족도는 98%에 달했다.

식약처 인증시험도 통과

이 원장이 개발한 로봇시스템은 특허를 획득했다. 뼈를 깎아내는 속도를 확 줄인 절삭시스템은 ‘로봇을 이용한 관절 절삭시스템’, 정합의 번거로운 단계를 없앤 정합시스템은 ‘객체 정합장치 및 그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2008년과 2013년 특허청에 등록됐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봇시스템이 고유기술로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춘택병원 로봇관절연구소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그 결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시험을 통과했다. 이 인증시험은 식약처 지정기관으로부터 정합시스템이 기계적·전기적·전자적으로 안정되고 오차가 없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안전성·안정성을 모두 인정받은 것이다.

이춘택 원장.
인터뷰 이춘택 원장

"미국서 도입한 로봇 한국인에 맞게 개선"

이춘택 원장 (아래 사진)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잇따른다. 2002년 10월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독일·일본 다음)로 로봇 인공관절수술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 무릎인공관절 반치환술(연골이 양호한 부분은 최대한 살리는 까다로운 수술)에 성공했고, 작년에는 로봇인공관절 수술 건수가 세계 최초로 1만 예를 넘었다. 이 원장을 만나 인공관절 로봇의 우수성과 개발 스토리에 대해 들었다.

-로봇인공관절 수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로봇이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인의 체형과 골격에 맞춘 것이었다. 절개 범위도 넓었고, 수술시간도 오래 걸렸다. 수술시간이 길면 환자 회복도 느리고 합병증 가능성도 커진다. 환자의 치료결과를 위해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했다.”

- 해외 환자도 많다던데.

“2011년부터 매년 각각 135명, 138명, 150명의 외국인 환자를 수술했다. 정형외과 수술은 대체로 회복기간이 길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것은 성공이라고 할만한 실적이다. ”

-수술의 정교함을 높였는데, 수술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뼈가 이루는 각도가 관건이다. 수술할 때 축이 틀어지면 인공관절이 빨리 닳는다. 심하면 수술한 지 1~2년 만에 다시 못 걷게 되기도 한다. 얼마 안가 관절이 함몰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양쪽 무릎 동시 수술이 어려웠지만 로봇으로는 가능하다. 정교하면서도 수술시간과 회복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데 제한은 없나.

“딱히 제한 같은 것은 없다. 골다공증 환자도 가능하다. 또 당뇨병·고혈압·뇌경색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는 사전 검사로 마취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받으면 된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이 가져온 변화

● 절개 크기 : 18㎝ → 10~11㎝
● 수술 시간 : 90분 → 50분
● 수술 후 보행 : 6~7일 후 가능 → 당일 가능
● 중심축/회전축 정렬 : 70% → 100%
● 인대의 균형 : 70~80% → 98%
● 사용 연한 : 10~15년 → 15~20년
● 재수술률 : 20% → 1%
● 수술 만족도 : 80% → 98%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이춘택병원 인공관절 로봇 개발사 ▶2002년 국내 최초(세계 세 번째) 로봇인공관절 수술 성공 ▶2005년 로봇관절연구소 설립 ▶2008년 새 절삭시스템 특허 등록 ▶2008년 세계 최초 로봇인공관절 반치환술 성공 ▶2011년 복지부 제 1기 관절전문병원 지정 ▶2013년 새 정합시스템 특허 등록 ▶2013년 복지부 의료기관 인증 획득 ▶2014년 로봇인공관절 수술 세계 최초 1만 명 돌파 ▶2015년 복지부 제 2기 관절전문병원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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