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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간 한식 … 365개 옹기 위에 빛이 쏟아졌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에 전시된 365개의 옹기 위로 사계절의 영상과 한식의 숙성 과정이 미디어아트로 펼쳐지고 있다. [밀라노 신화·AP=뉴시스]

‘2015 밀라노 엑스포’에는 두 개의 눈이 있었다. 하나는 문화의 눈, 또 하나는 산업의 눈이다. 음식(Food)을 바라보는 지구촌의 두 시선이다.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좌우하는 미래 먹거리, 그리고 저개발국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량 증대의 관점이다.

 출발은 다소 삐걱거렸다. 이탈리아는 약 4조3700억원이 투입된 밀라노 엑스포를 통해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경제 회복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했다. 엑스포는 10월 말까지 약 20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초대형 행사다. 그런데 엑스포 조직위의 부패 연루 혐의가 연이어 터져나오자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반감이 커졌다. 개막식날 밀라노 시내에서는 엑스포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논에 심은 벼를 형상화한 중국관. [밀라노 신화·AP=뉴시스]
 지난 1일 개막한 밀라노 엑스포는 여전히 ‘마무리 공사 중’이었다. 이탈리아 특유의 느긋함과 전시장 공사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미처 문을 열지 못한 국가관도 더러 있었다. 개막 첫날에는 약 20만 명의 관람객이 엑스포를 찾았다.

 전시장 중앙의 대로를 따라가면 양옆에 각 국가관이 있었다. 한국관은 ‘달항아리’를 형상화했다. 흰색과 곡선을 버무린 생김새다. 한국관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를 주제로 내걸었다. 입구에는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음식이 약이다’라는 전통적 관점을 통해 한식을 세계에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 전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엑스포 준비는 그동안 산업통산자원부의 몫이었다. 그런데 산자부는 ‘한식세계화’를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MB 정부에서도 ‘한식세계화’를 산업적으로 접근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음식은 문화’라는 시각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지난해 11월 문체부가 ‘불 끄는 소방수’로 투입됐다. 산자부에서 문체부로 담당이 바뀌었다. 엑스포 예산의 3분의 1을 이미 써버린 상태였다. 남은 시간도 별로 없었다. 악조건 속에서 문체부는 가까스로 한국관의 방향을 ‘산업’에서 ‘문화’로 틀었다.

먹을 이용한 동양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음식을 표현한 일본관. [밀라노 신화·AP=뉴시스]
 한국관 전시 기획은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행오버’ 등을 제작한 차은택 감독이 맡았다. 두 개의 첨단 로봇팔에 달린 스크린으로 한식 재료를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보자 외국인 관람객들은 환호했다. 365개의 옹기 위에 펼쳐지는 사계절 풍경과 한식의 발효·숙성 과정을 담은 미디어아트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전시 공간이 다소 허전하다는 평도 있었다. 차 감독은 “설계 변경에 따른 이탈리아 측의 규제와 시간 부족으로 기획한 전시를 다 설치하지 못했다. 6월 1일까지 보완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한국관 1층에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체험용 식당이 마련됐다. 김병필 CJ총괄셰프는 “비빔밥에는 나눔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한식이 아니라 ‘식문화(Food culture)’를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중국관은 한국관에서 멀지 않았다. 널따란 꽃밭 뒤로 대나무로 엮은 지붕이 동양적 풍취를 우아하게 자아냈다. 빼어난 외관과 달리 내부 전시는 빈약했다. 한자(漢字) 등 중국 문화의 자부심을 내세우는 데 치중한 인상이었다. 일본관은 벼농사와 사계절 변화를 첨단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해 표현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 속에 관람객들이 파묻혔다. 눈이 부셨지만 전시 주제와 밀착된 느낌은 크지 않았다.

 미국관은 수퍼유전자를 이용한 대량생산 기술 등 산업적 측면에 방점을 찍었다. 네덜란드관은 아예 푸드 트럭을 이용해 솔직한 마케팅을 했고, 프랑스관은 자신들의 전통과 생활에 녹아 있는 ‘슬로푸드’를 선보였다. 스페인관은 음식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과정을 여행에 빗대 전시했다.

 엑스포 전시장에서 부스를 차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시장에는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맥도널드 햄버거 매장이 들어와 있었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다. 슬로푸드와 패스트푸드. 대조적인 풍경 속에서 관람객들은 물었다. ‘음식이란 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밀라노=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joni preti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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