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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돌림에 움츠렸던 나, 친구 위로할 앱 만들었죠

청소년 고민상담 앱 홀딩파이브를 만든 김성빈씨. 김씨는 이 앱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 김성빈]
‘눈빛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구나.’ 성빈이는 생각했다. 아이들의 차가운 눈초리가 성빈이의 심장을 콕콕 찔렀다. 늘 혼자였다. 쉬는 시간이면 일부러 엎드려 자는 척을 했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잠시면 끝이겠지?’ 그런 성빈이를 살게 한 한 마디가 있었다. “네가 설사 200% 잘못했더라도 아빠·엄마는 널 지켜줄 거야.”

 그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홀로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들 때 ‘그럼에도 우린 네 편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그래서 김성빈(19)씨는 앱 ‘홀딩파이브’를 만들었다. 홀딩파이브의 ‘홀딩’은 아이가 울 때 엄마가 안아주면 안정을 얻게된다는 심리학 용어 ‘홀딩 이펙트(Holding Effect)’에서, ‘파이브’는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이 우연히 5분간 음악을 듣고 그 마음을 접었다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위기의 순간, 엄마의 마음으로 5분만 안아주자’는 뜻이다.

 최근 김씨는 책 『홀딩파이브 도와줘!』를 펴냈다. 책에는 김씨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과정과 또래 친구들에게 띄우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의 앱 홀딩파이브에는 매일 ‘친구들한테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고 있어요’, ‘소심한 성격이라 친구를 못 사귀겠어요’ 등 익명의 고민 글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각 글에는 또래 친구들이 위로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댓글을 달아준다. 지난해 8월 앱이 첫 문을 연 이후 회원 수는 4900명을 넘어섰다.

 고1 때 겪은 극심한 따돌림의 기억이 김씨가 홀딩파이브를 만든 배경이 됐다. “친구들과 생긴 사소한 오해가 소문을 타고 번져 저를 완전히 고립시켰어요. 따돌림은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구나, 싶었죠.”

그때 김씨의 편이 돼준 건 바로 부모님이었다. “상담 선생님도 찾아주시고, 가해 학생들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도 알려주셨어요. 만약에 부모님이 ‘네가 조금만 참아’, ‘친구끼리 싸울 수도 있지’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1년여간 적극 대응한 끝에 김씨는 ‘왕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해가 풀리고 새 친구도 생겼다.

가슴 속엔 강한 목표 하나가 새겨졌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힘을 모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고3이었다. ‘대학생이 돼서 해도 늦지 않다’는 아버지의 만류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왜 어른들은 늘 모든 게 끝난 뒤에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죠?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없으면서 말예요.” 그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학생이 희생됐다. 그 부모들의 눈물을 보며 아버지도 결국 딸의 손을 들어줬다.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재능 기부를 해줄 앱 개발업체를 찾아 무작정 구성안을 들이밀었고, 조언을 해줄 유명인사들과 만나기 위해 다짜고짜 방송사에 전화를 걸었다. 결국 뜻이 통한 많은 이들이 김씨의 손을 잡아줬다. 유명인사로는 강지원 변호사, 가수 김태우 등이 아이들의 ‘멘토’ 역할로 참여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11시. 새벽까지 일을 하다 소파에서 잠드는 날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앱이 나왔고, 첫 질문이 올라왔다. ‘짜장면이 좋아요? 짬뽕이 좋아요?’

 어이없는 첫 질문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성교제·가정사·학교폭력 등 다양한 고민들이 올라온다. 글이 올라오면 김씨도 댓글을 단다. 올해 서울여대 기독교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아직도 따돌림을 당하던 그때 기억이 남아있다. 마음 한구석에 작은 생채기를 품은 채 그는 오늘도 앱을 찾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 김씨가 꿈꾸는 홀딩파이브는 그런 곳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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