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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통령 선거 뒷짐만 지다 외톨이 된 한국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세계축구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그치는 자리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함께 한다. 지난 3월 FIFA가 공개한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4년간 FIFA의 총수익은 57억1800만달러(6조22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고에 쌓아놓은 적립금만 15억2300만달러(1조6600억원)다. 회장의 뜻에 따라 각종 사업의 방향과 규모가 정해지는 데다 외부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기 힘든 폐쇄적 구조이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제프 블래터(79·스위스) 회장의 대항마들이 “FIFA는 투명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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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선 도전하는 블래터=선거 판세는 1강 3약이다. 5선에 도전하는 블래터 회장이 한 발 앞서 있다. 지난 1998년 주앙 아벨랑제(96·브라질) 전 회장의 뒤를 이어 FIFA 수장에 오른 이후 임기를 세 차례 연장하며 쌓은 인맥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반(反) 블래터 진영엔 세 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요르단 왕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40) FIFA 부회장, 미카엘 판 프라흐(68)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루이스 피구(43)가 제각각 뛰고 있다. 블래터 회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은 미셀 플라티니(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나오지 않았다.

 약자들은 고육지책으로 ‘후보 단일화’ 카드를 준비 중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5일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이 자국에서 열린 축구박람회에 참석해 반 블래터 진영의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세 명의 후보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 한 명을 내세워 블래터 회장과 1대1로 맞서자는 내용이다. 공통 관심사가 ‘FIFA 개혁’으로 일치하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크다. 세 후보자는 지난 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UEFA 총회에 참석해 한 목소리로 블래터 회장을 비난했다. 장기 집권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을 열거하며 “FIFA에 개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일화가 이뤄져도 블래터의 벽을 넘긴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래터 회장이 꾸준히 다져놓은 표밭이 견고하다. 지난 3월 남미축구연맹(CONMEBOL) 10개국이 “블래터를 지지하겠다”며 일찌감치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달 뒤에는 가장 많은 FIFA 회원국(54국)을 보유한 아프리카축구연맹(CAF)도 블래터에게 손을 내밀었다. CAF 총회에 참석한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은 “아프리카는 만장일치로 블래터 회장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며 ‘충성 맹세’를 했다. FIFA 가맹 209개국 중 두 대륙 소속 국가는 64개국으로 전체의 30.6%에 이른다.

정몽규
 ◆아시아권도 블래터 지지=46개국을 보유한 아시아도 친(親) 블래터 계열이 장악했다.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중동 축구계의 만류를 뿌리치고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자 블래터의 오랜 지지자로 알려진 세이크 아흐마드 알 파하드 알 사바(52)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쿠웨이트)이 움직였다. 지난달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블래터 지지세력을 집결해 FIFA 집행위원 네 자리를 독식했다. 알 사바 회장이 2년 임기 집행위원직에 직접 출마해 당선됐고, 4년 임기 두 자리는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과 텡쿠 압둘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장이 가져갔다. 당연직 한 자리는 세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바레인) AFC 회장 몫이다. 모두가 블래터 지지자다.

 합종연횡의 틈바구니에서 FIFA 집행위원직에 처음 도전한 정몽규(53) 대한축구협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아시아 40개국을 방문하며 열의를 보였지만 정 회장은 블래터 찬반 세력다툼 과정에서 소외됐다.

 알 사바 회장은 2년 뒤 4년 임기의 FIFA 집행위원 선거에 다시 출마해 본격적으로 자기 세력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블래터 회장과의 밀약에 따라 2019년에 FIFA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 축구 흐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블래터 회장과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블래터 측도, 알 후세인 측도 정 회장을 ‘믿을 만한 동지’로 여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이 FIFA 집행위원 선거 재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스포츠 정치 지형도를 파악한 뒤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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