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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치자꽃 지는 저녁

치자꽃 지는 저녁

오민석(1958~ )


치자꽃이 지는구나

치자꽃이 화장지처럼 구겨지다 마침내

비 뿌리는 저녁

어디 부를 노래도 남아 있지 않은

거리에서 당신은 당신일 뿐

이제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아무도 과음하지 않는다

오직 몹쓸 詩人들만 남아

통음(痛飮)의 밤을 기다리는데

어리석은 자여, 이제 환멸도 잔치가 아니다

세상은 단정한 신사들의 것

누가 함부로 울어 이파리 하나 흔들리게 하리

희망은 버림받은 배들의 안주일 뿐

그 누가 남아 비애의 항구를 노래하리

푸르른 안개의 칼이여 길 건너

실비동태집에선 죽은 바다가 끓고 있다

당신은 이미 미아이므로

아무도 당신을 찾을 수 없다



치자나무는 꼭두서니 과의 상록 활엽 관목으로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하얀 꽃을 피운다. 늦봄 저녁, 치자꽃 지는데 혼자 실비동태집에서 술을 마시는구나.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과음하지 않는 시대에 문득 제 자신이 가여워졌나 보다. 걸핏하면 통음(痛飮)하던 시인들이 사라지자 “세상은 단정한 신사들의 것”이 되고 만다. 그들이 고안해낸 게 신자유주의 체제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고 환멸스럽다! 힘들 땐 나도 혼자 안성시장 ‘영동집’에서 얼큰한 두부찌개를 놓고 찬 술을 마신다. <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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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