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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샤넬표 한복이 남긴 것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샤넬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열었다니, 그래서 디자이너이자 ‘패션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칼 라거펠트가 실제 서울에 왔다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이건 월드컵 유치나 다름없어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샤넬의 패션쇼 ‘크루즈 컬렉션 2015/2016’은 그만큼 거사였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라는 타이틀도 따라붙었다. 같은 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연례행사인 ‘2015 메트 패션 갈라’가 열렸음에도 세계 톱스타들이 한국행을 택했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틸다 스윈튼, 모델 지젤 번천 등의 방한 소식은 ‘서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넘나들었다. 나라 홍보를 위해 주요 도로를 막아 세우고 찍은 영화 ‘어벤져스2’에 비하면 ‘남는 장사’였다.

 라거펠트는 일찌감치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쇼를 여는 건)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패션 일간지 WWD). 지난해 두바이에서 같은 행사를 했을 때 ‘오트 쿠튀르 고객을 잡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실제 빈말도 아니었다. 패션쇼에 등장한 의상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옷들이 연이어 나왔다. 오방색·조각보·나전칠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의상은 두루마기식 재킷과 저고리를 벗은 이브닝 드레스로 변주됐다. 다음날 ‘샤넬 한복’이라는 자동 검색어가 생긴 게 무리가 아니었다. 쇼 직후 외신엔 ‘hanbok’이 명기됐다. 전통 한국 의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세계적 디자이너가 우리 옷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하고 알리는 일, 뿌듯하고 고맙다. 어쩌면 한복 모티브가 해외에서 유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하는 건 따로 있다. 샤넬이라는, 라거펠트라는 명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한복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쇼장을 찾은 디자이너는 “제3자의 시각으로 본 한복의 감성이 무엇인지 깨치게 됐다”고 했다. 쇼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도 한복의 재현이 어디까지냐는 의견이 오갔다. 여기에 가체나 오방색 같은 용어에 대한 정확한 설명, 그리고 “국내에서 한복의 현대화에 힘쓰는 한복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바람까지 이어졌다.

 한복이란 지금껏 명절이나 결혼 때가 아니면 딱히 관심 둘 일이 없던 옷이다. 한복 대중화를 꿈꾸며 한복의 날을 만들고 한복 패션쇼를 열어봤자 홀대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끼리는 찾지도, 이야기하지 않는 한복의 세계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샤넬표 한복 이후, 그 답을 푸는 과제가 남았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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