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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5·24조치 어떻게 할 것인가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5·24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광복 및 분단 70주년, 5·24 조치 발효 후 5년째를 맞는 우리는 이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임기 3년차의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의 변화를 희망한다면 올해가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5·24 조치를 둘러싼 견해는 국격과 국익에 대한 강조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5·24 조치의 원인, 즉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의 약속 없이 이 조치를 해제한다면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나아가 국격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 반면 5·24 조치는 다음과 같이 우리 국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화 내지 해제가 바람직할 수 있다.

 첫째, 5·24 조치는 통일비용을 증가시킨다. ‘통일대박론’의 이론적 기초는 남북 간 경제교류와 북한의 시장경제로의 체제이행에 입각해 점진적인 경제통합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정치적 통일로 완성된다는 시나리오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남북 경제교류의 중단이 장기화된다면 남북한 사이의 경제력 차이는 더욱 커지고, 이는 통일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북한 주민의 건강과 교육이 전제돼야 통일의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것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찾기 어렵다.

 둘째,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북한 주민의 생존의 원천인 시장과 북한 정부의 생명줄인 무역은 북한에서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통로를 통해 북한 경제는 자본주의에 노출되었고, 북한 기업과 주민은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이를 체험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서 시장 활동을 한 탈북민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본주의에 대한 수용도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5·24 조치는 북한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경제교류를 사용 불가 상태로 만들었다.

 셋째, 5·24 조치는 우리 기업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계 무역기업의 경우는 5·24 조치 이전에 비해 매출액이 43% 감소한 반면 중국인 무역기업의 매출액은 74% 증가했다. 심지어는 중국인 기업이 북한에 아웃소싱한 제품을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5·24 조치의 실효성은 극히 낮은 가운데 이 조치가 오히려 우리 기업에는 손해를 입히고 중국 기업에는 돈벌이의 기회를 주고 있다 .

 넷째, 북한과의 교류와 대화의 단절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 북한과의 교류와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 전체의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핵 문제의 창의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외교적 화장술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과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빚고 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도 부족할 판에 대미, 대중 외교에만 달랑 매달려 실제 거의 무대책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지 염려된다.

 5·24 조치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국익과 국격의 괴리를 푸는 것이 바로 정치의 몫이다. 독재정권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도덕적 정당성을 북한에 위엄 있게 보여주면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것이 바로 국가지도자가 할 일이다. 만약 5·24 조치의 해제를 결정한다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합의해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3월26일을 천안함 장병의 날로 지정하여 그들의 희생을 추념하는 것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46명의 천안함 장병이 조국에 바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사과를 받는 것보다, 보복보다 더 근원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통일이기에 이를 위해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국민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5·24 조치에 대해 현상유지냐, 전략적 우회냐, 정면 돌파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현상 유지를 택한다면 현 정부의 임기 동안 남북 관계의 개선은 힘들 것이다. 그리고 5·24 조치의 기회비용도 급증할 것이다. 전략적 우회는 가장 안전한 대책일지 모르나 작동이 불투명하다. 간접투자 몇 건,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북한 정권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하자원 가격의 하락과 경제의 달러화, 위안화 때문에 더 이상 화폐 발행을 통해 재정 수입을 올리기 어려운 북한 정권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경제교류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는 5·24 조치 해제를 오히려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지도자와 우리 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국격과 국익을 결합하는 정치의 예술을 과연 우리 국민이 볼 수 있을까. 5·24 조치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결정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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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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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