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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혼하고 300일 이내 태어난 자녀 전 남편 친생자 추정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가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844조 2항에 대해 6대 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A(여)씨는 지난 2011년 12월 전 남편인 유모씨와 이혼에 합의하고 이듬해 2월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를 마쳤다. A씨는 이후 다른 남성 송모씨와 동거하면서 2012년 10월 딸을 출산했다. 2013년 5월 A씨는 송씨의 성에 따라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담당 구청 공무원은 “전 남편과의 혼인관계종료한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했기 때문에 전 남편의 성(姓)에 따라야 하고 전 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다”고 알려주었다. 송씨의 성을 따르려면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출생신고를 보류하고, 헌재에 민법 844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아무런 법률상 예외 없이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한 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민법 제정 후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 가족 구성원이 겪는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 모(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럴 경우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해 여성이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되고, 남성은 전처가 이혼 후 출산한 아이가 바로 친생자로 추정되면서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년 안에 친생부가 생부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아예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할 길이 막혀 버린다”고도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은 ‘합헌’의견을 냈다. 이진성ㆍ김창종ㆍ안창호 재판관은 “예외규정으로 소송을 통해 친자관계를 번복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조항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해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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