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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맛있냐 물으면 딴소리 … 속 터지는 내 남편 어떡하죠


01 불만 있어도 싸울까봐 말 못해요

Q (주말이 괴로운 주말 부부) 결혼한 지 1년 4개월 된 새댁인데 주말부부입니다. 오늘 정성스레 밥상을 한가득 차려줬는데 저는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어때? 맛있어?” 하고 물으면 “이건 대추야? 이건 칠리소스야?” 이런 사실 관계만 묻고 자기 감정 표현을 전혀 안 합니다. 밥 먹으면서도 TV에 정신이 팔려 있고, 묻는 말에 “뭐라고?”라고 하거나, 제가 말하고 있는데 일어나 화장실에 휴지를 가지러 가는 등 섭섭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화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뭅니다. 불만이 있어도 싸울까봐 정확하게 원하는 바를 전달 못하는 저에게 원인이 있는 걸까 자꾸 움츠러듭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갈구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는 제가 비정상인가요? 어떻게 하면 상대와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남편이 감정 표현을 잘하고 소통하도록 바꿀 수 있을까요? 주말이 불행합니다.

A (맞장구 잘 쳐주는 윤 교수)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지나친 집착이야 문제겠지만, 상대와 상관없이 행복할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은 타인과의 따뜻한 관계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에 있어 타인의 관심은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남편을 위해 훌륭한 밥상을 만들어 줬을 때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남편이 뭐라 하던 내가 잘 차려 주었으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우리 마음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베풀면 받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쑥스러우셔도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잘 설명하셔야 합니다. 남편이 몰라서 반응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알아도 금방 바뀌지는 않습니다. 익숙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지속적인 대화와 서로를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죠. 남편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내가 차려 주는 멋진 밥상을 계속 즐기고 싶다면 말이죠.

 부부 갈등 해결의 시작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남녀의 심리 반응이 다르다는 것이죠. 연애 관련 고민의 상당수는 오늘 사연처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가에 대한 겁니다. 서로 사랑하니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느낌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잘 사랑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기타 음악을 좋아한다고 갑자기 기타를 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 상대방의 마음을 듣는 훈련 그리고 실제적인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에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간단하지 않기에 아예 혼자 독신으로 살겠다고 마음 먹는 분들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랑만 기본적으로 존재한다면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할 수 있습니다. 한 미혼 여성분이 사귀는 남친이 다 마음에 드는데 여자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내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자신이 너무 속이 좁은가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며 꾹 참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자신과 한 이야기를 바로 다음 날 다른 여자 후배에게 한 사실을 알고는 화가 터져 나와 절교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여자 후배와 너무 격 없이 지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한 적이 있느냐 물으니 있다고 합니다. 말했는데도 또 이렇게 행동을 해 자기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이렇게 만나다가는 말라 죽을 것 같아 절교를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대충 지나가는 말로 하거나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것 말고, 2시간 이상 시간을 내어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를 말이죠. 그리고 남친이 꼭 고쳤으면 하는 점을 세 가지 요점을 추려 적어 보라 했습니다. 막연하게 이야기하면 별 효과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남성에게는 말이죠. 예를 들어 ‘사회생활 때문에 여성을 만나는 것은 좋으나 내가 적은 몇 가지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것만 빼면 난 네가 너무 좋다’ 이렇게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날, 문자가 왔습니다. 남친이 의외로 잘 받아 주어 다시 잘 만나기로 했다고요. 얼마 전 연락이 왔는데 곧 결혼할 예정이라 하더군요. 

02 구체적으로 콕 찍어서 얘기하세요

Q 그러고 보니 저도 혼자서 생각하고 참다가 화를 내기만 했지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네요. 다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니 답답하긴 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남편 흉본 김에 하나 더 물어보려고 합니다. 남편이 모든 일을 저와 상의하는 것보다 부모님에게 먼저 상의하고 결정해서 속상합니다. 출퇴근하면서 꼭 시댁에 두 번 들리고 소소하게 계획을 다 잡아 옵니다. 결혼 초기에는 착하고 효자가 따로 없구나 생각했지만 1년 반이 지나니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남편이 자영업을 하는데 사업과 관련해 저와 중요한 결정을 했는데도 부모님이 반대하시니 그 결정을 뒤집어 버리더라고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A 아내들이 이야기하기를 명절 때 잔소리하는 시어머니보다 미운 것이 아들 역할로 퇴행해 버린 남편이라고 하죠. 반대로 고부 갈등이 있어도 남편이 난 당신 편이라며 따뜻하게 공감해주면 아내분들 힘을 낼 수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공감 받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감성지향적 소통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이야기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저 사람이 나를 이해하는가가 대화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그래서 남성들보다 대화의 양도 많고 시간도 길죠. 충분히 대화를 할 때 서로가 공감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사연의 남편은 아내에게 절망감을 줍니다. 특히 ‘효’처럼 비난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속상한 경우 아내는 마음고생을 두 배로 하게 되죠. 남편이 공감해 주지 않는 섭섭함에 남편의 효도를 비판해야 하는 찜찜함까지 겹치게 되는 것이죠. 속상한데 나쁜 사람까지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남편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일을 아내와 함께 결정할 때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와 상의하고 이후 부모와 상의해 효율적인 결정을 한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번 건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입니다. 요즘 100세를 바라보는 세상인데 아내의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아 섭섭하게 만들어 놓으면 남남처럼 멀어지게 되고 나중에 남편은 찬밥 신세가 됩니다. ‘삼식이’ 되지 않으려면 아내를 공감해야 합니다.

 사연 주신 분의 두 가지 고민은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아내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한 가지 팁을 말씀 드리자면 앞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고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아예 번호를 매겨 두 가지만 바꾸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성은 감성 지향적 소통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당한 양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공감하는 데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목적 지향적 소통을 주로 하기에 이런 대화에 익숙하지도 않고 쉽게 지쳐 버리기 때문입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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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