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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둥근 몽돌이면 총리는 움푹한 받침대”

“대통령이 몽돌(모나지 않고 둥근 돌)이면 총리는 그 돌을 받쳐주는 나무받침대다.”

 2003년 1월 TV토론회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한 말이다. 기우뚱하기 쉬운 ‘몽돌’을 움푹 들어간 ‘나무받침대’가 받쳐야 몽돌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의 말대로 대통령의 장단점이나 출신 지역을 보완할 수 있는 총리를 임명하는 게 역대 대통령의 숙제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은 ‘고건 총리’였다. 영남 출신인 자신을 지역(전북 옥구 출신)으로 보완하고, 자신과 대비되는 풍부한 행정경험이 보수층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처럼 역대 총리 중엔 대통령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가 많았다. ‘영남 정부’의 호남 총리, ‘호남 정부’의 영남 총리처럼 지역 안배 카드가 많았던 이유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초대 총리로 전북 무주 출신의 황인성 총리를, 마지막 총리로 고건 총리를 발탁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엔 ‘DJP 연대의 파트너인 자민련 몫’으로 김종필→박태준→이한동 총리가 릴레이를 했다. 그러다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가 국회의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자 마지막엔 경남 하동 출신의 김석수 총리를 기용했다. 영남 출신인 이명박(MB) 대통령이 임명한 마지막 총리는 전남 장성 출신의 김황식 총리였다.

 YS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대통령과 총리는 기능적으로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지만, 대통령이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면 헌법상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권력 위임 없는 단순한 지역 안배는 국민에 대한 눈속임에 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수석이 역대 총리 중 “실제 권한을 행사했다”고 꼽은 이는 박정희 정부의 정일권 전 총리와 DJP 연대를 통해 임명된 김종필 전 총리 두 사람뿐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아 ‘용각산 총리’ ‘대독 총리’로 불렸던 이들의 생명력이 강했던 반면, 대통령이 설정한 역할의 한계를 뛰어넘은 총리는 곧바로 눈 밖에 났다. YS 정부에서 이회창 전 총리가 통일외교 관련 보고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다 4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른 대통령들과 차별화되는 MB식 총리 인선의 특징은 정치적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한 ‘맞춤형 총리’를 선호했다는 점이다. 한승수(자원외교), 정운찬(세종시 수정안 추진) 전 총리가 그렇다. 한 전 총리에 대해 MB는 퇴임 후 회고록에서 “자원외교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고 썼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 전 총리를 임명한 MB는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충청도 사람이니 제대로 된 세종시를 만들어 보라고 시킨 것이 임명 사유의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정 전 총리도 물러났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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