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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권력 없어도 할 일 많다 … 자기 욕심 없이 일 할 사람을

박근혜 정부 총리 인선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5명을 지명해 2명만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완구 전 총리의 후임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각계에 “좋은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사발통문을 돌리고 있다. 좋은 총리 찾기는 이제 ‘국민’의 걱정이 됐다. 역대 총리 5명에게 “좋은 총리의 조건”을 물었다. “권력은 없어도 할 일은 많은”(고건) 총리직인 만큼 “대통령이 편하게 자주 만나 시중여론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홍구)이라는 답이 구해졌다.

◆이홍구 전 총리=“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총리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매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신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대통령의 소통이 문제가 되지 않나. 대통령이 총리와 주례회동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 장관이나 외부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총리에게 할 거다. 총리는 그 말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만 하면 소통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내가 총리 재임 시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하진 않았지만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는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야 관계에서 비교적 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최근 충청·호남 등 특정 지역 총리가 거론되는데 나는 지역을 너무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충청 총리를 시키면 다른 지역에서 좋아하겠나. 호남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지역을 따지는 건 다 불필요한 얘기다. 지역과 상관없이 매주 정례적으로 대통령과 만나 현안을 상의하되 국회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문제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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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총리는 권력은 없지만 할 일은 많다. 현행법으로도 총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많고, 그만큼 총리로서 국민께 봉사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나는 ‘국무조정 총리’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역점을 뒀다. 그런 총리의 역할을 보장해 주기 위해 헌법에 국무위원 인사제청권과 해임 건의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처음 총리 제의를 했을 땐 장관 해임제청권을 달라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땐 국무위원 제청을 문서화해 행사했다. 총리를 흔히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고 한다. 헌법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고 돼 있으니 일인지하는 분명하나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만인지상은 아니다. 국민과의 관계에선 나는 만인지중(萬人之衆)이라고 생각했다. 도덕성과 국민과의 소통 능력은 총리가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헌법이 규정한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능력, 즉 국무를 조정하는 능력이 총리의 역할이자 자격이다.”

◆한덕수 전 총리=“총리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조정 능력과 리더십이 있고, 문제를 잘 파악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 시점이라면 국회를 ‘로키(low-key·낮은 자세)’로 진솔하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도울 수 있다. 그래야 장관들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잘 수행해 낸다면 저절로 ‘책임총리’가 될 수 있다. 장관들과 힘을 합해 국정을 잘 이끌지 못하는 분이 어떻게 책임총리가 될 수 있겠는가. 법적인 책임총리 규정에 앞서 실제 그런 일을 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총리의 덕목 중 어떤 게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니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정부 들어 총리직을 제안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설’에 대해서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으면 한다.”

◆정운찬 전 총리=“대통령에게 많은 제안을 했지만 나도 다른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책임총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총리’였다. 총리의 본질은 대통령에게 어떤 말이든 직언하고, 대신 밖에 나가서는 입은 닫아야 하는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 지명받은 날 이 전 대통령에게 ‘저는 무슨 말이든 다 드리는 대신 밖에선 말하지 않겠다.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라고 하니까 ‘물론이지요’라고 답하더라. 첫 국무회의 때 대통령에게 입학사정관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필요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신 말하게 하라고 했다. 대통령은 흔쾌히 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뒤로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4대 강 사업에 대해선 규모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정 총리, 물 사업 아세요?’라고 되묻더라. 잘 모른다고 했더니 ‘물 사업은 상·하류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거다. 총리를 하루만 해도 족보에 오르는데 왜 다들 그렇게 오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총리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대통령이 말을 들어줄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박근혜 대표에게 도와 달라고 하자’는 등의 제안을 했다. 총리와 대통령은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똑같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최대한 많은 권한을 주고 총리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 총리의 요건으론 ‘사고의 폭과 경험이 넓은 사람’이 좋다. 일생을 법조계에서 일하거나 교수로만 있었던 사람을 임명하는 사례는 좀 줄여야 한다. 이번에 총리를 임명할 때도 법조·학계는 좀 빼는 게 좋지 않나 싶다.”

◆김황식 전 총리=“이번에 임명될 총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욕심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에게 겸손하게 접근하되 욕심이 없어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국정운영 능력은 갖춰야 한다. 호남이니 충청이니 지역을 따질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총리에겐 세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강력하고 원만한 국정 추진력, 통합 및 조정 능력,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도덕성과 청렴성 등이다. 최근 일각에서 ‘총리 무용론’을 얘기하는데 총리 제도는 잘 활용하면 좋은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부처가 해결하지 못해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나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 상황을 총리가 챙기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얼굴마담 총리’란 말은 정말 잘못됐다.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대통령이 챙기기에 부족하거나 대통령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런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정말 중요한 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런 일들을 찾아서 하다 보면 할 일이 많다.”

이가영·허진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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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