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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가며 … 유열, 10년째 어린이 뮤지컬 올리는 까닭

유열은 극장이 아이들의 문화놀이터가 될 날을 꿈꾼다. “문화적·철학적으로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리 아이들은 ‘뽀로로’ 다음에 곧바로 ‘무한도전’에 빠져들어요. 보여줄 공연도 없고, 보여줄 시간도 없죠.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학원 다니느라 바쁘니, 관객이 없어 콘텐트 개발이 안 되고 콘텐트가 부실해 관객이 떠나는 악순환입니다. 참혹한 문화 환경이에요.”

 어린이·가족 뮤지컬 제작사 유열컴퍼니 대표이자 어린이공연문화재단 행복한 아이 이사장인 가수 유열(54)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하면서 문화 환경은 너무 방치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 가수·라디오DJ·연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어린이 공연 전문가다. 2006년 그가 제작한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10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른 공연계 스테디셀러다. 그동안 800회 이상 공연하며 누적 관객수 7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는 사재를 털어 회사를 꾸렸다. 작품 흥행이 안 된 것도 아닌데 흑자를 볼 수 없는 구조였다.



 “티켓 값은 어른 공연의 3분의 1, 4분의 1 수준이지만 극장 대관료는 똑같아요. 단체 관람이 많아 할인율이 50∼60%에 달하고요. 티켓 수익만으론 운영이 안 되죠.”

 왜 이렇게 힘든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어린이 공연 대부분이 애니메이션이나 TV 프로그램의 ‘캐릭터쇼’였다. 변변한 어린이 전용극장 하나 없는 공연 인프라도 문제였다. “시장경쟁 체제 아래에선 양질의 어린이 문화 콘텐트가 공급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어린이 공연문화 환경 개선을 목표로 비영리재단 행복한 아이를 설립한 이유다.

 그는 공연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남을 포용하는 어른이 된다고 믿는다. “공연은 ‘다르게 생각해보기’를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극중 인물에 자신을 대입시켜 보면서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들에게 공연의 교육 효과를 이해시키는 작업부터 할 생각이다. 오는 1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펼치는 토크콘서트 ‘엄마, 나 어떤 공연 먹을까’가 그 첫 단추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과 영국 출신 연출가 폴 매튜스 등이 강사로 나올 예정이다.

 올해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26개월 된 그의 아들이 처음으로 그의 작품 ‘브레멘 음악대’를 본 해여서다. “4월 23일”이라며 날짜까지 정확히 꼽았다. “55분 동안 꼼짝 않고 보더라고요. 집에 와선 이 노래 불러달라, 저 노래 불러달라 요구가 많네요. 프로그램북을 하도 들고 다녀서 너덜너덜해졌어요.”

 ‘아빠 미소’ 가득한 그에게 좋은 어린이 공연의 조건을 물었다.

 “생각거리를 던져줘야죠. 아이들 공연이라고 해서 ‘아, 좋아 좋아’ 그것만 해선 안 됩니다. 공연을 통해 아픔도 겪고, 감정의 승화도 느끼고, 답답했던 일이 풀리는 경험도 해야죠. 안데르센도 아이들 얘기만 한 게 아니잖아요. 사회전반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이 생각해보게 했거든요. 아이를 너무 아이 취급하지 말고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게 어린이 공연 콘텐트의 할 일이지요.”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상=유튜브 채널 브레멘음악대_독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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