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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 무슨 필요? 쏟아지는 신조어, 누군가는 정리해야죠

종이사전을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일”이란 신념으로 사전 편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10년 사이 세 권의 종이사전을 엮은 임홍근(77·사진) 성균관대 법대 명예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임 교수는 2007년 『법률영어사전』, 2010년 『법률한영사전』을 출간한 데 이어 최근 『금융·투자 영어사전』(법문사)을 펴냈다. 글로벌 금융거래에 필요한 투자 용어를 총망라한 전문 사전이다.

 “자유화와 다양화, IT화 등으로 금융·투자 분야의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정리한 사전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임 교수가 사전 편찬에 뛰어든 이유다. 2년에 걸쳐 신문과 전문잡지, 논문들을 꼼꼼히 살피며 6450여 개의 표제어를 선정했다. 표제어 해설과 함께 5700여 개의 파생어를 정리하는 데 3년이 넘게 걸렸다. 그는 “그동안 이 분야의 사전이 미국 월가 용어에 치우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사전에서는 유럽이나 중국, 아랍 등 신흥 금융시장의 용어도 꼼꼼하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평생 국제상거래법을 연구하고 강의한 그에게도 사전 한 권을 엮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낯선 파생상품이나 신조어를 만날 때마다 금융계 실무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일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용례를 확인했다. 단어 하나를 갖고 몇 달씩 씨름하기도 했다. 설명만 3페이지를 차지하는 ‘account’도 그 중 하나다. 계좌·계정·계산서·매매기록 보고서 등 다양한 뜻 가운데 어느 것을 가장 앞에 둘 것인가를 두고 오래 고민했다.

“사전은 지식의 틀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엄밀해야 하죠. 지식의 길을 안내하는 사전이 정확하지 않으면 공부하는 사람이 헤맬 수 밖에 없거든요.”

 하루 6시간 이상씩 꼬박 책상에 붙어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건강도 나빠졌다. 그럼에도 사전 편찬을 계속하는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다.

“사전이라는 건 다른 언어권의 두 문화를 연결해주는 걸쇠 역할을 합니다.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라는 확신이 저를 이끄는 힘이죠.”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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