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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DNA로 미래 패션을 보다

전시 초입에 설치된 루이 비통 로고 조형물. 1854년 스탬프로 사용하던 디자인을 제스키에르가 2015 봄·여름 컬렉션에서 되살려냈다.
“브랜드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유서 깊은 패션하우스 디자이너에게서 가장 흔히 듣는 말이다. 특히 브랜드의 ‘간판’으로 발탁된 경우라면 클리셰나 다름없다. 전통을 변모시켜 얼마나 새로운 핸드백·구두·옷을 만들어내는가, 그 자체가 디자이너의 역량이 되기도 한다.

2013년 가을 루이뷔통 여성복의 새 디자인 수장(공식 직책은 아티스틱 디렉터)이 된 니콜라 제스키에르도 마찬가지. 게다가 선임인 마크 제이콥스의 바통을 이어 받은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 발 더 나아가는 시도를 감행했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끌어내는 컬렉션 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더 먼 시간까지 내다봤다.

17일까지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열리는 ‘루이뷔통 시리즈 2-과거, 현재, 미래’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전시는 2015 봄·여름 컬렉션을 준비하며 얻은 영감을 9개로 나눠 보여주는 동시에 첨단 기술을 더해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창출해냈다. 뭣보다 컬렉션이라는 일회성 행사를 또하나의 문화 컨텐트로 확장시키는 영민함도 함께 했다. 행사는 2014 가을겨울 컬렉션을 테마로 한 ‘시리즈1’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됐으며, LA·베이징을 거쳐 올 봄 서울을 찾았다.

‘토킹 페이스’ 마치 우주선을 탄듯한 분위기 속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루이뷔통이 최초로 만든 사각 트렁크인 ‘그레이 트리아농’에 홀로그램 영상을 비춘 ‘매직 트렁크’ 코너
여행 트렁크 만든 루이뷔통의 DNA와 미래 우주여행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 브랜드의 로고다. 라이트 패널(조명용 액자)이 여러겹 겹쳐지며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형태가 사뭇 낯설다. 기존 제품에서 보던 것과 달리 원 안에 LV가 겹쳐진 모양새다. 창립자이자 트렁크 제작자였던 루이뷔통이 1854년 스탬프로 사용하던 디자인을 제스키에르가 되살려내며 새로운 루이뷔통의 로고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 담당자는 초입에 이 로고 작품을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100여 년 전 아카이브에서 현대적 디자인을 끄집어 낸 대표 사례인데다, 이렇게 미래지향적일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줬죠. 이것이 바로 전시의 의미이기도 하고요.”

옆 방 ‘토킹 페이스’로 발걸음을 옮기면 ‘퓨처리즘’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된다. 여전히 암흑 같은 공간. 천장에서 가늘게 직선으로 빛이 쏟아지고 양쪽 벽에선 달 영상이 떠오른다. 이후 얼굴이 클로즈업된 모델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온다. “당신은 지금껏 3600개 유리 패널과 1만5000톤의 강철로 만든 선박에 앉아 있습니다.” 이는 2014년 10월 1일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패션쇼 오프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당시 제스키에르는 이를 미술관 설계자인 프랑크 게리의 이름을 따 코드명 ‘게리-104’로 명명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 비현실적인 분위기에는 배경이 있었다. 디자이너는 루이뷔통의 DNA가 여행이라면, 미래의 모습은 우주 여행이 아니겠냐는 의미에서 이벤트의 컨셉트를 잡았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우주선에 올라 앉은 듯한 기분이 든 이유다.

이후 코너들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루이뷔통이 최초로 만든 사각 트렁크인 ‘그레이 트리아농’에 홀로그램 영상을 비추고(매직 트렁크), 장인들이 작업하는 영상을 구두·가방·의상으로 나눠 각각 ·와이드 스크린으로 보여준다(장인 정신). 흥미로운 건 ‘장인 정신’ 전시장 한 가운데 자리한 전자 시계다. 검정 바탕에 커다란 붉은 색 숫자가 강렬한데, 이유가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데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시계를 설치해 그 역설적인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루이뷔통 제품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장인 정신’
가방·구두를 집중 조명한 ‘액세서리 코너’
미래 패션 보여주는 3D 기술, 360도 프로젝션 룸
2층으로 올라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암실처럼 어두컴컴하기만 한 행사장에 적응이 될 때쯤 눈을 뜰 수 없을만큼 환한 방으로 들어선다. ‘액세서리 갤러리’ 코너다. 벽과 바닥이 모두 하얘서 조명 반사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곳에서 색을 지닌 것은 오로지 신발과 가방이다. 모델 마르테 마이 반 하스터를 3D 기술로 본뜬 마네킨마다 하나씩 걸려 있다.

그 사이사이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된 트렁크는 그야말로 루이 비통의 유물이다. 1892년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트렁크부터 1923년 주문자의 이니셜을 새긴 모자 트렁크 등이 공개된다. 관람객은 과거의 트렁크와 함께 이를 손바닥만한 미니백으로 탈바꿈시킨 제스키에르의 디자인을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코너 ‘백스테이지’는 막상 패션쇼장에 가서도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장면들과 조우한다. 백스테이지를 그대로 재현한 꾸밈은 물론이고 사진가 장 폴 구드의 작품들이 벽면 가득 붙어있다. 패션쇼 준비부터 시작까지의 장면장면을 찍어 하나의 파노라마로 꾸몄다. 오전 5시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델로 시작, 속옷 바람에 화장을 하고, 쇼 직전까지 스타일리스트들의 점검을 받는 모습이 사진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쇼’ 코너. 360도 프로젝션 룸에서 패션쇼 동영상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
다음 코너 ‘끝없이 이어지는 쇼’에서는 그렇게 준비된 모델들이 등장한다. 360도 프로젝션 룸으로 꾸민 이 공간은 빠른 화면 전환과 함께 48벌의 컬렉션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 자칫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지만 모델의 앞과 옆, 뒤를 모두 포착해 실루엣과 컬러, 장식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한 쇼 이후에도 끝이 아니다. 이를 알리는 광고 캠페인이 남아 있다. ‘포스터룸’은 그 결과물을 한데 모았다. 당대 최고의 포토그래퍼인 애니 레보비츠, 유르겐 텔러, 브루스 웨버가 촬영한 포스터와 함께 현장에서 찍은 메이킹 필름이 함께 공개되는 자리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앵글에 담은 영상물이다.

길다면 긴 관람이지만 마지막 라운지 ‘스티커 월’ 역시 그냥 지나치면 안 될 코너다. 패션의 방향성에 대한 단초를 제시한다. 벽면 하나 가득 스티커를 채워놓고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공간이다. 스티커 디자인은 컬렉션 일부에 사용된 것으로, 후추통부터 스피커·칫솔·구식전화기 등을 프린트했다. 패션은 이제 과시나 사치가 아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아울러야 한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예고하는듯 하다.

● ‘루이뷔통 시리즈2-과거, 현재, 미래’ 전 - 관람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7시(주말·공휴일은 오전 10시~오후 10시, 휴관일 없음), 무료, 인터넷 사전 예약 가능, 문의 02-3432-1854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루이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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