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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 연구소? 처음 보는 음식 줄줄이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3일 말려서 튀긴 닭. 굴 소스를 얹은 마른 전복과 통해삼. 고추소스 곁들인 찐 새우. 찐 닭 고추기름 냉채. 중국 각지의 음식이 모두 있다.
후젠무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95-5 로펌에비뉴 지하 1층. 전화 02-599-1008. 휴일은 따로 없다. 단품과 세트메뉴가 있다. 세트 점심 2만 원, 저녁은 4만 원부터. 원하는 가격대와 메뉴를 얘기하면 새로운 음식들로 코스를 짜주기도 한다.
음식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숨은 고수(高手)를 만날 때가 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을 알리는 것보다 요리 실력을 연마해서 내공을 갈고 닦는 것이 더 우선인 분들이다. 물이 차면 잔이 넘치듯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노력보다 ‘알바’까지 동원해 “이 집 최고예요”를 퍼뜨리기에 바쁜 ‘허당’들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음식점을 한 곳 가게 됐다. 겉으로는 그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다. 별 기대 안 하고 식사를 하는데 웬걸, 음식이 모두 다 수준이 높고 맛이 고급스러웠다. 식사 끝 무렵에 사장님이 중국 차를 한잔 주시는데 이 또한 일품이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니 말 한마디에도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무협지식 표현을 빌리면 ‘소맷자락 한번 펄럭이는데 일진 광풍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인터뷰 요청을 하니 사장님은 짧게 네 글자로 대답을 했다. “시기상조”.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고수의 풍모다. 이쯤 되면 삼고초려에 들어가야 한다.

왕려옹(64) 대표는 그렇게 알게 된 분이다. 서초동에서 ‘후젠무이’라는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산동 출신의 화교 집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랐다. 국적은 대만이다. 음식점을 운영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상호는 중국 후젠성(福建省)의 무이산(武夷山)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 10대 명산인데 경치도 아름답고 좋은 차가 나는 곳이어서 본인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한다.

왕 대표의 음식 내공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쌓였다. 본인 스스로 표현하기를 ‘먹는 것에 목숨 건 집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만들어 먹는 집안이었다. 당시 차별을 받던 화교 신분이다 보니 가족, 친지끼리 주로 어울렸고, 자연히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큰 낙이 되었다. 집안 일을 도우면서 그 음식들을 하나씩 배웠다. 음식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자신이 공부해온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자신만의 삶을 찾고 싶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렸고 남편의 반대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시작하게 된 것이 나이 오십이 넘어서였다.

6명의 중국인 요리사를 거느리고 왕 대표가 지휘하는 ‘후젠무이’ 음식의 출발점은 산동 음식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중국 음식 스타일이다. 하지만 중국 각지의 다양한 요리 중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는 요리를 계속 추가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딱히 어느 지방 음식이라고 한정하기 어렵다. 지금도 별도의 실험 공간을 만들어 놓고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오고 있다. 보기 드문 노력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메뉴에 없는 요리들이 더 많다. 왕 대표께 추천을 부탁드리면 ‘알아서’ 특별한 음식들을 내준다.

이곳 음식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맛은 우선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 마른 해삼, 전복 같은 경우 질 좋은 국내산 생물을 사서 직접 건조시켜서 만든다. 다른 중국 음식점에서는 원가가 비싸 시도조차 못해보는 방법이다. 보통은 대량 유통되는 수입품을 사서 쓴다. 꽃빵이나 만두 같은 밀가루 제품도 직접 만든다. 손이 많이 가고 힘들지만 위생적이고 신선한 맛이 있다. 계절에 따라 나는 다양한 속 재료로 만들어내는 만두는 이 집의 별미다. 여기에 신선한 기름을 사용하는 등 기본을 지켜 요리를 하고 음식에 재료를 듬뿍듬뿍 넣어주니 맛이 고급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느끼하지 않고 맛이 깨끗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고급스러운 중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고집은 사소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이곳에는 단무지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음식이 아니고, 자신들이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손님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고집을 지켜오고 있다. 탕수육만 시켜도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도 이곳에서는 없다. 정식으로 만드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고수가 된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계속 내공을 갈고 닦아야 언젠가 인정받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한 방울씩 채우는 물이 찻잔을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한번 넘치기 시작하면 계속 넘치게 되는 법이다. ‘후젠무이’ 고수의 찻잔은 이미 넘치기 시작했다.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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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