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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품 넓어진 새 아파트를 위한 ‘변명’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이 낀 황금연휴를 맞아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연휴엔 아무래도 야외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지만 요즘은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견본주택도 나들이 장소 리스트에 포함될 만하다. 연휴 동안 경기도 화성시 기산2지구에 분양되는 신동탄 SK뷰파크 2차 등 6개 단지가 견본주택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분양업체들은 5월 가정의 날에 맞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지난해 이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회복세 속에서 ‘새 아파트 신드롬’이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다. 견본주택은 줄을 서서 들어가거나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이 놀라울 일이 아니다. 한때 미분양이 쌓이고 순위 내 마감을 엄두도 내지 못한 수도권 외곽에서도 당첨이 쉽지 않아졌다.

올 들어 1~3월 서울·수도권 주택매매거래량이 13만4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늘어났다. 이에 비해 새 아파트 분양물량은 올 1~3월 2만2047가구로 지난해 1분기(6855가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단축, 청약자격 완화의 효과가 크게 작용해서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새 아파트의 사양도 큰 몫을 한다. 품질이 이전과 비교해 좋아졌다. 분양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게 아파트 품질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 살지 않고 팔 집이 아니라 거주할 집이기 때문에 물건을 깐깐히 들여다본다.

죽은 공간 살리고 사물인터넷 적용

한 대형 건설사 CEO는 사석에서 최근 견본주택을 둘러보면서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는 말을 했다. 본인은 2010년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입주하면서 돈을 꽤 들여 내부수리를 했어도 근래 아파트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기본 구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선보이는 새 아파트는 ‘공간혁명’이란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넓다. 죽은 공간을 살리고 숨은 구석을 찾아내는 공간의 마술을 부린 셈이다.

똑똑해지기는 또 얼마나 똑똑해졌는가. 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난방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카드 하나면 주차장 빈 자리로 안내되고 엘리베이터가 알아서 내려온다.

지난해 7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에서 인터넷 발전을 통한 주거혁명을 다뤘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불이 켜지고 실내온도가 올라간다. 거실로 나오면 오늘 날씨를 알려주는 음성이 나오고. 커피기계가 자동으로 커피를 끓이고. 아이가 아침을 먹기 전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이를 알려주는 문자가 스마트폰에 뜬다.

혹시라도 와인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면 “너무 이르지 않나요”라는 거부 멘트가 나온다.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서로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적용된 주택이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환경인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넘어 사물인터넷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똑똑해지는 만큼 편리해진다. 텃밭이니 캠핑장 같은 부대시설도 갖춰 야외로 나갈 필요 없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이러니 새 아파트는 주부의 ‘로망’이다. 남편들 사이에 “부인을 데리고 견본주택에 가지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스마트하고 넓은’ 아파트의 이득은 남편에게도 돌아오기 때문에 남편 혼자만 견본주택에 가라고 하기도 어쭙잖다. 적어도 이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서재 같은 남편이나 아빠만의 공간이 생기지 않는가.

아파트 시장에서도 새 집만 고집하는 ‘신상’족이 늘고 있다. 새 아파트에 살다 보면 자연히 또다시 새 아파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일부 폐지돼 아파트 품질 향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가격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헛돈이 아니다.

수요-공급 관계에서 과잉 여부 따져야

그런데 최근 새 아파트가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공급 과잉’이란 말이 들리면서 모처럼 열기가 달아오르는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모양새다.

하지만 따져보자. 실제 시장에 물건이 나오는 공급은 아직 집을 짓지도 않은 단계의 분양과 엄연히 다르다. 분양은 씨앗을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분양이 많다고 대략 3년 뒤 공급 과잉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과잉은 수요와의 관계에서 정해진다. 절대적인 공급이 많아도 수요가 더 많으면 공급은 과잉이 아니라 부족이다. 과거의 공급량도 따져야 한다. 주택시장의 사이클과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수요-공급에서 공급 과잉 여부는 결정된다.

어쩌면 아파트 견본주택은 마치 19세기 산업자본주의가 급성장하던 시절, 여성들의 혼을 빼앗아간 백화점을 닮았다. 소비와 욕망의 각축장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분수 넘치는 백화점 소비의 대가가 크듯 아파트 견본주택에서도 욕망의 소비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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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