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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의 한화가 달라졌어요]부드러워진 김성근이 강력한 '마리한화'만들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6-0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광주=뉴시스]


프로야구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다. 한화는 최근 6년 간 다섯 차례나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8일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후 5월 1일까지 14승11패(승률 0.560)를 기록하며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2001년 같은 기간 14승9패(0.609) 이후 14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선제점을 줘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는 끈질긴 팀이 됐다.

올 시즌 한화는 끝내기 승리 세 차례에 역전승도 일곱 번이나 거뒀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치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연출해 '한화 극장'이란 말도 듣는다. 또 한화 경기를 보면 중독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에서 '마리한화(마리화나와 비슷한 발음)'로 불리기도 한다.

흥행에서도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4월까지 12차례의 홈경기에 만원을 3차례나 기록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산과 공동 1위다. 원정 경기 평균 관중은 1만3823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2위다. 대전을 연고로 하는 스몰마켓 구단인 한화가 홈과 원정 모두에서 흥행을 이끄는 건 이례적이다.

TV시청률에서도 약진이 눈부시다. 케이블 3사(KBSN스포츠·MBC스포츠플러스·SBS스포츠)가 중계한 한화 경기는 최고 시청률 2%를 돌파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은 1.01%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프로야구 중계에서도 지난 4월 7~8일 LG전과 4월 10일 롯데전 동시 접속자수는 총 27만 명이나 됐다. 정규시즌 경기로는 역대 가장 많은 접속자 수다.

야신 김성근이 부드러워졌다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의 환골탈태를 이끈 건 '야신' 김성근(73) 감독이다. 혹독한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한화를 맡자마자 선수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그라운드를 뒹굴었다. 단정한 외모를 좋아하는 김 감독이 "한화는 이발비를 안 주나?"라고 말하자 김태균·정근우(이상 33)·이용규(30) 등 고참선수들은 즉시 머리를 짧게 깎았다. 모두 힘들어했지만 김 감독의 카리스마에 불평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화가 극적인 승리를 자주 거두면서 김 감독은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고 있다. 선수들이 두려워하던 '포커페이스'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경기만 지켜보던 김 감독은 경기가 안 풀리면 펜을 집어던지고, 적시타를 때리면 벌떡 일어나 웃으면서 ' 물개 박수' 를 쳤다. SK 우승 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팬들이 가장 놀란 건 불펜투수 권혁(32)이 혼신의 역투를 보여주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권혁의 볼을 쓰다듬어 준 장면이었다. 권혁도 "당황스러웠다"고 할 정도였다. 4년 전 김 감독을 보필했던 SK 프런트 관계자들은 김 감독의 스킨십 리더십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태화 SK 홍보팀장은 "선수들이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내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선수들이 잘하니 요즘 칭찬할 일 말고 할 게 없다"며 껄껄 웃었다.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는 야신 이미지에 부드러운 할아버지 모습이 어우러지면서 김 감독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유니폼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50% 늘었다. 간판타자 김태균에 이어 유니폼 판매 순위 2위가 김성근 감독 유니폼이다.

선수들 "야구가 너무 재밌어요"

한때 열패감에 젖어있던 한화 선수들은 요즘 "야구가 재미있다. 매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짜릿한 승리를 챙기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 덕분인지 스타에 가려졌던 평범한 선수들이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로 중간 계투를 맡았던 오른손 투수 안영명(31)은 선발 투수로 전환에 성공했다. 4월30일 광주 KIA전에서 4승째를 거둬 린드블럼(롯데)과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규정 이닝을 채워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1위(1.69)가 됐다.

외야수 김경언(33)은 김 감독이 가장 신임하는 선수다. 자유계약선수(FA) 90억원 시대에 김경언은 3년간 8억5000만원을 받는 계약으로 '착한 FA선수' 표본이 됐다.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지난 시즌 유일하게 3할을 쳤던 김경언은 FA에서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래도 묵묵히 김 감독의 뜻을 따르고 있다. 피부 트러블이 심한데도 수염을 밀고 훈련에 전념했다. 시즌 초반부터 3할 후반 대를 기록하며 한화 타순의 핵심이 됐다. 김 감독은 "김경언은 타격 이론이 없는 타자 같다. 신기한 녀석"이라고 했다.

롯데와 빈볼시비로 징계를 받아 마음고생을 한 투수 이동걸(32)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22번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4월25일 대전 SK전에서 첫 승리투수가 됐다. 팀이 2-4로 뒤진 7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2와 3분의 2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는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는데도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은 감독님께 감사할 뿐" 이라고 말했다.

간판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다. 지난해 부진했던 톱타자 이용규는 다시 3할 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턱 부상으로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던 정근우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 때 국내 최고의 왼손 불펜요원이었던 권혁은 2013년 삼성에서 팔꿈치 수술 이후 슬럼프를 겪었지만 올 시즌 한화로 옮겨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새로 장착해 '권혁 등판=한화 승리' 공식을 만들고 있다.

보살팬들 "올해는 가을야구 할 수 있다"

해마다 꼴찌해도 응원하는 게 행복하다던 '보살팬'들도 신이 났다. 대전구장은 시즌 초반인데도 열기가 달아올랐다. 타자들이 번트를 대고, 땅볼로 물러나도 응원했다. 관중들은 김 감독 영상이 전광판에 뜨면 아이돌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환호한다. 대전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이명준(47)씨는 "예전에는 3-0으로 이기고 있다가도 역전을 당하곤 해 속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역전승을 거두고 있다"며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전역에서 야구장 가자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선수들이 예뻐 죽겠다. 우리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이런 인기가) 긴장된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마다 팬들의 환호성이 정말 크게 들렸다. 걸어가는 시간이 오래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2007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도 꿈은 아니다. 김 감독은 "승수를 쌓아놓으면 5월 중순엔 가라앉을 수 있다. 하지만 여유가 있어 6월부터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의 선전에 다른 팀들도 긴장하고 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은 막강한 투수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두산도 착실히 승수를 쌓으며 1위를 다투고 있다. LG와 롯데도 승률 5할을 유지하면서 반격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프로야구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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