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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함께하는 自治, 시민참여예산위원회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을 만나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무거운 짐만 봐도 그러는데 삶이 힘든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이 더 한다. 아이들 앞에서 신호등을 어기는 어른을 보면 부끄러워지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신호등만 어겨도 그러는데 법을 어기고도 떳떳하게 구는 사람을 보면 우리의 부끄러움은 더한다. 나보다 더 바쁘고 위급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덜 가진 사람이 더 가진 사람에게 양보할 때 우리는 감동하고 울컥해진다. 아이들의 다툼에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짚어주는 일,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잘못을 알면서도 우김질을 하는 어른을 볼 때면 우리의 마음은 더러워진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잇속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버렸고, 힘을 차지하려고 부끄러움을 잊었다. 명예를 지키려고 양보를 하지 않게 되었으며, 잘난 체하려고 옳음을 팽개쳤다.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음을 알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의 본성을 되찾아 가꾸어야 한다.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어짊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도덕이라고 했다. 사양하는 마음이 예절이고, 옳음을 아는 마음은 슬기로움이라고 했다. 도덕과 예절을 갖추고, 어질고 슬기롭게 살아야 한다.

사람들은 살다가 자잘한 불편을 느낀다. 물건을 바꾸어 불편을 없애기도 하고, 스스로 마음다짐을 하고, 몸가짐을 바꾸어 불편을 덜어낸다. 일상 속의 불편은 자기의 습관을 고쳐 이겨내고, 식구들과 의논해 즐거운 삶으로 바꾼다. ‘가정의 자치(自治)’다. 아버지의 부지런함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어머니의 슬기로움이 화목한 가정으로 이끈다.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을 따르며 사랑을 꽃피우고, 좋은 가정은 모범이 되어 이웃이 따라한다. ‘가정의 역할’이다.

어느 정도 가진 사람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느껴도 간절하지 않다.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고, 편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새롭게 마음다짐 할 필요를 못 느끼고, 몸가짐 또한 새롭게 가질 까닭을 느끼지 못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일을 하고, 올해도 작년만큼만 하려고 한다. ‘기득권의 자치’다. 안정된 가정을 이룬 사람들은 아버지의 위엄을 앞세우고, 어머니의 강요만 내세운다. 자녀들은 부모의 억지에 따르거나 따른 척하고, 좋은 겉모습에 이웃은 현혹된다. ‘기득권의 역할’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불편해 하는 일은 혼자서 바꿀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어 소통을 하고, 하나씩 고쳐가야 한다. 가정의 자치가 마을의 자치로, 마을의 자치가 대한민국의 자치로 이어져야 한다.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고 애쓰듯 시민들이 행복한 마을과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면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는 행정에 제대로 전달되고, 행정은 시민들의 불편을 곧바로 해소해야 한다. 안정된 삶을 이룬 사람의 눈으로는 서민의 불편을 볼 수 없고, 작년에 했던 일만 하려는 사람은 서민의 아픔을 알 수 없다. ‘기득권의 역할’을 버리고 ‘본래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꾸렸다. 말할 수 없는 불편과 말하지 않는 약자들의 불편을 찾아서 해소하려는 뜻이다. 여기에는 불편을 참거나 불편을 피해버리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찾아내려는 뜻도 담겨있다. 작년처럼 예산을 세우고, 작년처럼 예산을 집행하면 작년과 똑같은 삶이다. 작년과 똑같은 삶으로는 더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없고,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발전시킬 수 없다. 활발한 시민참여예산위원회의 활동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줄어들고, 시민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시정에 반영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더불어 사는 광주가 되고, 더불어 행복한 시민이 될 것이다.

물이 자꾸 흐르는 자리에는 고랑이 생긴다. 지시하고 명령하며 군림해서 생긴 고랑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살펴보고 의논해 나누고 함께하는 고랑을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안타까워하고, 잘못한 일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양보해 북돋우고, 옳음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다시 대한민국의 마음을 아름답게 흐르게 하고, 사람다운 고랑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제안,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열어 무작정 ‘검색창’에서 이웃의 삶을 둘러볼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열기 전에 ‘사색창’을 먼저 열어 어떻게 이웃과 함께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열린 마음으로!
(참, 7월 3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검색해도 좋습니다.^^ KTX 호남선이 개통돼 서울에서 90분이면 광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윤장현 1949년 광주 출생. 조선대 의대를 나와 안과 의사로 일했다. 한국 YMCA 전국연맹 이사장과 아름다운 가게 전국 대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로 활동했으며 2014년 7월 광주광역시장에 취임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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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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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