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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치 대학살서 살아남은 두 할머니 "아베, 홀로코스트 박물관 방문은 쇼"

지난달 30일 미국 뉴저지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에델 캐츠(왼쪽)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만났다. 캐츠 는 이 할머니의 뺨에 입을 맞추며 “두 친구, 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안정규 JTBC 기자]

이상렬
뉴욕특파원
휠체어를 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는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앞에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를 촉구하면서 그의 방미 동선에 맞춰 며칠 새 보스턴과 워싱턴DC를 오간 강행군 뒤였다.

 기림비 앞에는 특별한 친구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에델 캐츠(92)·애니타 와이스보드(92) 할머니였다. 폴란드 출신인 캐츠 할머니의 전 가족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살해됐다.

 캐츠 할머니가 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우리의 슬픔을 공유하려고 왔어요. 이렇게 만나는 것이 우리에게 치료가 되고 우리 마음을 치유합니다.” 두 할머니는 뺨에 뺨을 맞댔다. 캐츠 할머니가 “두 친구, 한 마음(Two Friends, One Heart)”이라고 말했다. 와이스보드 할머니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에 진군해 왔을 때 어린 소녀였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고 했다.

 살던 곳은 달랐지만, 할머니들은 어린 시절 전쟁의 광기 속에 희생됐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와이스보드 할머니는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소한 책임을 졌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매우 힘들 겁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의 참담함을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란 말로 희석하는 한편 워싱턴DC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할머니들은 어떻게 봤을까. “아베 총리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가기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책임을 인정했어야 했습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간 것은 그저 쇼였습니다.”(와이스보드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승에 할머니들이 많이 가셨잖아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면 그 할머니들이 나를 받아주지도 않고 쫓아낼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 의사당에서도, 하버드대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그가 꼭 들어야 할 할머니의 얘기가 있다. “저는 한도, 원망도 없어요.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니까 위안부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서 후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렬 뉴욕특파원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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