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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신규채용 절반 '반쪽 교수' … 강의 많고 연봉은 정교수의 49%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4년 전에 귀국한 김모(41)씨는 지난해 경기도의 A대에서 교수 자리를 얻었다. 그를 뒷바라지해온 김씨의 부모는 “공부한 지 20여 년 만에 드디어 교수가 됐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김씨는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그런 교수가 아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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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도 구분 못하지만 그의 정확한 직함은 ‘교육중점교수’다. 학생 강의를 전담하는 교수라는 의미다. 2년마다 대학과 계약을 다시 하는 계약직이다. 이번 학기에는 일주일에 15시간의 강의를 맡고 있는 김 교수의 올해 연봉은 약 3200만원이다. 일주일에 9시간 정도 강의하는 정규직 교수(조교수) 연봉의 60% 정도다.

 그는 “난 연봉도 권한도 정규직 교수의 절반인 ‘반쪽 교수’”라고 말했다. 정규직 교수들은 학과 교수가 모두 모이는 ‘교수회의’에 그를 부르지 않는다. 연구실도 ‘1인 1실’이 보장되는 정규직 교수와 달리 다른 계약직 교수 두 명과 공동으로 쓰고 있다.

 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올해 대학들이 낸 교수 채용공고를 찾아 보세요. 새로 뽑는 교수의 절반은 저처럼 계약직이에요. 정규직이 될 길이 점점 좁아지니 이러다 평생 계약직 교수로 머무는 게 아닌지 걱정이죠.”

 김 교수와 비슷한 처지의 ‘계약직 교수’가 늘고 있다. 전임교원이면서도 계약직인 이들을 대학들은 ‘비정년 트랙 전임교원’이라고 부른다. 정년을 보장받거나(정교수) 승진 심사를 받을 때까지 고용이 보장되는(부교수·조교수) ‘정년 트랙 전임교원’과 구분해 일컫는 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백정하 고등교육연구소장은 “2003년 연세대가 ‘비정년 트랙 제도’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국내 대학에 급속히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형태는 학생 강의를 전담하는 조건으로 채용된 이들이다. 교육중점교원·교육전임교수·강의교수 등으로 불린다. 강의는 거의 하지 않고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중점교수(연구전임교수), 연구비 수주 등 산학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산학협력교수 등도 대개 계약직이다.

 계약직 교수는 요즘 대학들이 신규 채용하는 전임교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건국대가 채용한 한국인 교수 49명 중 26명이 계약직 교수였다. 국민대가 지난해 2학기 채용한 교수 12명 중 9명도 강의를 전담하는 계약직이었다.

 연봉은 정규직 교수가 받는 것의 절반 정도다. 2013년 전국 사립대 71곳에 채용된 계약직 교수의 평균 연봉은 3655만원으로 나타났다(2013년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정규직 교수 평균 연봉(7426만원)의 49%에 불과했다. 대학 5곳 중 한 곳(21%)은 연봉이 3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비정규직교수노조의 임순광 위원장은 “강의교수의 경우 서울 사립대나 재정이 괜찮은 지방대는 3000만~3500만원, 재정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는 2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고충은 낮은 보수만이 아니다. 채용 조건과 달리 학사행정·취업지도 등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B대학에서 4년여 동안 강의전담교수로 일한 박모(38)씨는 지난해 한 달여 동안 학과의 특성화 계획서 작성에 매달렸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제출하는 소속 학과의 신청 서류였다. 박 교수는 “내가 적은 월급을 받는 이유는 학생 강의만 맡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나에게 그 일을 넘겼다. 거절하려 했지만 그랬다간 재계약이 안 될 것 같아 참았다”고 밝혔다.

 중부권의 C대학에서 3년간 강의교수로 일했던 김모(37)씨는 지난 가을 기업체 직원을 섭외하느라 애를 먹었다. 학과장 교수의 지시로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모의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학생을 돕는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정규직 교수끼리 결정하고 정작 일은 내게 다 시키니 하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 대학의 교수협의회에도 가입할 수 없다. 정규직 교수들이 그의 신분을 교수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2년 단위의 재계약 심사는 이들에겐 ‘족쇄’다. 재계약 심사엔 정규직 교수들에게서 받는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다. C대 김 교수는 “함께 채용된 계약직 중엔 학과장이 지시한 일을 안 했다가 교수들에게 낮은 점수를 받고 재계약이 안 된 이도 있다. 분위기가 이러니 딴 대학에 자리 얻기 전까진 정규직 교수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대학의 재계약 요건에는 논문 편수도 포함된다. 소속 대학·학과의 연구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수도권의 D대에 강의교수로 일하는 이모(39)씨는 “정규직 교수 중엔 1년에 논문 한 편 안 내는 교수도 있는데 계약직인 나는 강의도 많이 맡고 논문까지 쓴다. ‘미생’의 설움이 이런 건가 싶다”고 말했다.

 계약직 교수의 급증은 시간강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구대는 올해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하는 교육중점교수 30여 명을 채용하는 대신 기존 시간강사 50여 명에게 이번 학기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다. 지난 1월부터 대학본관 앞에서 동료 강사들과 함께 항의 농성 중인 권정택(53)씨는 “허점 많은 정부 평가, 근시안적인 대학 때문에 가뜩이나 형편 어려운 강사들이 생계 수단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직 교수의 확산에는 정부의 대학 평가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 부실 대학 선정 등에 ‘전임교원 확보율’이라는 지표를 활용한다. 학생 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 전임교원이 있는지를 따진다. 하지만 전임교원의 정규직 여부는 살펴보지 않는다.

 대학들은 이런 틈새를 놓치지 않는다. 수도권의 E대 기획처장은 “지표값을 올리려면 정규직 한 명을 고용할 비용으로 계약직 두 명을 뽑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가뜩이나 대학 살림이 힘든 판이라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4년째 계약직 신분인 최모(43) 교수는 “학문이 좋아 선택한 길이지만 평생 불확실한 신분에 머문다면 누가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를 하겠나. 학문적인 자존심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가 긴 미국·유럽 대학이 정년 교수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연구자의 신분 안정이 교육·연구의 질에 상당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약직 교수만 늘린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다. 김민구 아주대 정보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올해 구조개혁평가엔 교수의 실제 연봉 수준을 일부 반영토록 했지만 이 같은 추세를 막기엔 미흡하다. 전임교원으로 인정하는 계약직 수에 상한을 두는 등 보다 적극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S BOX] 정교수 평균 연봉 9349만원, 부교수 7530만원, 조교수 5345만원

대학교수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교수 급여는 직급에 따른 차이가 크다. 국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말 전국 201개 4년제 대학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정교수 한 명이 한 해 동안 받은 급여는 평균 9349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교수와 조교수의 평균 연봉은 각각 7530만원, 5345만원이었다. 본봉에 수당·급여성 연구비가 포함된 금액(세전)으로, 의대 임상교수들의 진료수당도 포함된 수치다.

 전체 대학 중 77곳(38.3%)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한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 사이에도 직급·경력에 따라 급여 차이가 심한 편이다.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교수와 가장 적게 받는 교수의 차이가 1억원을 넘는 대학이 19곳에 이른다.

 유 의원의 조사 결과 정교수·부교수 평균 연봉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조교수 평균 연봉은 1600만원 정도의 간격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국공립대 6687만원, 사립대 4966만원). 그 차이의 주된 요인은 계약직 교수의 분류 문제다. 사립대는 계약직 교수를 조교수급 전임교원으로 채용한다. 국공립대는 비전임교원으로 분류되는 초빙교수로 뽑는다. 유 의원의 조사는 전임교원 기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급여 수준이 낮은 계약직 교수가 사립대의 통계에만 포함됐다.

 전문대 정교수 연봉은 8942만원(137개 대 평균)으로 나타났다. 부교수는 7415만원, 조교수는 464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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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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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