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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 한국서도 꿈 이뤄진다

국내에서 민간조사원과 유사한 일을 하는 인력은 3000명 정도 된다. 민간조사원 교육을 받는 정시윤(31)씨가 채취한 지문을 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린 시절 『셜록 홈즈』를 읽고서 ‘어른이 되면 탐정이 되리라…’고 꿈꿔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한국에선 불가능한 현실이다. 탐정이란 직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탐정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활동하면 오히려 처벌받는다. 그래서 한국 추리소설에선 탐정 주인공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탐정이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뗄 조짐이다. 정부가 탐정을 공인하는 ‘민간조사업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구체적 내용을 협의 중이다. 올해 안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게 목표다. 이 법의 초안에 따르면 각계 인사로 구성된 민간조사위원회(가칭)가 자격시험과 자격증을 관리한다. 법무부는 인허가를, 경찰은 관리·감독을 각각 맡는다. 민간조사원(탐정)은 ▶민사나 형사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 조사 ▶실종자나 불법 행위자 소재 확인 ▶도난·분실·도피자산의 추적 ▶변호사의 위임 사항에 대한 사실 조사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단 불법 추심은 제외다.

 민간조사법은 15대 국회 이후 모두 일곱 번 발의됐다. 19대에서만 두 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정작 국회 본회의엔 단 한 번도 상정되지 못했다. 그동안 민간조사원을 누가 관리하는가를 놓고 법무부와 경찰청이 밥그릇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양측은 16년간 ‘친검(찰)’이나 ‘친경(찰)’ 의원을 통해 ‘청부입법’으로 관련 법안을 서로 제출했고, 상대의 법안에 대해선 훼방을 놨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달라졌다. ‘신 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따라 민간조사원을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나서기로 한 것이다. 최소 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이 총대를 메고 검경의 의견을 반영해 합의안을 곧 내놓을 방침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사립 탐정이 불법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불법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기승을 부린다. 경찰청의 ‘유사 민간조사 업체 현황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전국 심부름센터는 1574곳. 그러나 이 수치도 어림짐작이라고 한다. 미신고 업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부름센터·흥신소가 6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는 지하경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내년 7월 국내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미국계 민간조사법인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며 “민간조사 시장을 방치하면 외국계 법무법인 변호사의 일방적 승소 사건이 두드러질 수 있어 우리 법률시장이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간조사원은 앞으로 국가 공권력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구석구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와 같은 보험 관련 조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연간 4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적발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보험사기 사건의 감소가 예상된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짝퉁 단속에 효과적이다. 코리아아이피 지적재산권팀의 김기홍 부장은 “지금도 명품 브랜드들의 짝퉁 단속 의뢰가 이어지는데 민간조사원 제도가 법제화되면 상표법과 특허법 분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찾기를 제3자에게 부탁하는 것은 현재 불법이다. 무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만 돈을 받고 소재 파악을 하거나 미행하는 행위는 금지 사항이기 때문이다. 실종 사건의 경우 경찰에 신고돼 수사가 진행되지만 장기화하면 지속적인 공권력 투입이 힘들다. 언론이나 여론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강력사건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려 장기 수사를 못한다는 것이 실종자 가족의 가장 큰 불만이다. 민간조사원이 전문적으로 실종자 수사를 전담하면 이런 불만도 줄게 된다. 이 밖에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조사하지 못하는 외국 정보 파악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윌리엄 콜비를 비롯한 많은 CIA 요원이 퇴직 후 정부를 대신해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했다.

 민간조사업이 도입되면 국내에선 1만5000명의 민간조사원이 등장하고 시장 규모는 1조27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일본은 6만 명, 영국과 독일은 2만 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조사원이 되기 위해 전문 교육기관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세대 평생교육원의 ‘민간조사 최고전문가 과정’을 수강 중인 권오길(53)씨는 “한때 국가정보원 근무를 꿈꿨는데 민간조사원 교육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교통사고 가해자가 뒤바뀌는 등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조사원 허용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사생활 침해나 인권침해와 같은 부작용이다. 민간조사원에게 주어진 권한이 남용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국대 이웅혁(경찰행정학) 교수는 “민간조사 서비스는 결국 안전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아나 장기 실종자의 경우 경찰이 민간조사원에게 의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기업탐정도 대세

사립탐정 1호는 프랑스의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1775~1857)다. 범죄자 출신 비도크는 평생 2만 명의 범죄자를 체포했다고 한다. 비도크가 쓴 4권의 회고록은 후에 에드거 앨런 포, 코넌 도일 등의 작가에게 영감을 줘 근대 추리소설의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의 ‘핑커튼탐정회사’는 탐정을 기업화한 사례다. 설립자인 앨런 핑커튼(1819~1884)이 우연히 위조 동전 제조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데 공을 세운 뒤 1850년 탐정사무소를 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암살 음모를 적발했고, 남북전쟁 때 북군의 정보기관 역할을 했다. 19세기 후반 노사분규에 개입해 악명을 떨쳐 1893년 핑커튼사를 규제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현재 세계 250여 개 지사에 12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이 됐다.

 최근 기업을 위해 인수합병(M&A) 관련 조사, 기업 평가 작업, 내부 비리 적발 등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탐정이 대세가 됐다. 대표적인 기업탐정 업체는 1972년 설립된 크롤이다. 크롤은 미국 뉴욕 검사 출신인 줄스 크롤이 만들었다. 헤지펀드나 사모회사의 의뢰를 받고 해외 투자 관련 조사도 진행한다. 딜로이트와 같은 회계법인이나 페퍼 해밀턴 등 법무법인도 비공식 기업탐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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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