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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서울 4대문 안 보행공간 늘려 '비움의 도시'로 만들 것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종로구 동숭동의 ‘이로재(履露齋)’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시민들이 도심을 마음껏 걸어 다니는 ‘보행의 도시’. 낡은 건물과 시설의 ‘재생’을 통한 공공성 회복. 승효상(63) 건축가가 꿈꾸는 앞으로의 서울이다. 서울시의 ‘초대 총괄건축가’로 선임돼 지난해 10월부터 일해온 승씨를 그가 대표로 있는 종로구 동숭동의 건축사 사무소 ‘이로재(履露齋)’에서 만났다. 이로재는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로, 늙은 부모를 모시는 가난한 선비가 문안을 드리기 위해 ‘새벽 이슬을 밟는 집’이란 뜻이다. 승씨는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인물인 고(故) 김수근 선생의 제자로 스승의 유언에 따라 건축설계사무소 ‘공간’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그는 대중 앞에 자주 나서고 세상을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광화문광장에 대해 “중앙분리대에 불과하다”고 했고, 청계천 복원도 “반생태적”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서울시 청사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축의 최고 가치는 공공성이며, 건축주는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가졌을 뿐”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어떤 자리고 무슨 일을 하나.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엔 건축이나 도시와 관련한 많은 일이 있다. 여러 일을 일관되게 조정하고 제어하는 사람은 시장밖에 없다. 그런데 시장은 건축에 있어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건축과 도시를 아는 사람이 일관된 입장에서 시장에게 조언을 해야 하고, 그 일을 하는 게 바로 총괄건축가다. 서양에선 일반화돼 있다.”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2년 임기로 주 2일 근무하는 시장 직속 비상근직이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의 모든 건축과 도시계획에 대해 시장의 자문에 응하고 정책 결정에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 실제 관청에 들어가 일을 해보니 어떤가.

 “중복되고 모순되는 정책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이런 일을 조정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 그러니까 총괄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총괄건축가의 역할이 정착되면 서울의 도시 환경이 많이 바뀔 것이다.”

 -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뭔가.

 “요즘 도시계획의 세계적 추세가 ‘재생과 연대’다. 이전 시대엔 ‘랜드마크’를 짓고 거대한 도시시설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파편적인 도시 풍경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는 기존에 있는 시설들을 재생해서 쓰고, 서로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

 - 재생이나 연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추진 사례는.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사업과 세운상가 정비, 그리고 서울 성곽 복원같이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것들이 모두 재생과 연대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 서울역 고가는 어떻게 되나.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건 단순한 데서 출발한 게 아니다. 서울역 고가는 노후화돼서 차량이 다닐 수 없다. 그런데 없애는 것보다 재생해서 사람들이 걷게 하면 훌륭한 보행공간이 된다. 만리동에서 서울역 고가를 이용하면 바로 남산과 연결된다.”

 (1970년 지어진 서울역 고가는 2006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서울시에서 철거를 추진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서울역 고가를 뉴욕의 명소 ‘하이라인 파크’처럼 보행공간으로 재생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의 하나가 됐다. 하지만 중구 중림동 주민과 남대문시장 상인, 그리고 만리재 고개 주변의 봉제공장 상인들은 고가공원을 만들 경우 하루 4만6000대나 되는 차량 흐름이 끊겨 지역 상권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 세운상가 정비는 어떻게 되나.

 “세운상가는 위치적으로 서울시의 한가운데를 통한다. 세운상가의 데크를 이용하면 종로에서 남산까지 걸어갈 수 있다. (세운상가 북쪽의) 종묘는 창덕궁하고 통하고, 창덕궁은 북한산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강북에서 남산을 거쳐 용산을 지나 한강까지 보행으로 연결되는 생태·문화의 축이 완성되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9년 ‘세운 녹지축 조성사업’을 발표하고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철거 계획을 취소했다. 노후한 3층 높이의 보행 데크를 보수·보강하고 세운상가 가동과 대림상가 사이의 공중 보행교를 부활시켜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 앞으로는 서울 시내 곳곳을 걸어서 다니게 된다는 얘기인가.

 “원래 서울 4대문 안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공간이었다. 그것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요즘 ‘도로 다이어트’가 세계적인 추세다. 차선을 줄이면 길이 막힐 것 같지만 오히려 교통 흐름이 좋아진다. 을지로 지하상가도 보행공간으로 활용하고 광화문광장도 시민들이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게 정비할 계획이다.”

 - 앞으로 4대문 안에 새로 건물을 짓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굉장히 규제하고 있다. 서울 4대문 안은 ‘비움의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4대문 안에 있는 단층건물을 파보면 어김없이 유물들이 있다. 예전에는 유물이 나오면 버리거나 옮기거나 숨겼는데 이제는 보전해야 한다. 어떻게 보존할지 보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서울 성곽 복원작업은.

 “서울은 산이 랜드마크다. 1000만 인구가 사는 세계의 대도시 25개 중에서 산을 도시 내부에 품고 있는 곳은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 또 18.7㎞의 서울 성곽은 세계에 유례없는 역사 유적이다. 그런데 서울 성곽 중 잘못 복원된 곳도 많고 복원할 수 없는 구역도 많다. 그러나 흔적은 다 있다. 복원은 못하더라도 표시를 해서 시민들이 서울 성곽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계획이다. 예를 들어 차도인 곳은 지나갈 때 소리가 나는 장치를 하는 식이다. 성곽 주변에 무분별하게 지은 건축물도 정비할 예정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오래 걸리지 않는다.”

 - 성곽 주변에는 재개발 대상 지역도 있다.

 “지금까지의 재개발·재건축은 부동산 개발이었을 뿐이지 제대로 된 재개발·재건축이 아니었다. 그 이익을 주민들이 가져가기보다는 개발업자들이 챙겼다. 특히 강북 재개발로 도시의 고유성을 잃어버렸고 정체성도 사라졌다.”

 - 새로운 재개발의 목표는.

 “원주민이 정착해 지속적인 삶을 사는 것과 도시 풍경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기존 재개발로는 얻을 수 없다.”

 - 강남 재건축은 어떻게 되나.

 “기존의 아파트 정책은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부터 했다. 보지도 않고 물건을 사게 하는, 시장경제에서 찾기 어려운 ‘선분양’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있다. 짓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공동주택인데도 공동체가 없다. 단지에는 담장이 쳐져 있어 외부와 단절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에는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공공건축가를 투입해 이전과 다르게 설계한다. 담장을 없애고 아파트가 도시에 서서히 녹아들어 가게 만든다.”

 -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은.

 “한강변 공공성 회복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판상형 아파트가 한강변을 사유화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을 할 때 서울시가 인센티브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건축물의 용적률을 올리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다. 초고층 재건축은 지역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남산과 관악산 풍경을 가로막는 초고층 재건축은 곤란하다.”

 - 한강변 공공성 회복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은.

 “지금은 한강변이 도로 때문에 완벽하게 단절돼 있다. 시민들이 토끼굴을 지나 숨다시피 한강변에 가야 한다. 한강변에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시민들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강에 이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승효상씨는 건축을 부동산으로만, 그리고 사고파는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건축을 문화로 인식하지 않고 부동산으로만 여기는 한 결단코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건축학 개론’은 소유보다는 쓰임이, 더함보다는 나눔이,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요약됐다.

글=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S BOX] 해외 프로젝트 다양 … 아프리카 기니의 영빈관도 설계

승효상 건축가는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평안남도 정주 출신인 그의 부모님이 부산 피난민촌에 정착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학대에 가고 싶어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스승의 추천으로 당대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건축가 김수근의 문하(공간연구소)로 들어갔다. 오스트리아 빈 공대로 유학한 이후 다시 공간연구소로 돌아왔고 김수근 선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공간 대표로 3년 동안 일하다 승효상 건축사무소를 열어 독립했다.

그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첫 작품이 ‘수졸당’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집이다. 그는 “내가 얼마만큼 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졸당은 잊으면 안 되는 집”이라고 말했다.

 2011년엔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공동감독을 맡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도 수상했다. 그는 “서울이 너무나 저평가돼 있다”고 얘기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며 서울의 성곽과 강북 골목길을 걸어 보라고도 권했다.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내고 신도시를 설계하는 등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그는 최근 아프리카 산유국인 적도 기니의 영빈관도 설계하고 있다. 적도 기니의 영빈관 설계는 최근 이 나라의 관급 공사를 휩쓰는 쌍용건설 측의 요청으로 하는 일이다. 적도 기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7000달러에 이르는 자원 부국으로, 지난달 30일 방한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이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을 따로 만날 정도로 한국 건축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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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