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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열심히 하면 연 수입 4000만원 … 시골에 이만한 일자리 드물죠

나인아씨(맨 왼쪽)를 비롯한 충남 태안군의 캐디 지망생들. 퍼팅 라인(공을 굴려 넣는 길) 읽는 법을 배우는 도중에 사진을 찍었다. 자신이 생각한 길을 따라 공을 늘어놓으면 강사가 바로잡아 준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차!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적으로 겹실수를 저질렀다. 골프공 뒤에 표지(마커)을 놓아야 하는데 오른쪽 옆에 놓고, 골프공이 굴러갈 길(퍼팅 라인)은 절대 밟지 말아야 하는데 사뿐히 지르밟았다. 동영상까지 봐 가면서 귀가 따갑도록 들은 얘기건만 막상 처음 골프장에 나서니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실전’이 아니라 골프 캐디 교육생 ‘실습’인데도 그랬다.

 박성미(36·여) 강사가 다짐이라도 받듯 말했다. “고객 모시고 이러면 큰일 납니다.” 그러자 캐디 교육을 받던 김효선(18·태안여고3)양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지난달 23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현대더링스컨트리클럽. 캐디 교육생 21명이 이론 교육 등을 마치고 처음 실습을 하는 중이었다. 2번 홀에서는 장정훈(43) 한서대 교수가 드라이버로 공을 쳤다. 순간 침묵이 흘렀다. 교육을 받던 권하늘(27·여)씨가 공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를 놓쳤다. 그러자 장 교수가 따지듯 물었다. “공을 못 보면 어떻게 합니까.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무안해 얼굴이 벌게진 채 아무 말 못하는 권씨에게 이번엔 장 교수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만에 하나 공을 놓친다면 고객께 ‘죄송합니다. 가서 확인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얼른 찾아야 합니다.”

 하나하나 지적받으면서 9개 홀을 도는 데 4시간이 걸렸다. 실습이 끝나자 긴장이 풀린 듯 누군가 말했다. “아이고 배고파.” 어디선가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고객 두 분 모시는 연습이 이렇게 힘든데 실전에서는 네 분을 모셔야 하니….”

 이들은 캐디를 지망하는 태안군 거주 여성들이다. 충남 태안군과 한서대 산학협력단이 함께하는 ‘지역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지난 3월 5일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경력단절 여성 등을 우선시하는 간단한 서류 전형을 거쳐 뽑혔다. 나이 제한은 없었다.

 처음 4주 동안 골프 규칙과 안전수칙에서부터 응급처치까지 각종 이론을 배웠다. 그 다음 3주는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채 휘두르기(골프 스윙)와 퍼팅라인 읽는 법을 익혔다. 그러고서 23일 첫 실습을 했다.

 교육은 5월 하순까지 이어진다. 그중엔 캐디가 아니라 ‘고객’으로서 골프를 치는 실습도 있다. 골프를 칠 줄 알아야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기에 과정에 넣었다. 교육을 마치면 오는 19~21일 종합 실습 및 평가를 받는다. 골프 규칙 시험에서 골프 예절, 현장 실습까지를 전부 점검한다. 결과에 따라 합격, 재교육 또는 탈락으로 나뉜다. 합격하면 대한골프협회가 주는 자격증을 받고 태안 지역 3개 골프장에 배치된다.

 교육생 중 최연소는 취업을 준비하는 태안여고 3학년 5명이고 최연장자는 익명을 원한 46세의 여성으로 지난해 경기도 분당에서 살다가 귀농했다. 이들이 캐디를 지망한 이유는 대체로 “연 수입 4000만원을 바라볼 수 있는 직업이어서”였다. 조선영(33)씨는 “시골에는 여성들이 이만큼 보수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달리 없다”고 말했다.

 세 살 아들을 둔 최혜욱(27)씨는 “아무래도 젊을 때 돈을 벌어야 집을 넓혀 가면서 나중에 여유를 갖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 엄마께는 죄송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교육생 대표인 윤정선(40)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3년 전 가족과 함께 귀농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시간 여유도 생겨 캐디에 지원했다고 한다.

 캐디 교육을 받는 요즘은 TV에서 드라마를 제쳐놓고 JTBC골프 같은 골프 채널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 최혜욱씨는 “전에 드라마를 볼 때는 뉴스를 보겠다는 남편과 TV채널을 놓고 다퉜는데 요즘은 남편이 골프 채널을 보도록 그냥 놔둔다”고 했다. 윤정선씨는 “예를 들어 바람이 많이 불거나 경사가 심한 곳에서 외국 유명 선수의 캐디들이 어떤 클럽을 권하는지 유심히 본다”며 “하지만 아직은 뭐가 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처음 캐디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조선영·최혜욱·윤정선씨 모두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이들은 하나같이 “살림을 소홀히 하지 않고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서약하다시피 한 뒤에야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서약은 했지만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은 이들 마음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조씨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한 시간만 하고 밥도 잘 챙겨 먹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윤씨는 “고교생 아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집에 온다”며 “주말에 오전 또는 오후에만 근무하는 식이니만큼 반나절은 아들과 꼭 붙어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생 중에는 결혼이주 중국동포인 표운화(37)·왕지민(36)씨도 있다. 이들은 영어가 낯설어 골프 용어를 익히는 데 애를 먹었다. 골프 카트(전동차)라든가, 마커처럼 영어에 익숙한 한국인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의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강사에게 과외를 받았다. 표씨는 “태안 지역 골프장에서 여행사를 통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들었다”며 “그들이 한국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는 데 우리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S BOX] 여가시설 없고 결혼 어려워 이직 … 시골 골프장 캐디 구인난

시골 골프장은 항상 캐디가 모자란다. 20~30대 초반 미혼 여성 캐디들이 1년도 되지 않아 수도권과 대도시 주변으로 빠져나가기 일쑤여서다. 쇼핑몰·영화관 같은 문화·여가시설이 근처에 없고 무엇보다 젊은 남성이 별로 없어 결혼하기 쉽지 않다는 게 시골 골프장을 떠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도심 주변의 골프장과 달리 기숙사를 무상 지원하고 1~2주 전에 신청하면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도 캐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80여 명 캐디가 필요한 18홀 골프장에 40~50명밖에 캐디가 없는 실정이다.

 젊은 미혼 여성 캐디들의 이직이 잦기 때문에 시골 골프장에서는 결혼해 지역에 정착한 30~40대 여성을 반긴다. 이들은 책임감이 한층 강해 웬만해선 이직을 하지 않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다고 한다.

 캐디의 평균 연 수입은 4000만원가량이다. 한 번 나설 때 받는 10만~12만원 ‘캐디 피’와 가끔 고객들이 주는 팁이 이만큼이다. 성수기인 4~10월엔 한 달에 400만~500만원, 비수기인 겨울에는 200만원 정도를 번다. 이따금씩 고객들이 “이 캐디를 불러 달라”고 지목하는 베테랑급은 그만큼 등판 기회가 많아 연 5000만원가량 수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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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