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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순한 양떼'만 키우는 하버드 … 한국은?

윗줄 왼쪽부터 예일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아랫줄 왼쪽부터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다트머스대

공부의 배신-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
윌리엄 데레저위츠 지음
김선희 옮김, 다른
343쪽, 1만6000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허실(虛實)을 다룬 책이다. 주로 ‘허’쪽 이야기다. 권위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역저다. 컬럼비아대를 나온 저자는 오랫동안 예일대에서 영문과 교수로 일했다.

 미국 쪽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대학의 총장·이사장, 입법·행정부의 교육정책 전문가·입안가, 학부형, 소위 스카이(SKY) 대학생, 미래 하버드대 박사나 월스트리트 뱅커를 꿈꾸는 민사고·특목고 학생 등이 반드시 함께 읽으면 좋겠다.

 왜냐. 우리나라 대학은 미국 최고의 명문대인 힙스터스(Hypsters·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힙스터스, 아시아의 힙스터스, 전세계의 힙스터스로 아주 가까운 미래(최대 20~30년)에 명실상부하게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지 못한다면, ‘우리 대학,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감이 캠퍼스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역사는 오래다. 멀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아카데미아와 뤼케이온이 있었다. 기록상으로 우리나라 최초 대학 중 한 곳은 소수림왕이 재위 2년(372)에 설치한 태학이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고선 복수를 꿈꾸게 된, 셰익스피어의 『햄릿』(1600)에 나오는 덴마크 왕자 햄릿은 대학생이었다. 그런 장구한 대학의 역사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게 세계 최고인 미국 대학들이다.

 지은이가 하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아직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배부른’ 소리일수도 있다. 엄살이 심하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암울한 징후가 ‘죽느냐, 사느냐’ ‘지금 교육 혁명·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햄릿적 판단’을 한·미 교육계에 요구한다.

 길게 인용한다면 저자는 이렇게 절규하듯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명문대가 가르치고 있는 모든 것은 ‘직업적’이라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의미, 삶의 목적과 같은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 주제는 청년시절에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유명하지 않은, 이름조차 생소한 지방의 자그마한 신학대학에서 이러한 주제가 오히려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저자가 해부한 미국 교육현장은 이렇다. 소위 ‘미국 스카이’들도 대한민국 스카이들과 마찬가지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직업양성소’가 된 지 오래다. ‘이 한 몸 다 바쳐서라도 세상을 바꾸겠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명작을 쓰는 이 시대의 호메로스·셰익스피어가 되겠다’는 옹골차고도 당돌한 대학생보다 ‘이 세상이 어떻게 되건 말건 나는 가난하게 사는 게 싫다’는 엄친아·범생이 우글거린다. 한판 붙어보겠다는 배짱보다 그저 사람은 나이스(nice)하게 대해야 한다는 식의 ‘위험회피주의(危險回避主義)’가 만연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팔아 치운’ 미국 명문 대학생은 거의 절반에서 3분의 1이 밥벌이가 잘 되는 금융계·컨설팅계로 진출한다. 이 책의 원제인 ‘엑설런트 시프(Excellent Sheep)’ 즉 ‘말 잘 듣는 순한 양떼’가 넘실대는 곳이 하버드·매사추세츠공대(MIT)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한국의 교육 현장은 ‘도긴개긴’(개그콘서트의 ‘도찐개찐’은 표준말이 아님)인가. 아니다. 시간관리가 철저해 캘리포니아공대(CIT)에 입학했고 글쓰기를 잘해 UC버클리에 입학한 학생에게 시간관리법, 글쓰기를 다시 친절하게 가르치는 게 미국 명문대다. 혹시 학생에게 미진한 점은 없는지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기’에 능하다.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생난리(生亂離)를 친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에 밀린다’ ‘중국에 밀린다’고 하는 게 미국이다. 미국식 호들갑에 나이브(naive)하게 현혹되면 안 된다. 『공부의 배신』에는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게 수두룩하다.

 똑똑하고, 눈치 빠른 영악한 학부형, 학생, 총장들은 이 책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를 그대로 실천해 적어도 세속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다. 저자가 ‘스스로 고아가 되어라’라고 했으니 정반대로 네트워킹에 몰두하면 좋을 것이다.

 사족처럼 이 책의 아쉬운 점을 열거한다면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저자가 아이비리그를 떠난 때는 호시절이었기 때문에 아이비리그마저도 출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이 책이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둘째, 저자가 영문학자이기에 이공계 대학생의 고민에 대해 덜 민감하다.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날아온 대한민국 교육계에 던지는 준엄한 경고다. 양떼처럼 착한 우리 학생을 불확실성이라는 ‘늑대’로부터 지킬 착한 목자(牧者)가 필요하다. 차세대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 분은 이 책을 꼭 읽으시라. 또 이 책에서 배운 게 많은 독자라면 저자의 또 다른 역작인 『제인 오스틴에게 배우는 사랑과 우정과 인생』도 눈길을 주시라.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S BOX] 간디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공부의 배신』에서 저자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이렇게 말한다. “교육의 목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당신을 직장에서는 쓸모 있는 인력으로, 시장에서는 잘 속아 넘어가는 소비자로, 국가에서는 순종적인 국민으로 전락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두고두고 인용될 만한 말이다. 교육에 대한 역사상의 ‘톱 문장’을 꼽아봤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마하트마 간디)

 “세상이 책이라면,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밖에 읽지 못한 것이다.”(성 아우구스티누스)

 “교육이란 무엇인가. 무슨 말을 들어도 성질 내거나 자신감을 잃지 않는 능력을 키우는 게 교육이다.”(로버트 프로스트)

 “교육이란 무엇인가. 자만심에서 비롯된 무지에서 비참한 불확실성의 길로 이끄는 게 교육이다.”(마크 트웨인)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생각거리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이다.”(마거릿 미드)

 “가슴을 교육하지 않고 머리만 교육하는 교육은 교육도 아니다.”(아리스토텔레스)

 “가치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그런대로 실용성은 있을지 모르나 사람을 똑똑한 악마로 만드는 짓거리다.”(C S 루이스)

 “마음은 채워야 할 그릇이 아니라 세상을 불태울 점화이어야 한다.”(플루타르코스)

 “선생님들이 ‘책 속에 미남·미인이 있으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학생들을 설득하는 것도 좋지만, 제자들이 본받으려고 갈망하는 인생 스승의 모습을 예시하는 것은 더 좋다.”(무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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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