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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머리를 맞댄 철학자와 평론가, 영화와 세상 어떻게 변해왔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 근대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 불행한 손님으로 전락한 인간을 풍자한다. [사진 Everettdigital/Alphaphoto]

씨네샹떼
강신주·이상용 지음
민음사, 880쪽, 3만3000원


‘읽는다’라는 문화가 위기에 처한 듯 보이는 시대다. 그래서 읽기를, 그것도 인쇄매체가 아니라 영화라는 영상매체를 대상으로 시도하는 이 책이 더 반갑고 흥미롭다. 이 책은 실은 영화에 대한 ‘읽기’인 동시에 ‘이야기하기’다. 두 저자는 영화 25편을 반 년 동안 매주 한 편씩 관객과 함께 봤다. 그 앞에서 나눈 이야기와 문답을 정리한 글, 직후 각자 따로 쓴 글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대중철학자·영화평론가의 조합이란 점도 매력적이다.

 평론가 이상용은 각 작품의 영화사적 맥락과 장면에 대한 설명, 영화 외적 배경과 주제에 대한 그 자신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문가에 기대할 법한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낸다. 반면 강신주는 철학자의 영화읽기에 흔히 기대하는 것과 다른 길을 간다. 각 작품에서 철학적 사유의 재료가 될 모티브를 잡아 그에 집중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때로는 그 자신도 낯설게 여기는 듯한 영화사에 대한 지식에 기대고, 때로는 각 작품의 분석에 그리 최적은 아닌 듯 보이는 도구에 기댄다.

 예컨대 영화가 새로운 기술로 부상했던 초창기 작품에 자본주의·제국주의 같은 틀부터 들이대는 건 쥐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려는 인상을 준다. 다소 길을 잃은 듯한 이런 모습은 대중적 저서로 철학을 얘기해온 그의 필명을 감안하면 좀 아쉽다. 좋게 보면 영화를 보는 방식을 확장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가끔은 그가 각각의 영화나 영화라는 매체 전반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나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행히도 뒤로 갈수록 그의 글과 말이 좀 편안해진다. 영화의 의도를 굳이 대변하려 하는 대신 자신의 감상과 해석에서 출발해 생각을 펼쳐내는 방식이 그렇다.

 사실 책에 수록된 영화 목록을 보면, 시작부터 철학자보다 영화평론가에 유리한 게임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들은 철학적 주제에 맞춰 선택된 건 아닌 것 같다(그랬다면 ‘매트릭스’같은 영화가 포함됐을 터다). 달리 말해 이 책은 영화역사서가 아님에도 영화사의 주요 지점을 각 작품을 통해 꿰는 구성을 갖췄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 단편과 무성영화 걸작에서 시작해 미국의 서부극·뮤지컬 같은 주요한 장르, 누벨바그·네오리얼리즘·뉴저먼시네마 같은 유럽의 흐름, 히치콕·김기영·키아로스타미·하야오·이스트우드 같은 주요한 작가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각 영화의 줄거리와 감독에 대한 설명을 별도 항목으로 간추려 놓은 것도 알차다. 800쪽이 훌쩍 넘는 책의 부피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두 저자의 글과 말에 언급되는 사상·이론까지 읽기를 확장하든, 관심 있는 항목만 골라 읽든 모두 편리하다. 물론 언급된 영화를 직접 본다면 최적일 터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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